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황진환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의 페이스북은 지난 6일 이후 사흘째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여당 중진 중에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계엄 반대 목소리를 냈고, '탄핵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주요 국면마다 입장을 냈던 오 시장이지만, 탄핵 무산 이후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고 있다.
그는 전날인 8일 국무위원 간담회 참석 뒤에도 책임총리제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정치적인 얘기가 나올 상황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SNS를 통해 탄핵 무산 이후 무려 6개의 글을 올리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견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정국 수습방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과 대조된다.
불안과 혼란에 빠진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유력 정치인들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지금, 차기 대선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오 시장은 왜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고 있을까.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오세훈 시장은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도 상황이지만, 계엄 후폭풍으로 연말 각종 송년회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 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특수 실종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등 민생 경제가 힘들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오 시장이 9일 오전 실·본부·국장을 전원 소집해 간부회의를 열고 "본연의 자리"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오 시장 측근들의 설명이다.
간부회의 주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그는 회의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시민의 일상을 철저히 챙겨나가겠다"며, 무엇보다 연말 연초 소비위축을 막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씩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비상한 경제상황을 반영해 이번주는 10일부터 매일 비상경제회의를 연다. 10일 오후에 오 시장이 주재하는 첫 비상경제회의에는 소상공인연합회 뿐만 아니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들도 불렀다. 서울의 소상공인 등 민생 경제 뿐 아니라 서울로 들어오는 해외 투자 등에 문제는 없는지 의견을 듣고,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 간부들에게 현장에 나가 직접 자영업자들과 관광·숙박 업계 등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도 주요 민생 경제 현장을 직접 돌며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또 "군과 경찰을 포함 모든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할 때 그 존재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현 시국에서 공무원들의 공직기강 확립과 정치적 중립 준수도 당부했다. .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일단 중진으로서 낼 수 있는 목소리는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다 냈다고 본다"며 "지금 오 시장의 초점은 서울시정이 걱정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지만 서울시가 나서서 민생을 중심에 놓고 움직이면 다른 지자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불안도 많이 가라앉지 않겠느냐"고 오 시장의 의중을 전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정치적 침묵'이 마냥 계속되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집회 관리와 민생경제, 취약계층 돌봄에 집중하되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할 때는 하겠다는 것. 이 관계자는 "여당 내부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중진으로서 정치적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