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 유연화' 요청을 수용하면서 '강대강'으로 치닫던 의정(醫政) 갈등이 극적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오는 26일로 예고한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일단 연기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청한 한 위원장의 건의에 호응한 모습은 당정 간 갈등설을 재차 잠재우는 한편, 총선을 앞두고 최대 국정 현안에 '원팀'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24일 한 위원장이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자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의료 공백 장기화 등 현안을 논의했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은 한 위원장이 간담회를 마치고 중재자 역할을 자청한 지 1시간여 만에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에서 한 위원장이 간담회를 한다는 것을 전달 받았고, 만난 뒤 관련 요청이 오자 기류가 좀 많이 달라졌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대통령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성태윤 정책실장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과 관련 "가급적 정부는 행정·사법적 처분이 나가지 않는 것을 희망한다"며 "법과 원칙에 있어서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원칙 대응 기조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는 25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예고와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 예정 등 극한의 의정 갈등을 앞두고 당과 함께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6일부터로 예상됐던 면허 정지 처분은 일단 유예될 방침이다.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 중 가장 먼저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받은 이들의 의견 제출 시한이 25일 종료됨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에 돌입한다고 예고해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예정했던 면허정지 처분도 일단 연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정의 이러한 모습은 최근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논란 등으로 불거졌던 갈등 구도를 재차 잠재우고, 최대 국정 현안에 긴밀하게 '원팀'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 22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계기로 피격된 천안함 현장을 함께 둘러보면서 당정 간 갈등설을 불식시킨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이 불안한 상황을 막고, 방식을 좀 유연성 있게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의료계와의 건설적 대화체 구성과 관련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정과 의료계는 의료개혁에 대해 각자 입장 차가 있지만,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도록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