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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중요…공공의료 논의 실종"

보건/의료

    "의대증원,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중요…공공의료 논의 실종"

    녹색정의당 긴급좌담회…"필수의료 패키지, '의료개혁'과 거리 멀어"
    "수만 크지, 공공적 배치방안은 부재" "10조, 어디서 끌어올 건가" 지적
    사태 장기화 우려 속 '공론화위' 출범 제언에…"실현가능성 없다" 비판도

    녹색정의당은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의대 증원 추진이 촉발한 전공의 사직 등 현 상황과 관련한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이은지 기자녹색정의당은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의대 증원 추진이 촉발한 전공의 사직 등 현 상황과 관련한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이은지 기자
    16일째 지속되고 있는 '의료 공백'을 촉발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이 '2천 명'이란 수치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어떻게' 늘릴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전무(全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정부가 공언한 것처럼 이번 증원이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이 되려면,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의대정원 증원을 공개적으로 찬성해온 녹색정의당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장기화되는 의사 집단진료거부와 의대증원, 각계각층으로부터 해법을 모색한다'는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말까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일했던 나순자 녹색정의당 의료돌봄통합본부장과 의료정책 전문가, 지방의료원장, 환자단체 및 시민단체 등 다양한 패널들이 참석해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토론회에선 그간 의(醫)-정(政) 간 '강대강' 대치로만 조명돼온 찬반구도 속에서 소외된 목소리들이 나왔다. 특히 의사 수 확충을 위한 의대 증원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면서도, 현재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시민을 위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의사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정책은 '의료시장화 정책'으로, (오히려) 필수의료를 더 붕괴시키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이 비판하고, 시민사회가 독립적 대안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 정원(3058명)의 65% 이상인 규모는 획기적이나 이들이 실제 지역 필수의료에 종사하도록 유도하는 '공공적 배치' 방안은 빠져, 증원이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을 거란 취지다.
     
    전 정책국장은 "정부는 단순히 숫자만 늘리면 공급이 될 거라고 얘기하지만 의료 부문은 수요·공급 원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더 많은 의사들이 '과잉 진료'나 (미용·성형 등) 비필수 분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80%의 국민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존재는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부족'을 피부로 느끼는 의료취약지의 경우, 애초에 관내 병원 자체가 없다는 점도 짚었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도 최소한의 필수의료 인프라가 유지되려면, 수익성을 좇는 민간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공공병원을 짓고 복무할 의사를 직접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국장은 앞서 '비수도권 미니 의대' 중심 증원을 약속한 정부의 발언을 두고 "대형병원 충원을 위한 위장일 뿐"이라며 "예를 들어 울산의대 부속병원은 실질적으로는 (빅5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육과 실습이 이뤄진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와 의사들이 표면적으로는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진정한 대안'인 공공의료 강화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도 꼬집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도 정부의 정책패키지에 대해 "'빠진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보상 강화 차원에서 고안된 '공공정책수가' 또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지원하겠다는 개념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의료인력 교육·수련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에) 10조를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겠다는 것인지, 또 가장 중요하게는 그 재정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의사 파업의 핵심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문제"라며 "그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의대 확충 과제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의사 파업의 핵심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문제"라며 "그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의대 확충 과제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일단 현재 진행 중인 의대 증원이 확실히 완결돼야 이후의 개혁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의료 비중이 전체 10%도 안 되는 한국의 특성상, 공공병원을 갑자기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잘 만든 건강보험을 통해 공적 체계로 컨트롤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부족하면 국민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못 받을 가능성도 늘어나고, 공급을 자유시장에 맡겨둔 국내 상황에선 임금 상승을 통한 의료비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며 "이 양자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대 증원, 하나뿐이다. 의료자원에 대한 유일한 정책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의·정 대치가 총선 이후까지 장기화될 거란 전망 아래 '사회적 대화' 기구를 꾸려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나 본부장은 의대정원 안건이 의결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국민 참여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자고 제안했고,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도 정부와 의사단체, 병원 노·사 및 환자단체 등이 함께하는 대화기구를 만들자고 제언했다.
     
    다만, 공론화위 등의 경우, 참여 주체들이 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전공의 등의 '조건 없는 복귀'가 전제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 교수는 "그럼 그때까지 의대 증원을 미루란 얘기인가"라며 "공론의 장은 (물론) 열려야 하지만, 증원은 2~3주 내 (절차가) 끝나야 한다"고 반박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도 "의사들은 (정책을) '원점 재검토', '전면 폐지'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정부가 대화에 나설 경우) 문재인 정부 당시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공의로는 유일하게 행사에 참석한 류옥하다 전 대전성모병원 인턴은 "의사들은 집단 진료거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파업' 또는 '집단행동'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보였다. 류옥씨는 "(다른 패널들과) 진단부터 다르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현 상황은) 보건의료 독재를 일삼고 있는 윤 정부와 '을'(乙)인 전공의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대전성모병원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사직서를 제출한 류옥하다 씨. 이은지 기자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대전성모병원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사직서를 제출한 류옥하다 씨. 이은지 기자
    반면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김성주 대표는 "전공의들은 개인적인 의사로 진행된 사직임을 강조하는데, 그 물결이 우리 환자들에게는 배가 파손되고 침몰하는 '죽음의 물결'로 다가오고 있다"며 "저희는 더 이상 기다리고 참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의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팩트'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의료계와 정부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나 사후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은 너무 참담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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