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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스쿨존 참사 2년…부산 통학로는 여전히 '위험'

영도 스쿨존 참사 2년…부산 통학로는 여전히 '위험'

참사 이후 나온 '대책', 이행 지지부진
스쿨존 교통사고 잇따라…학부모 불안 '여전'
유족 "비극 반복되지 않길…'소극행정' 멈춰야"

2023년 4월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에 대형 화물이 굴러떨어진 모습. 김혜민 기자 2023년 4월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에 대형 화물이 굴러떨어진 모습. 김혜민 기자 
부산 영도구에서 초등학생이 등굣길에 숨지는 참사가 난지 2년이 지났지만, 부산지역 스쿨존에서는 여전히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각종 기관이 앞다퉈 내놓은 보완책 추진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2023년 4월 28일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등굣길에 나섰던 황예서(10)양은 갑자기 어디선가 굴러온 대형 화물에 깔려 숨졌다. 이 화물은 한 어망업체가 지게차로 하역 작업을 하다가 떨어뜨린 것으로, 무게만 1.7t에 달했다.

사고 이후 지역 학부모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은 최소한 어린이가 등굣길에서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통학로 안전 확보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각 기관은 앞다퉈 통학로 안전 대책을 내놨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 부산경찰청, 16개 구·군은 통학로에 각종 안전시설물을 설치하고 학교 담장을 허물어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등 내용을 담은 '어린이 통학로 종합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참사 뒤 통학로 대책 쏟아졌지만…시행은 '미흡'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이 대책들은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을까. 당시 부산시는 이면도로 폭을 좁히고 보도를 확장하는 '생활도로 다이어트 사업'을 통해 통학로 너비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예산 15억 원을 들여 당장 시급한 10곳에 긴급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까지 해당 사업이 실시된 스쿨존은 사하초와 대연초 인근 등 단 2곳에 그쳤다. 올해는 시행 예정인 곳이 한 곳도 없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리빙랩(생활 실험실·시민 주도형 문제 해결 혁신 모델)을 통해 '부산형 안전 통학로'를 만들겠다던 계획 역시 흐지부지됐다. 참여를 신청한 초등학교는 단 2곳에 그쳤고, 이 가운데 비교적 개선이 시급한 1곳만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이 실시됐다. 추가 사업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부산시는 부산시교육청과 협의해 경사가 가파른 통학로에 통학버스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참사가 발생한 영도구에는 지금껏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학교가 1곳도 없다. 도입을 시도한 인근 한 지자체는 학교장 면담까지 진행했지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을 우려한 학교 측에서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 부산시교육청은 보행환경 개선이 필요한 학교 가운데 담장 이동이 가능한 초등학교 44개 대상으로 통학로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사업이 시행된 곳은 절반이 조금 넘는 29곳에 그쳤다.

끊이지 않는 스쿨존 사고…여전히 위험한 등굣길에 선 아이들

각종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사이, 부산지역 스쿨존에서는 보행자 사망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수영구 한 스쿨존에서는 1.8t 화물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2명을 덮쳐 60대 여성이 숨졌다. 사고 당시 이곳에는 안내 표지판만 있을 뿐 안전 펜스나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 등 안전 시설물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고 뒤에도 주변 신축 공사를 이유로 반사경 1개만 추가 설치됐다.
 
지난해 9월 해운대구 한 스쿨존에서도 차량이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숨졌는데, 이곳 역시 예산 확보 문제로 표지판이나 방호울타리 등 각종 교통 안전시설물은 설치돼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동구 범일동에서 승용차가 인도를 덮치는 사고가 난 스쿨존에는 보행자용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지난해 11월 부산 동구 범일동의 한 스쿨존에서 50대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인도를 덮친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해 11월 부산 동구 범일동의 한 스쿨존에서 50대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인도를 덮친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스쿨존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을 우려하는 학부모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부산형통학안전지도시스템 '등굣길안심e' 웹사이트에는 '신호등이 없고 보도가 협소하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다', '차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해달라'는 등 통학로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이 지금도 올라오고 있다.
 
2년 전 '영도 스쿨존 참사'로 딸을 잃은 아버지는 사고 재발을 막겠다는 관계 기관들의 다짐이 공허한 약속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고(故) 황예서양 아버지는 "통학로에서 누군가 숨지는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부산시나 관계 기관은 소극적인 행정을 멈춰야 한다"면서 "당시에도 사고 재발을 막겠다던 부산시는 정작 스쿨존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일부 대책은 시범 사업이거나 참여가 저조해 진행되지 못했다고 해명하면서, 순차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스쿨존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리빙랩'을 활용한 안전 통학로 조성 사업은 참여율이 저조한 문제도 있었고, 시범 사업이었다 보니 다시 추가 계획을 잡진 않았다. '생활도로 다이어트 사업'은 지자체별로 신청받는데 올해 스쿨존 인근에 접수된 건 없었다"며 "방호 울타리를 비롯한 각종 교통 시설물은 연차별로 예산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설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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