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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화책'에 힘 실어도…의료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



보건/의료

    정부 '유화책'에 힘 실어도…의료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

    대교협, 대입전형 시행계획 승인하며 '27년 만의 의대 증원' 이뤘지만…
    의료계, '대학지원 약속'에도 회의적…"3년 지난다고 하늘서 교수 떨어지나"
    대법 판단 거듭 촉구하는 의대 교수 등 여론전 지속…이탈 전공의 공백도 여전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계속되고 있는 23일 대구 한 의과대학 자율학습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계속되고 있는 23일 대구 한 의과대학 자율학습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의과대학 2천 명 증원'을 공식화한 지 100여 일 만에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이탈은 해결될 기미가 없지만, 내년도 증원이 혹여 송사로 무산될까 마음 졸였던 정부는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다.
     
    전공의들을 향해, '이제는 집단행동 명분이 없다'며 거듭 대화를 요청한 정부는 이들의 복귀를 유인할 유화책과 함께 대학별 교육여건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책 정당성을 둔 싸움에선 일단 1차 판정승을 거둔 만큼 의료계의 반발을 잠재울 후속 카드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단 취지다.
     
    윤 대통령도 26일 교육당국에 증원 대학과 적극 협력할 것을 주문하며 '원활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다만, 의료계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한 사실이 곧 '내년도 의대증원 확정'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증원 집행정지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점을 들어 마지막까지 증원 강행에 맞선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증원=교육 불가' 아니란 정부, 상반기內 대학 지원책 마련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올 상반기 안에 내년부터 의대정원이 증원되는 대학들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지켜 온 의대 교수 등이 급격한 증원에 따른 '의과교육 부실화' 우려를 강하게 제기해온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간 의료계와 정부는 의사 수 확충을 위한 증원 자체가 타당한지를 놓고 첨예한 논쟁을 벌여 왔으나, 실제 증원이 이뤄졌을 때 적어도 현행 수준의 '교육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도 큰 화두였다.
     
    앞서 의사들이 제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대목 중 하나도 '(증원된 의대생들이 실습 시 활용할) 카데바(해부용 시신)가 만일 부족하다면 수입도 고려하겠다'(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는 취지의 브리핑 발언이었다.
     
    당초 현재 정원(49명)의 4배에 달하는 '200명'을 배정받은 충북대 의대의 경우, 강의실도 단 3개뿐인 데다 '일반인으로부터 연평균 (카데바용) 시신을 10구 기증받는데 어떻게 교육을 진행해야 할지 걱정된다'는 교수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지난 3월 말 사직의사를 표한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해부학 실습실에 200명이 들어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강의실·교수 등 확충 없이) 정원만 늘리면 카데바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습 시 착용할 '600원짜리' 의학용 라텍스 장갑도 못 사주는 상황에서 인프라 지원을 약속한 정부의 말을 어떻게 믿겠냐며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2025학년 의대 입학생들이 본과 과정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는 3년의 준비 기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복지부는 "의대들의 교육 여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관계부처 간 협력해 앞으로 3년간 교수 증원, 강의실, 실습실 확충, 실습기자재 확보 등 필요한 지원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무조정실 주관 아래 유관부처가 참여하는 '의대교육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TF를 구성하며 예정했던 타임라인대로 대학별 지원수요를 조사해 내달 중 지원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당장 추가로 필요한 교수를 구할 방법이 없다는 현장 지적과 관련해선 2027년까지 거점국립대 교수를 1천 명 늘리고 필요 시 더 보강하겠다는 구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3년 지난다고 기초의학 교수, 하늘에서 떨어지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며 연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며 연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의대생들을 가르치며 임상 경험을 쌓아 온 교수들은 '3년이 지난다고 교원 수급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기초의학교수(의사과학자) 임용 팩트체크'란 제목의 자료를 내고 "의대 교수들은 (전부터) 96% 이상이 교수 채용이 어려울 거라 예상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발행한 보고서('기초의학교육의 현황과 전망')를 들어 "보고서는 (의대) 증원 논의 전 상황인데도 '기초의학교수, (그 중에서도) 특히 의사과학자 수는 더 부족할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향후 5년 이내 기초의학 교수 229명이 퇴직할 예정이고, 근 3년간 신규 임용된 수는 245명뿐이라고 짚었다. 현재 대학원에서 기초의학을 전공 중인 의사도 한 학년당 26명에 불과해 보통 매년 40명이 채용되는 기초의학교수 수요를 맞추기도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증원 대상이 된 한 대학 수요조사서에 따르면, 2025학년도 12명의 기초의학교수 신규 임용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는데, 이는 통상 평균 외 10명의 교수가 증가한 수치라고도 밝혔다. 기존 수요에 더하면 의과학자는 전국적으로 총 190명이 요구된다는 계산도 내놨다. 이들은 "내년도엔 이 정도 의과학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나"라고 되물었다.
     
    어찌저찌 배로 늘어난 학생을 몰아넣고 강의를 시작한다 해도, 교육 질(質) 저하를 면할 순 없다는 게 교수들의 시각이다.
     
    전의교협은 의대 증원으로 예상되는 이득보다 폐해가 더 크다고 분석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의견서를 인용해 "우리나라처럼 정원의 65%를 한꺼번에 증원하는 나라는 없다. 올바른 역량을 갖춘 의사 양성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의대정원이 10% 이상 변화가 있으면 의대 인증을 다시 받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버티겠다"는 교수들·복귀생각 없는 전공의…달라진 건 없어

    제주대 의대 학생들이 지난 23일 오전 부결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하는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열리는 대학 본관 회의실 앞에서 증원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제주대 의대 학생들이 지난 23일 오전 부결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하는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열리는 대학 본관 회의실 앞에서 증원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이 같은 입장을 담아 이날 오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대학총장 및 법원에 요청하는 메시지 발표' 기자회견을 의협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대법원 등에 '의학교육현장의 파국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합리적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32개 대학 총장들에 대학입시요강 발표를 법원 판단까지 미뤄줄 것을 재차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에는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현 의료개혁의 문제점을 짚는 취지로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한 언론 간담회를 연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 최창민 위원장은 "정부는 이미 50% 정도의 가동률로 운영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문제없다'고 하고, 종합병원은 교수들을 빼가려고 한다"며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음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선 하반기 국정감사를 대비해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을 입증할 자료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 확정'이 의·정 갈등 종식 등 '사태 일단락'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비상진료 유지를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 중인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진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전국 수련병원장들에게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도 이 일환이다. 금주부터 시작되는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홍보 및 병원들의 참여 독려도 지속할 방침이다.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내려질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관련해 실 처분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처벌을 면해주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늦게라도 돌아오기만 한다면 개인별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현장의 공백도 즉각 해소하겠다는 의도지만,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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