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MBK 측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전자금 확보에 난항이 예상되자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자구 노력 없이 손쉽게 손실을 털려는 탈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인수했다가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직면한 상태다. 인수 과정에서 5조원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치솟은 금융비용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알짜 자산을 팔아치우면서 인수 차입금을 갚아왔지만, 매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덫에 빠졌다.
홈플러스는 매입·영업대금을 유동화하고, 단기 기업어음을 발행해 운전자금으로 충당해 왔는데, 지난달 말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 직면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홈플러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차환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회사 자금으로 단기 자금을 갚기보다는 유동성이 어느 정도 있을 때 회생절차를 통해 차입 구조를 손보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4일 신청 11시간 만에 절차 개시를 결정한 것도 선제적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회생 절차로 금융부채 상환은 일단 유예됐다.
다만,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금융부채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모펀드들이 보통 인수하고 5년 정도 안에 기업 가치를 올려서 팔고 엑시트(출구)하는 전략을 쓰는데, MBK 입장에서는 홈플러스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매각도 잘 안되면서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한편에서는 금융 부채를 어느 정도 탕감하려는 선택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제공홈플러스의 채무 조정 대상은 2조원 규모다. 메리츠금융 1조2천억원, 은행 대출 1100억원, 기업 어음(CP) 2500억원, 매입채무 유동화 자금 3500억원 등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직전인 지난달까지도 CP를 발행해 판매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은행권 익스포저의 직접적 영향은 미미하고, 메리츠금융 역시 해당 대출 전액이 홈플러스 점포를 담보한 한 선순위 신탁채권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실제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한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신탁사의 담보가치가 약 5조원으로 평가받는 만큼 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수익권 행사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와 무관하며 EOD(기한이익상실) 발생 시 즉시 담보 처분권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 "금융회사의 익스포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상거래채권과 관련된 업체의 운영이 어떤지 눈여겨보고, 거래업체의 대금 정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6월 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4조7천억원 정도로 평가되는 홈플러스의 보유 부동산 매각 등 유동성 확보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입 매수를 통한 거액의 인수 이후, 재매각이 미뤄지고 재무 부담만 쌓이면서 MBK의 이번 홈플러스 회생 절차는 평판 훼손이 불가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