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지체장애 박사' 배출한 기부왕 교수님…'9년 동고동락'

대구

    '지체장애 박사' 배출한 기부왕 교수님…'9년 동고동락'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 최성규 교수(왼쪽)과 제자 유장군씨. 최 교수는 정년으로 유씨는 학업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게 됐다. 대구대 제공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 최성규 교수(왼쪽)과 제자 유장군씨. 최 교수는 정년으로, 유씨는 학업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게 됐다. 대구대 제공 
    "지금까지 공부하는 데 도움을 준 학과 교수님과 친구들, 시설 관계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려요. 박사과정을 마쳤으니 교사가 돼서 경제적으로 자립한 뒤 미국유학을 가고 싶어요"

    "저는 최성규 교수님과 같은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뇌성마비로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은 어려운 조건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중증 지체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유장군씨의 말이다.

    그는 일찌감치 특수교육에 특화된 대구대학으로의 진학을 결심했다. 심한 장애를 가지고 인생을 헤쳐나가고 꿈을 이루는데 이만큼 적합한 학교가 없다는 판단에서 였다.

    유씨는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언어청각장애아교육 과정을 전공한 뒤,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내리 9년 동안 학업에 매달린 결과 이번에 눈물의 박사학위(문학)를 받게 됐다.

    그는 박사과정을 거치는 동안 7편의 논문을 단독 또는 제1저자로 작성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2편의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스코퍼스(SCOPUS) 등재지에 게재됐다. 지도교수와 함께 집필한 논문 '장애인 교원의 교직입문 전과 후의 교직발달에 대한 질적연구'는 한국지체·중복·건강장애교육학회 학술지에 게재됐다.

    유장군씨가 수행한 연구는 △지체장애학교 교사의 교수학습 방법 △장애인 교원의 교직입문에 관한 질적 연구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장애인인식교육 삽화 비교 분석 등에 집중됐다.

    일반인도 이루기 어려운 성과를 이뤄낸 그는 이달말 학위수여식 때 우수연구상과 총동창회장상도 예약해뒀다.
     
    장애를 가진 유씨의 성공적 학업 뒤에는 지도교수의 세심한 배려와 지도가 있었다. 최성규 지도교수는 유씨의 학문적 발전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다. 부모마저 없어 모든 것이 힘겨웠던 유씨의 학교생활에서 스승이자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가 돼 준 은인이다.

    유씨가 대학원 진학 입학금이 없어 고민할 때 선뜻 입학금 300만원을 내놓으며 "이걸로 등록해"라고 따뜻한 격려를 건넨 것이 유씨에게는 잊지못할 감사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교수의 기부는 비단 유씨에게만 그치지 않고 힘겨운 학생들에게 따스한 힘이 돼 줬던 대구대의 기부왕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교수직을 수행하는 동안 많지 않은 교수월급을 쪼갰던 누적기부액은 7600만원. 액수는 미미하지만 가치만은 '빌게이츠급 기부'로 학교내에도 입소문이 났다.

    유씨가 자신의 장애와 연관이 있는 지체장애 분야를 마다하고 '청각장애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한 건 최 교수의 존재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최교수의 전공이 청각장애다.

    어려운 가운데 이룬 학위의 꿈이라 학업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유 군은 좋아하는 수업을 무려 7번이나 청강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유장군 학생은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서도 뒤처지는 법이 없었고, 오히려 더 저를 놀라게 할 때가 많았다"고 제자의 학교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주장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의문을 품고 겅증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도 내놨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