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행정·사법절차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의사면허 취소 사례가 무더기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2월 내로 돌아와야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부분은 여전히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재발급'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관련법령이 까다로워지면서, 종전처럼 쉽지 않으리란 지적이다.
3·1절 연휴 기간에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 등 13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한 정부는 4일부터 약 8천 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본격 착수했다.
'복귀 데드라인'이었던 2월 29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 점검 결과,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소속 전공의의 72%인 8945명으로 집계됐다. 28일 기준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은 전공의는 누적 7854명이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에 의해 실제 '결근'이 확인된 전공의가 전체 전공의(약 1만 3천 명)의 60%가 넘는 셈이다.
면허정지 절차는 징구된 불이행 확인서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기존에 밝힌 대로 최소 3개월간 면허의 효력이 정지되는데, 처분 통보는 빠르면 오는 5일 바로 예고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당장 이날 병원 50곳에 직원을 급파해 전공의 복귀현황 등을 점검 중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전공의 수련기간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므로 전문의 자격 취득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지게 된다"며 "행정처분 이력과 그 사유는 기록되므로 향후 각종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의사들의 '불이익'이 면허 일시정지에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복귀명령 등 위반사항에 대한 고발 등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현재 경찰이 전공의들의 '선배' 격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수사는
정부의 엄단 의지를 보인 본보기이자, 전공의들을 향한 '경고'라는 해석이 많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달 1일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고, 전날 4명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오는 6일부터는 본격적인 소환조사도 시작한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가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 정부는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고, 이에 불복하면 3개월에서 1년 이하의 면허 정지 또는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개정안 시행 이후, 면허 취소는 상대적으로 더 쉬워졌다.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제한됐던 의료인 결격사유가 모든 범죄로 확대되면서,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면허 취소가 가능해진 것이다.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 등을 어겼단 이유로 당국이 의협을 고발했듯,
복지부의 고발과 수사가 이어질 경우 전공의들이 단체로 면허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허정지 처분이 3번 이상 누적돼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면허취소 시, 재교부 권한도 복지부 장관에게 있는데, 의료법은
'(면허)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즉, 지난달 20일 대전협이 내놓은 성명처럼 '의대 2천 명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집단행동으로 정부와 정면충돌한 경우 면허 재교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블라인드 화면 캡처정부는 이와 함께
면허 취소가 실제로 '불가역적' 압박이 될 수 있도록 재발급 기준을 한층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집단행동으로 '의료 공백'을 야기하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데 따른 면허 취소는 재교부 승인이 매우 어렵도록 심의 가이드를 세우겠다는 취지다.
당초 의사면허 재교부는 별다른 운영기준 없이 전·현직 의사가 다수인 위원회를 통해 승인돼 의사들에게 유리한 구조였다. 다만, 지난 2020년 의료정책 전문가나 시민단체 추천 위원 등 위원회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2021년 40%대였던 교부율이 최근에는 5~6%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2차관은 "(정부는) 면허제도를 통해 공급을 제한하고 면허가 없는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해 의사의 경제적 지대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혜택이 인정되는 만큼 의사에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직업적·윤리적 책무와 의료법에 따른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는 부여된 책무를 저버리고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부터) 현장확인이 된 경우 (행정)처분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달 29일 이후라도) 그 전에 복귀가 이뤄졌다면 실질적으로 상당한 고려(정상참작)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이 처분은) 불가역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