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치적으로 과시한 '한미일 3자 협력'이 일부 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도 주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한미일 공조 기조는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비와 그간 멀어졌던 중러와의 관계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다만 12·3 내란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정상 외교는 중단됐기에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바이든 '한미일 공조' 이을까…韓정부, 재점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하루 전인 19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개최된 대선 승리 축하 집회에서 "4년간의 미국 쇠퇴가 막을 내릴 것"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 폐기를 공언했다.
공격적인 '바이든 지우기' 행보 중에는 외교 부분이 특히 주목된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퇴임 전 고별 연설에서 '한미일 3자 협력'을 자신의 치적으로 재차 거론했다.
한미일 3국 공조는 윤석열 정부가 최대 외교 성과로 내세우는 사안이기도 하다. 재작년 한미 정상회담으로 도출한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신설이 대표적이다.
일본과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제시 이후 '셔틀외교'(상대국을 오가는 정례 정상회담)가 복원됐다. 한미일 3국은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각에선 '준동맹'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성과로 내세운 한미일 3국 공조를 그대로 이어 받을지, 뒤집을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일각에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대(對) 중국 견제를 위해 태평양 주변 국가를 잇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최초로 추진한 전력이 있는 만큼 한미일 협력을 이어가겠지만, 수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일 협력을 제대로 처음에 시작한 게 트럼프 1기 때였는데, 이걸 동맹 중시 기조로 정상 수준까지 끌어올린 게 바이든 행정부"라며 "트럼프 2기에서도 이어가긴 하겠지만 바이든 수준까지 지속, 강화할 것인지는 물음표가 붙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일 협력이 격하될 가능성이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가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에게 어떤 효용과 실리가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올해 주요 추진과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미일 협력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 협력 외교 기조는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을 접촉해보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각종 변수에 대비해 정부의 '유연한 외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미·일과 밀착한 반작용으로 중·러와는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됐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러시아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시사로 '파탄'을 경고하기도 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미국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당선자 생각에 반하는 온건주의자들의 스피커가 커지고 있고, 트럼프에게 주어진 4년이라는 시간도 상당히 짧다"며 "당장의 외향적인 힘만 보고 트럼프에 '올인'하는 외교 정책이나, 그동안에 해왔던 한미일 협력에 치우치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격화 예상, '유연성' 중요…대행 외교 한계도
연합뉴스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대중 추가 관세 부과 등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1기 때 했던 것과 더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효과를 거둔 부분, 이번 2기에서 새로운 카드까지 훨씬 더 대중 압박이 촘촘하게 짜일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적으론 협상이라 하지만 강력한 정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앙자 구도를 선호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감안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대일 대화를 추진하고, 지구력으로 장기전에 대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의 스탠스는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 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준영 교수는 "국익을 우선으로 양측 중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 끊임없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흥규 소장은 "외교적 균형과 적절하게 맞춰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회복 탄력성이 필요하다"며 "먼저 국내 정치 상황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터진 12·3 내란 사태는 우리 외교의 중대 변수였다는 평가다. 정상 외교 중단과 대외적 충격파를 던져줬기 때문에 향후 수습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중대한 우려" 등 극히 이례적인 표현으로 비판적 인식을 보인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가 나를 '혼돈'(상황)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을 보라"는 언급을 했다고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내란 사태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민정훈 교수는 "정상 외교상의 결정과 추진을 현재는 못하고 있고 권한대행도 책임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