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 10분쯤 부산 해운대구청 인근 일방통행로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벤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2명이 숨졌다. 연합뉴스대규모 피해를 야기한 전기차 화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벤츠가 이번에는 잇따른 급발진 의심 사고에 휩싸이면서 겹악재를 만났다. 여기에 경찰의 강제수사마저 본격화되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그간 벤츠가 쌓아온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10분쯤 부산 해운대구 한 삼거리에서 벤츠 차량 1대가 인도 위로 돌진했다. 해당 차량은 인도 위에 정차중인 트럭을 들이받은 뒤 행인 2명을 덮쳤고, 이후 인근 점포로 돌진한 뒤에야 멈춰섰다.
이 사고로 70대 여성 행인이 현장에서 숨졌다. 벤츠 차량에 부딪힌 60대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전봇대 하나도 해당 차량의 충돌로 뿌리째 뽑혔다.
사고를 낸 70대 차량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는 음주를 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약물 간이시약 검사 등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부산 경찰이 공개한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벤츠 차량의 브레이크 등에 불이 들어와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차량 비상등을 점멸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사고 현장 바닥에는 차량이 급제동할 때 남는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 마크가 없는 점에 비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실제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같은날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서는 벤츠 차량이 신호 대기중이던 차량 8대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운전자는 마찬가지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전기차 화재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벤츠로서는 연이어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더없는 악재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지난달 1일 인천 청라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EQE 350 폭발 사고는 주변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고, 5개동 480여가구의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낳았다.
특히 벤츠 전기차 EQE 350에 탑재된 배터리셀이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의 제품이 아닌 중국 파라시스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그간 고급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스스로 실추한 건 물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망적 행태라는 지적마저 쏟아지고 있다.
실제 벤츠 차주들은 벤츠가 일부 EQE 전기차에 세계 10위권인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해놓고 소비자들에게는 CATL 배터리를 장착했다고 알린 점을 문제 삼으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 신청을 진행중이다. 일부 차주들은 청라 화재 사고로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는 등 물질적 피해와 화재 우려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도 준비중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경찰청은 지난 10일 벤츠코리아 서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청라 화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화재 사고의 원인이 벤츠 전기차 자체의 결함이나 작동 오류 등으로 밝혀질 경우 피해 보상 등 민사상 책임은 물론 형사적 책임도 뒤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