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예비교원을 만나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활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신학기가 다가오지만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지위를 둘러싼 논란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혼란을 예견한 울산광역시교육청은 일찌감치 AI 디지털교과서 시범 운영으로 방향을 정했다.
교육부가 올해에는 원하는 학교만 자율적으로 채택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울산시교육청이 더 주목 받고 있다.
전국 대다수 시·도교육청도 AI 디지털교과서 지위가 어떻게 결정나든 울산처럼 시범 운영하겠다고 선회했다.
AI 디지털교과서 법적 지위는?…다시 공은 '국회로'
AI 디지털교과서 법적 지위는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지위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교육자료일 때에는 원하는 학교만 자율 채택이 가능하다. 만일 교과서일 경우,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채택해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로 개정안은 다시 국회로 넘어 갔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 이상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부는 올해에는 원하는 학교만 자율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울산교육감 지난해부터 '신중론'…"학교 현장 검증 우선"
울산시교육청이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은 아예 유예론을 꺼내들었다. AI 디지털교과서 채택이 늦어지고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것.
천 교육감은 "AI 디지털교과서가 정식 교과서로 채택될 경우, 보조 역할이 아닌 수업의 중심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오류 사항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천 교육감은 "학교에서 시범 사업을 하는 등 교사들이 최적의 교수법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검증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교육부가 주도한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은 지난해 8월에 끝났어야 했지만 계속 지연되면서 11월에 이어 12월까지 늦춰졌다.
신학기에 교과서로 사용하려면 12월말까지 채택을 마쳐야 하는데 겨우 날짜를 맞춘 것.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울산시교육청은 4년간(2025~2028년) 울산 전체 학생의 구독료가 1628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는 교육부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것일 뿐.
실제 개발업체 투자 비용 등 여러 조건이 더해지면 6600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얼마나 늘어날 지 모르는 구독료에다 무선 인터넷 환경 구축, 디지털기기까지 포함하면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전국 시·도 교육청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천창수 울산광역시교육감이 지난 1월 7일 울산시교육청 외솔회의실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웅규 기자 전국서 AI 디지털교과서 시범운영, 단계적 적용 움직임
울산시교육청은 17개 시·도교육청 중 가장 먼저 AI 디지털교과서 시범운영 방침을 정했다.
전국에서 가장 적은 15억 원을 관련 예산으로 편성했다. 새학기를 앞두고 AI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 신청을 받고 있다.
전체 학교의 3분의 1정도를 시범학교로 운영하면서 AI 디지털교과서 검증 과정을 거친다는 것. 즉, 단계적으로 도입, 확대하겠다는 거다.
이런 가운데 울산을 따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상당수도 시범 운영으로 선회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17곳 중 13곳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기로 했다.
다만 전면 도입이 아닌 13곳은 1년 간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시범 기간을 두겠다는 것이다.
경기·제주·전북·충남도교육청은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전남·경남도교육청은 선도학교에서 시범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서울·세종시교육청은 시범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각각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