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개각을 예고하면서 집권 2기 장관들에 대한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현 내각 장관들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집권 초반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고 올바른 개각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장관평가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4일은 9번째로 이상희 국방장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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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철한 대적관의 소유자 이상희 장관 이상희 국방장관은 자기 주장이 강하며 무골 기질도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 장관은 국방부 내에서 전형적인 야전 사령관으로 통한다.
이 장관은 1970년 육군사관학교(26기)를 졸업한 뒤 보병 소위로 임관해 연대장과 기계화보병사단장, 군단장 그리고 합동참모본부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합참의장직까지 수행했다. 군내 최고통수권자인 합참의장직을 끝으로 2006년 전역해 40여년의 군생활을 마감한 이 장관은 이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연구활동에 전념하다 현정부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귀환''했다. 국방부와 군내에서 이상희 장관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완전무결''. 군의 한 관계자는 "이 장관은 자신이 추진하고 결정한 사항은 옆에서 누가 뭐라해도 끝까지 관철시키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국무회의를 비롯한 외교안보 관계장관회의 등에서 확고한 신념과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보고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출신이 아닌 군 출신의 이 장관은 투철한 대적관으로 무장했다.
실제로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전군에 확고한 대적관 확립을 강조하는 한편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는 호칭 대신 그냥 ''김정일''이라고 부른다.
▣ 범상찮은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 이상희 장관의 이같은 투철한 대적관은 간간이 설화(舌禍) 사건으로 비화해 현 정부 들어 더욱 위축되는 남북관계 속에 적찮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대남 전면대결태세를 선언해 서해 북방한계선과 비무장지대 등 접적지역에서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한껏 높아지던 지난 2월, 이 장관은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 참석해 "북이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선제공격을 해 올 경우 타격지점을 공격하겠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1, 2차 연평해전 이후 현장 지휘관에게 작전 지휘권을 대폭 이양하고 일반적 교전수칙을 뛰어넘어 적 기지를 직접 타격하겠다는 이 장관의 선언적 발언은 확전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며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 장관의 타격지점 공격 발언 이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성명을 내고(2월26일) "그 아성까지도 초토화될 것"이라고 맞대응하며 위기지수를 높였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있었던 지난 5월25일 이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했으면 우리도 핵으로 대응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해 또한번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특히 6월초에는 "북한 정권은 인민들의 삶과 행복보다는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우선시하는 부도덕하고 반인권적인 집단"이라며 "비이성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반민족적 도발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군에 하달했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에 ''꼿꼿장수''로 통하는 전직 국방장관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도 "이상희 장관의 강경일변도 대응이 남북대치 상황을 자칫 ''전면전''으로 내몰 수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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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따라 달라진 국방개혁안..자주국방 의지 퇴색 이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합참의장직을 수행하면서 ''국방개혁 2020''을 입안한 장본인이다.
당시 이 장관은 "국방개혁 2020은 퍼펙트한 계획"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지난 6월26일 청와대 재가를 받아 수정 발표된 ''국방개혁 기본계획''(2009-2020)은 원안과 달리 자주국방 의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방개혁 2020''의 핵심은 자주국방과 군 효율화.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과 달리 수정안은 북한의 재래식 위험을 강조해 지상군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자주국방을 위한 전제조건인 정보수집용 고(高)고도 무인기 도입사업과 공군 작전 반경을 크게 넓히는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 그리고 한국형 중(重) 잠수함 건조계획 등은 예산상의 이유로 줄줄이 연기됐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 대통령을 동시에 보좌한 이 장관은 주위로부터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 지나친 권력집중에 대한 우려감
''완전무결''이라는 말은 국방관련 업무에 있어 이 장관의 뚜렷한 주관을 표현하는 동시에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군 내부에서는 인사와 정보관리, 방위산업 등 장관 1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방부가 군 인사법에 명기된 제청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각군 참모총장 권한이 축소되고 각군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청와대가 오는 8월 중폭 이상의 개각을 예고하면서 이상희 장관도 개각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북한의 잇딴 도발 정국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 청와대로부터 호평을 받은 점과 현재의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국방장관을 바꾸는 것에 대한 신중론, 여기에 안보 관련 발언 논란 등이 이 장관의 거취를 결정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