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제공1년간 교사를 불법 촬영한 고등학생들이 퇴학 처분을 피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청으로 이관된 후 부산에서는 퇴학 처분은 단 1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교권보호위원회가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지난해 3월 말부터 이달까지 부산시교육청 산하 5개 교육지원청에서 180여 건의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고, 퇴학 처분까지 내려진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확한 교보위 개최 횟수나 징계 수위별 통계는 물론, 위원 구성 비율 등은 모두 비공개되고 있어 구체적인 운영 실태는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교육청은 개인정보 보호와 기구의 독립성 등 문제로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해 심각성과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교원과의 관계 회복 정도 등 5개 항목에 점수를 매겨 교내 봉사(1호)부터 퇴학(7호)까지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앞서 부산 A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1년간 교사를 불법 촬영한 사건과 관련해 B군 등 가해 학생들이 퇴학이 아닌 강제전학 처분을 받아 관할 교육청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이 불거진 바 있다.
관할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는 해당 사건의 교권 침해 정도를 21점 만점에 20점으로 평가하며 매우 심각하다고 봤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이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해 퇴학이 아닌 한 단계 낮은 강제 전학 처분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피해 교사를 중심으로 교권보호위원회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피해 교사들은 관할 교육청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는 서면의견서도 제출한 상태였다.
현장에 있는 교사를 중심으로는 교권보호위원회 위원 구성 시 현직 교사의 참여가 미흡해 정작 교사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부산시 산하 5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현직 교사를 교보위 위원으로 둔 곳은 해운대교육지원청이 유일하다. 남부와 서부교육지원청 등 2곳은 교장이나 교감을 포함한 교원 위원조차 배치하지 않고 있다.
이번 교사 불법 촬영 사건을 심의한 관할 교육청 교보위 출석위원 5명 가운데도 현직 교사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교조 측은 성명을 내고 교보위 위원 선정 시 현직 교사를 배치해 교사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 김은애 정책실장(서리)은 "교원 위원의 경우 15년 이상 교직 생활을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들어갈 경우 현직 교사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해 줄 수 없다"면서 "교원마저도 배치 안 된 곳도 있어 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결정된 징계 수위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등 교권 보호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처분 결과만으로 징계 수위가 낮다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권보호위원회는 자체적으로 활동을 하는 독립 기구다. 심의를 개최해 징계를 결정할 때까지 교육청은 간섭할 수 없다"면서 "사안별로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퇴학 처분이 나온 사례가 없다고 해서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