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갈라 공연을 펼쳤다. ABT의 '다락방에서' 공연 장면. ⓒYOON6PHOTO·GS아트센터 제공줄무늬 옷을 입은 13명의 무용수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무대를 휘감는다.
안갯속에서 여러명이 무대 앞으로 등장하고 두 명, 네 명씩 짝지은 무용수들은 자유로우면서도 조화롭게 춤 동작을 이어나간다.
개성있고 힘찬 동작이 잠시도 쉴틈을 주지 않는다.
죄수복을 연상케 하는 헐렁한 검은 줄무늬 파자마, 빨간 민소매 티셔츠, 빨간 양말과 레오타드.
안개를 넘나들며 무대를 꽉 채우는 무용수들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브라보를 외치는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내렸다.
특히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흑인 수석 무용수(Principal Dancer)인 캘빈 로열 3세의 역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10년 ABT에 입단한 캘빈 로열 3세는 안주원과 함께 2020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됐다.
미국 국립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쳤다. ABT 박선미와 캘빈 로열 3세가 '대질주 고트샬크 중 2인무'에서 열연하고 있다. ⓒYOON6PHOTO·GS아트센터 제공세계적인 발레단 ABT가 27일 GS아트센터에서 선보인 마지막 공연 '다락방에서(In The Upper Room)'는 '발레'라는 고정관념을 깬 현대무용의 진수를 보여줬다.
13년 만의 방한 공연을 위해 16명의 수석 무용수를 비롯해 단원과 스태프 등 104명이 총출동한 ABT는 GS아트센터 개관일인 24일부터 나흘간 5회 공연했다.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라는 공연 주제 아래 고전 발레부터 지난해 초연한 신작까지 ABT 85년 역사를 담아낸 대표작들을 선보였다.
20세기 발레의 혁신가이자 미국 발레의 황금기를 이끈 조지 발란친의 1947년 작품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s)', 미국 무용계 여왕 트와일라 타프의 1986년 작품 '다락방에서', 주목받는 신예 안무가 제마 본드와 카일 에이브러햄이 지난해 초연한 '라 부티크(La Boutique)'와 '변덕스러운 아들(Mercurial Son)' 을 공연했다.
미국 국립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쳤다. ABT 수석무용수 안주원(오른쪽)과 크리스틴 셰우첸코가 '돈키호테 중 2인무'에서 열연하고 있다. ⓒYOON6PHOTO·GS아트센터 제공고전과 현대에 이르는 주요 작품의 2인무도 함께 무대를 이어갔다.
2020년 우리나라 발레리노 최초로 수석 무용수에 오른 안주원도 '돈키호테' 파드되(pas de deux, 남녀 무용수가 함께 추는 2인무)로 화려한 기량을 선보였다.
동료 수석 무용수인 크리스틴 셰우첸코와 함께 밝고 경쾌한 작품의 특성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안주원은 최근 뼈가 부러진 부상을 입었음에도 공중에서 양다리를 교차하는 고난도 점프 기술과 연속 회전, 공중에서 다리를 180도로 벌리는 동작 등으로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청년으로 변신한 돈키호테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미국 국립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쳤다. ABT 수석무용수 서희(오른쪽)와 코리 스턴스가 '나뭇잎은 바래어 가고 중 2인무'에서 열연하고 있다. ⓒYOON6PHOTO·GS아트센터 제공모처럼 ABT와 함께 고국 무대에 선, 올해로 입단 20년을 맞은 동양인 최초의 ABT 수석 무용수 서희는 동료 수석 무용수인 코리 스턴스와 함께 '잠자는 숲속의 공주' 파드되로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를 선사했다.
2023년 초연된 ABT 신작 '네오(NEO)'는 일본 샤미센 연주에 맞춰 ABT '간판 무용수'로 세계적인 발레 스타인 이자벨라 보일스톤과 제임스 화이트사이드가 붉은 의상을 입고 나타나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배우자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기정(47) 씨는 "네오(Neo)가 제일 작품성이 뛰어났다"며 "포인트슈즈로 선보인 '모던 발레'인데 여성 발레리나의 테크닉이 정말 훌륭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인 무용수 중에서는 서윤정이 제일 아름다웠다"면서 "화장을 예쁘게 잘 했고 표정연기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립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쳤다. ABT '간판 무용수'로 세계적인 발레 스타인 이자벨라 보일스턴과 제임스 화이트사이드가 2인무 '네오'에서 열연하고 있다. ⓒYOON6PHOTO·GS아트센터 제공GS그룹은 그룹 출범 20주년이 되는 올해 GS아트센터를 개관해 문화예술 사업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 시작으로 세계적인 발레단 ABT를 초청해 개막 공연을 꾸몄다.
GS아트센터는 6월 29일까지 모두 9편의 '개관 페스티벌' 공연을 올린다. 하반기에는 대관 공연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7월)와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11월)도 예정돼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아트센터는 강서구로 옮겨간 옛 LG아트센터 공간에 3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객석 12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30일부터는 GS아트센터의 대표 기획공연 '예술가들' 시리즈를 선보인다.
매년 장르 경계 없는 작품으로 예술 경험을 확장해온 전방위 창작가 2~3인을 선정해 그들의 다양한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올해 첫 '예술가들'로는 남아프리카의 시각예술가·공연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와 스페인의 현대무용 안무·연출가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가 선정됐다.
오는 4월 30일~5월 1일 '아파나도르'를 시작으로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5월 17~18일)'까지 모라우의 작품을 선보인다. 켄트리지의 작품은 '시빌(5월 9~10일)',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5월 30일)'을 공연할 예정이다.
미국 국립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쳤다. 조지 발란신의 '주제와 변주'에서 ABT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YOON6PHOTO·GS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