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괘념치마시고 조금 기다려보시죠, 회장님.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들입니다. 거 뭐하러 개돼지들에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 것입니다."
2015년 전국을 강타했던 영화 '내부자들'에서 기업체 회장과 언론사 논설주간이 주고 받았던, 온 국민들의 머리 위로 그을음을 피워내며 분노게이지를 높였던 이 대사는 1년 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입을 통해 충무로에서 현실로 실감나게 이어졌다. 당시 이 고관대작께서는 언론사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어차피 모두 평범할 수는 없으니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당찬(?) 소신을 밝혔다. 술 한 잔 더 들어갔다면 인도의 '카스트 제도'까지 들여올 기세였다. 그랬던 이 영화 속 그 장면의 뉘앙스가 이번 탄핵정국에서 또다시 소환되고 있다.
"나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앞장서 반대했어. 끝까지 갔어. 그때 나 욕 많이 먹었어. 그런데 1년 후에는 다 의리 있어 좋아',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과 '1년 뒤엔 다 찍어주더라' 발언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 을) 국회의원 인천지역 사무실 앞에서 10일 오전 사회 대전환·윤석열 정권 퇴진 인천운동본부가 내란공범 국민 무시 윤상현 의원 즉각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의 이 발언 속엔 개돼지라는 표현만 없다 뿐이지, 그 뉘앙스는 고스란히 깔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의 모두가 알아챘는데도 검찰 눈에만 안보였던 전 법무부 차관이 온 국민을 상대로 시력 테스트를 한게 벌써 11년 전의 일이다. 이어서 2년 전 9월에는 '바이든' vs '날리면' 게임이 국민들의 청력을 테스트했고, 이로 인해 한때 4월에는 "봄바람에 벚꽃잎이 흩'바이든'"이라는 우스개 노랫가락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지금의 탄핵 정국에서는 온 국민을 상대로 하는 3년짜리 '기억력 테스트'가 등장했다.
선량(選良)!
뛰어난 인물을 가려서 뽑는다는 뜻으로 국회의원들을 지칭하는 품격있는 단어다. 그런데 국민을 상대로 기억력 테스트에 나서는 이 선량(選良)께서 던진 말 속에는 말로라도 '존경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금세 끓어오르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조롱섞인 '냄비 근성'만을 담고 있다. 심히 불량(不良)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보석으로 존중받기를 원치 않으며 돌로 무시받기도 원치 않는다" 노자의 말이다. 온 국민들이 개무시를 당하지 않으려면 똑똑히 기억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량(不良)한 선량(選良)들께 한 말씀 올린다. 당신들이 개돼지로 바라볼지도 모를 민중들의 마음 속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팰리스 나비다~'가 아닌, '탄핵이 다비다~'라는 캐럴송이 불려지고 있음을…
전북 CBS 이균형 보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