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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 떠는 거 아닙니다" 각성한 정지석, 레오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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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방 떠는 거 아닙니다" 각성한 정지석, 레오보다 무섭다

    대한항공 정지석이 29일 OK금융그룹과 챔프전 1차전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KOVO대한항공 정지석이 29일 OK금융그룹과 챔프전 1차전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KOVO
    프로배구 대한항공 토종 간판 정지석(29·195cm)이 역대 최초 4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향한 발판을 놨다. 정규 시즌의 아쉬움을 딛고 각성한 정지석은 리그 최강으로 꼽히는 외인을 뛰어넘는 무서운 위력을 뽐냈다.

    정지석은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OK금융그룹과 1차전에서 양 팀 최다 31점을 쓸어 담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 성공률 67.65%에 블로킹을 7개나 잡아내는 등 공수에서 펄펄 날며 세트 스코어 3 대 1 승리에 앞장섰다.

    정규 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은 5전 3승제 챔프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18번의 남자부 챔프전에서 1차전에서 이긴 팀은 13번이나 우승해 72.2%의 확률을 보였다.

    사실 정지석을 비롯해 대한항공은 1세트 몸이 풀리지 않은 듯 실수를 연발했다. 정지석은 동료가 걷어낸 공을 백토스하다 엉뚱하게 상대 주포 레오에게 건네는 실책을 범했고, 서브 범실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1세트에만 상대보다 배가 많은 10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정규 리그 이후 15일 만에 치르는 실전이라 감각이 떨어진 모양새였다. 결국 대한항공은 1세트를 22 대 25로 내주며 기선 제압을 당했다.

    하지만 2세트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분전 속에 힘을 냈다. 정지석은 세트 초반 서브 득점으로 분위기를 살렸고, 세트 중후반 다이렉트 킬과 노련한 왼손 밀어넣기, 강력한 직선 강타 등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지석이 왼손으로 재치 있는 밀어넣기를 시도하고 있다. KOVO정지석이 왼손으로 재치 있는 밀어넣기를 시도하고 있다. KOVO
    3세트 정지석은 상대 미들 블로커 박원빈의 속공을 블로킹하는 등 높이에서도 위력을 뽐냈다. 이날 정지석은 팀 전체 블로킹 11개 중 무려 7개를 책임졌다. 디그도 팀 최다 11개를 걷어내는 등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날 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꼽히는 OK금융그룹 레오는 22점, 공격 성공률 40% 초반에 머물렀다. 물론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PO), 현대카드와 준PO를 치르고 챔프전에 오른 체력적 부담이 있었을 터. 그러나 레오는 정규 시즌 득점(경기 평균 26.5점), 공격 성공률(54.5%) 2위의 MVP급 활약을 펼쳤다.

    정지석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에 따른 부상으로 정규 리그를 뒤늦게 시작했다. 지난 시즌 35경기에서 올 시즌에는 24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득점도 경기 평균 14.5점에서 8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서브 득점(세트당 0.18개)과 블로킹(0.34개) 등 모두 지난 시즌보다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 정지석은 레오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뽐냈다. 이날 첫 선을 보인 대한항공 새 외인 막심이 공격 점유율이 더 높았음에도 20점(공격 성공률 44.4%)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정지석의 위력이 새삼 돋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하는 정지석. KOVO경기 후 인터뷰하는 정지석. KOVO

    경기 후 정지석은 "큰 경기라 몰입도가 높았다"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 경기 중에 그런 모습이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도 "부상 때문에 힘든 시즌을 보냈는데 본인이 중요한 경기라 스스로 본인의 모습을 증명해냈다"고 에이스의 부활을 반겼다.

    큰 경기를 맞아 자신감이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정지석은 "챔프전만으로도 (동기 부여가 되는 부분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면서 "정규 리그에서 하면 할수록 안 됐던 게 생각났지만 챔프전 오면서 다 잊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자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방 떨기 직전까지 자신감을 최대치로 올린 게 잘 먹힌 것 같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동료들의 공도 잊지 않았다. 정지석은 "1세트 범실이 많이 나왔는데 2세트 형들이 노련한 모습을 보여서 잘 해나갈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오늘 잘 했지만 배구는 6명이 하는 것이니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베테랑 선배들을 위해서라도 더 힘을 내고 있다. 정지석은 "나도 우승이 간절하지만 제일 간절한 선수는 한선수, 곽승석 형"이라면서 "언제 이런 멤버로 다시 뛸지 모르니까 형들을 위해,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초의 통합 우승 4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 "기술적으로 자신감이 있지만 더 중요한 점은 아프지 않게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을 깨달았다"며 각성한 정지석이 있기에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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