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졸업후 구직활동을 이어가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일자리 구하기는 전쟁에 가깝다. 일자리를 구해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경제적 자립을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구직활동은 총성없는 전쟁에 비유되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 충분한 일자리가 없고 인력을 산업현장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과학기술은 광속으로 발전하다 보니 일자리 다툼은 더욱 격해질 일만 남았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는 학생들(졸업예정자)과 그들을 돕는 대학들도 갈수록 일자리 얻기에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진화중이다.
요즘 취업전선의 가장 큰 화두는 AI의 출현이나 전문직, 공시 등 다양한 주제들 가운데서도 '직무역량'과 '중고신입'이란 말로 요약된다. 직무역량은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지를 의미하고 중고신입은 신입과 경력직 사이의 어디쯤엔가에 위치해 있는 정체성을 가진 인재를 의미하는 말이다.
영남대 노경윤 진로취업지원팀장은 16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체들이 가장 원하는 인재상은 업무수행과 직무역량이 검증된 인재로 직무중심의 채용시장에서는 스펙보다는 현장에 투입됐울 때 필요한 업무수행능력이 중요하고 이른바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중고신입은 경력직과 신입사원 사이에 있는 대체로 2년 미만의 경력을 갖춘 취업준비생으로 현장에 투입되자마자 능동적으로 업무을 추진할 수 있는 인력들이다. 기업들의 최선호 인재상이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직원들을 상대로 한 OJT(연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으니 물정 모르는 신입사원보다는 쓰임새가 더 크다.
다른 한 가지는 전통적인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면서 장기간 시험준비를 통해 일거에 대기업이나 A급 직장에 안착하기 보다는 일자리 수준이 B,C급으로 떨어지더라도 일단은 입직(入職)에 성공한 뒤에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는 전략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노경윤 팀장은 이와 관련해 "취업시장도 사다리화 돼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가는, 조금은 불완전한 직장에서 만족스러운 직장으로 옮겨가는 것이 추세이고, 이를 반영하듯 대기업에서도 과거처럼 공채로 인재를 구하지 않고 수시채용으로 완전 전환된 지 오래다"고 설명했다.
취업의 트랜드와 기업의 수요에 가장 민감한 곳은 취준생도 취준생이지만 이들을 지원해서 좋은 일자리로 이끌어야 하는 대학들이다. 취업률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그 성과가 경쟁력으로 인식되다 보니 대학들은 학생들 취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년 60~70%정도의 취업률을 기록중인 대구 경북대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AI면접실과 상담센터 운영 △AI와 연계한 직업적성 찾기 △풍부한 현장실습 경험을 위한 예비인턴과정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가동중이거나 준비중이다.
특별히 이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인턴지원에서 합격의 관문을 넘어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저학년부터 관련 경력을 쌓고 스펙을 쌓는데 취준생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안수 학생처장은 15일 "졸업 1년전이나 졸업에 임박해 인턴이나 취업에 도전하는 것으로는 성공적 취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 현실을 감안, 봉사활동과 실습프로그램, 해외연수 등 다양한 수단을 마련해 학생들이 미리미리 업무능력과 인맥,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데 취업지원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대 캠퍼스 보이는 건물은 본관이다. 이재기 기자 이 처장은 "경북대는 입학한 해인 1학년부터 인턴십이 시작되고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가급적 많이 해당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인턴지원(준비)에 2~3년이 걸리는 만큼 조기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구의 명문사립 영남대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1:1 상담을 활성화 해 '취업을 위해 적합한 플랜'을 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영남대 관계자는 "대학이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지만 재정이나 인력 등 여러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현실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 많아도 부처별로 또는 지자체간 칸박이나 중첩이 많아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 어려운 현실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구경북은 하나의 권역이지만 시와 도의 일자리 정책은 따로 놀고 있다. "영남대의 경우 소재지는 경북도이지만 재학생의 80%이상이 대구에 거주하고 있어 시도간 일자리 협업이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도권 중심의 일자리 블랙홀현상에 대한 우려가 녹아 있다.
영남대 경산캠퍼스 전경. 영남대 제공몇 대에 걸쳐 정부에서는 균형발전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가속화하고 있고 일자리의 수도권 블랙홀은 더욱 심해져 지방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서울은 미국 실리콘밸리 처럼, 지방은 쇠락한 디트로이트 처럼 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이런 점에서 일자리 찾기가 취업준비생들과 대학들만의 각자도생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개입'과 '정책'이 현실에 최적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