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있는 에코프로 캠퍼스 전경. 에코프로 제공'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경북지역 산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경북 동해안 주력 산업인 철강과 배터리, 자동차부품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가장 긴장감이 높아진 산업 중 하나는 배터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다 중국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는 가운데 트럼프가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전기차 의무화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친환경차(CV)로 채우는 계획이다.
전기차 세액공제 등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축소 여부도 관심이다.
IRA는 완성차와 배터리를 대상으로 △구매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투자 세액공제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등 3가지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선 최대 7500달러(약 108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전기차 구매 유인이 줄 수밖에 없어 전기차 수요 부진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에 있는 포스코 본사. 포스코 제공국내 철강업계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은 우리나라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 25%를 철회하는 대신 수입하는 철강 물량을 2015~2017년 3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63만t의 철강 수출에 대해서만 무관세를 적용받으면서 대미 철강제 수출은 2016년 350만t, 2017년 340만t에서 이후 200만t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탄소세' 도입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이 쿼터 적용으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환경 규제인 '탄소세'까지 부과된다면 철강 제품 가격이 상승해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으로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에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관세로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철강재가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 덤핑 수준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철강 시장이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된 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들어오면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철강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를 방문해 생산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경주시 제공
경주와 경산, 영천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부품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은 18.3%로 자동차 비율이 29%로 가장 높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기아차 전체 영업이익의 20%가 날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이 매우 높은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율의 관세부과는 지역 자동차부품업계에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에서는 경제와 관련해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세심한 경제 정책과 전략을 세우고, 정부와 지자체의 맞춤형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