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에서 난 불로 창문 틀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 김혜민 기자 6명이 사망한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당시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용 승인 과정에서 필수 서류인 '소방감리보고서'가 누락됐다가 뒤늦게 첨부된 사실이 드러났다.
소방당국과 담당 지자체 등 관계기관도 현장 확인 없이 서류 검토만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전반적인 준공 과정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감리보고서 누락에 '보완' 요청도…사용 승인 미비했나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건축주 측은 지난해 11월 기장군청에 건축물 사용 승인을 접수했고 군은 지난해 12월 19일 사용 승인을 최종 결정했다. 사용 승인이 이뤄진 건축물은 안전성과 설계 내용, 관련법 준수 여부 등을 모두 충족해 사실상 준공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난 14일 리조트에서는 사용 승인 이후에도 수백 명이 투입된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작업자 6명이 숨졌다.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를 두고 사용 승인이 난 건물임에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작동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건물이 어떻게 사용 승인을 받았는지를 두고도 관련 절차가 미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군은 건축주로부터 사용 승인을 접수하고도 소방시설 관련 서류가 누락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건축주 측은 소방시설 완공 검사 신청과 감리업체 보고서 등을 미제출했고 기장소방서 측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 '보완' 의견을 군에 전달했다.
준공 전 건물 안전이나 필수 소방 시설 등에 대한 확인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만한 부분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건축주가 모든 구비 서류를 모두 제대로 갖춰 사용 승인을 접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건축법 관련 내용은 군에서 살펴보지만 나머지 부분은 관련 법에 따라 관계기관의 협의가 필요하다. 이번 경우는 소방에서 관련 서류가 누락돼 있다고 통보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만 보고 승인, 최초 점검 의무도 업체에…"현장점검 의무 아냐"
건축물 사용 승인 과정에서 소방 설비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등을 소방당국이나 관계기관이 현장 점검할 의무도 없어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소방당국이 건물 사용 승인 과정에서 화재 감지기나 유도등,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됐는지를 확인할 때 감리업체가 작성한 서류를 토대로 결정한다.
소방시설 감리는 시공사 측에서 고용한 민간 업체가 담당하며 감리업체에서 허위로 서류를 작성했을 경우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소방당국이나 관할 지자체 등 관계기관이 건물 사용승인을 위해 현장 점검을 해야 할 의무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건물 준공 후 60일 이내 최초 소방 점검 의무도 소방당국이 아닌 건축주 측에 있다. 건축주 측이 자체 점검한 결과를 15일 이내에 소방당국에 제출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소방당국이 서류 검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현장을 확인하는 등 절차가 강화될 필요가 있지만 인력 등 문제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완공증명서를 감리 결과서를 토대로 내주는 건 건축주에게 편의를 주기 위함도 있다. 보고서 결과를 믿고 소방서에서 위임해 준 것"이라면서 "그렇다 보니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확실히 담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현실적으로 소방 인력이 부족해 모두 직접 점검할 수 없어 관련 자격이 있는 감리를 믿고 사용 승인을 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