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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또 찾은 벨기에 50대 입양아들 "절대 포기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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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또 찾은 벨기에 50대 입양아들 "절대 포기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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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애리원에서 홀트아동복지회 거쳐 입양된 박산호·박정술씨 한국 찾아
    "살아계신다면 팔순 넘으셨을 부모님…꼭 안아드리고 싶어"
    '창원출신 해외입양인 가족·뿌리찾기 지원 조례' 제정 요청도

    박산호·박정술씨 기자회견. 이상현 기자박산호·박정술씨 기자회견. 이상현 기자
    1970년대 경남 마산 애리원에서 벨기에로 입양됐던 박산호(54)씨와 박정술(58)씨가 다시 한번 창원을 찾았다.

    지난 2005년부터 20년간 자신의 뿌리와 가족을 찾기 위해 고향인 창원을 10번 넘게 방문한 이들은 15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가족 찾기와 함께 창원시 차원의 창원 출신 해외입양인의 가족·뿌리찾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벨기에의 백인 가정으로 입양된 이들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해외입양인으로서 겪은 고통과 정체성 혼란, 그리고 가족·뿌리찾기를 위한 간절한  여정을 직접 들려줬다.

    현재 벨기에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 중인 산호씨는 2~3살 때인 1973년 애리원 입구에서 발견됐고, 그해 8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벨기에 가정으로 입양됐다.

    정술씨는 5살 무렵이던 1971년 마산 애리원에서 자라다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역시 벨기에 가정으로 입양됐다. 현재는 벨기에에서 수학·과학 교사로 활동 중이다.
    기자회견하고 있는 박산호 씨. 이상현 기자기자회견하고 있는 박산호 씨. 이상현 기자
    이들은 "많은 해외입양인과 유사하게 입양될 수 있는 아동이 되는 과정에서 제도적 절차를 따랐는지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관련된 기록도 없으며 민간 입양기관에 맡겨진 이후 고아호적을 발급받으며 갖고 있던 기록도 전달받지 못한 채 해외로 입양됐다"면서 "입양 이유에는 입양가정에서의 적응과 안녕을 확인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처음 입양된 가정에서 파양돼 다시 입양기관에 맡겨진 뒤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됐고 다시 입양된 가정에서도 적절한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로 인해 많은 해외입양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출신과 배경에 대해 극히 적은 정보만 갖고 있으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입양국에서 뿌리내리기 위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입양국에서 홀로 고통과 불안을 이겨내면서 한국인으로 뿌리와 고향을 늘 그리워했다"며 "지금 살아 계신다면 팔순이 넘으셨을 부모님과 재회해 안아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산호 씨는 "혹시라도 창원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부모님과 가족, 친척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저는 당신을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다만 여러분이 보고 싶고 언젠가 함께 만나고 느끼고 이야기하고 껴안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길 바란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 해도 이 여정과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하고 있는 박정술 씨. 이상현 기자기자회견하고 있는 박정술 씨. 이상현 기자
    박정술 씨도 "한국 정부와 사회가 수십 년 동안 수치심과 외면, 부정 속에 있었던 우리를 이제는 다시 품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이 한때 해외로 보내버린 20만 명이 넘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서"라며 "저에게 이 변화는 아마도 너무 늦을 수도 있다. 제 친부모가 아직 살아 계실  확률은 크지 않지만 다음 세대의 입양인들이 성공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를 통해, 367명 가운데 56명의  해외입양인에 대해 해외입양 과정에서 적법한 입양 절차를 지키지 않아 국가는 입양 과정을 민간 입양알선기관에 전적으로 일임함으로써 입양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방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들은 해외입양인도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가족을 찾고, 뿌리를 알 수 있도록 '창원출신 해외입양인 가족·뿌리찾기 지원 조례' 제정을 창원시에 요청했다.
    박산호(윗줄)·박정술 씨 제공박산호(윗줄)·박정술 씨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더불어민주당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창원 출신 국외 입양인들을 돕기 위한 지원 조례를 추진중이라고 소개했다. 창원을 찾은 국외 입양인들에게 기자회견을 주선해주고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조례의 골자다.

    전 의원은 2023년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창원시에서 국외 입양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조례 제정이 불가하다는 답을 듣고 추진이 무산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지자체장이 의지가 있다면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자체 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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