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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대 13년 차가 꼽은 '잊지 못할 그 현장'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한별 경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과)

◇ 채선아> 10년 차쯤 되면 남한테 할 말이 생긴다.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밥 벌어 먹고 사는 갖가지 생활 속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는 시간 <10년차>! 살인 사건 100.1%, 강도 사건 100.4% 우리나라 강력범죄 검거율 수치입니다. 여기에는 이분의 노력도 녹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범인의 흔적을 쫓는 과학수사대 김한별 경감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김한별> 네 안녕하세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과의 13년 차 경감 김한별입니다.

◇ 채선아> 살인 사건 100.1% 강도 사건 100.4%를 검거했다고 전해드렸는데 어떻게 이게 100%를 넘을 수 있는 거예요?

◆ 김한별> 네. 검거율이 100%가 넘는다는 것은 그 해에 발생한 사건은 다 검거하고 그 이전에 발생했던 미제 사건들까지 검거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입니다.

◇ 채선아> 그 해에 발생한 사건에 과거에 살인 사건까지 검거를 해가지고 100% 넘는다는 거네요. 아마 과학수사대의 역할이 컸을 것 같거든요. 몇 년 만에 대조했더니 범인이 밝혀졌다는 뉴스도 보게 되는데 보통 과학수사대는 정확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건가요?


◆ 김한별>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는 현장 감식이라고 사건이 접수되면 현장에 나가서 현장 상황을 보고 증거를 식별해서 수집하는 업무가 가장 크고요. 그다음에 살인 사건 현장뿐만 나가는 게 아니라 절도나 화재, 안전 사고도 나가고 그 외에도 지문, DNA, 영상 분석, 증거 채취 그리고 프로파일링이라고 부르는 범죄 분석 업무까지 굉장히 광범위하게 하고 있습니다. 주로 저는 현장 재구성이라고 부르는데 지문이나 DNA, 혈흔 형태 분석처럼 이공계열 파트를 맡아서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하는 역할을 많이 합니다.

◇ 채선아>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거예요?

◆ 김한별>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과학수사 쪽에서 굉장히 유명한 격언이 있는데요. 사람의 행동은 모두 다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것을 저희가 수집하고 추론을 통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히는 과정을 거쳐요.

◇ 채선아> 그럼 현장을 보고 증거를 채취한 다음에 이 사람이 오른쪽으로 걸었겠구나 그런 다음에 이쪽으로 갔겠구나 이렇게 현장을 재구성하는 일을 주로 하고 계신 건가요?

◆ 김한별> 누가 어디에 서 있었고 무슨 일이 무슨 일 다음에 일어났고 이런 것들을 저희가 분석합니다.

◇ 채선아> 현장을 보면 대체로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고 어둡고 무섭고 그런단 말이에요. 그런데 현장에 매번 가실 때 괜찮으세요?

◆ 김한별> 사실 가고 싶어서 가는 과학수사관이 얼마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 가야 된다면 저희가 가야 되지 않을까 다들 이런 생각으로 들어갈 것 같습니다.


◇ 채선아> 본인은 그럴지 모르겠지만 가족분들은 걱정을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 김한별> 아무래도요. 세속적인 말이지만 "누가 알아주냐 희생해봤자 잠깐이다. 그런데 잘못되면 그 이후 고통은 다 가족 거 아니냐"라는 얘기도 있죠.

◇ 채선아>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있는 건가요?

◆ 김한별> 화재나 이런 곳에 가면 다 타고 까맣다 보니까 머리 부딪히는 일은 예사고 바닥에 보면 불 타버린 나무를 뚫고 그 사이에 못 같은 것들이 있어서 신발을 뚫는 일도 빈번하고요. 최근에는 감전된 것 같다고 해서 신고가 들어왔던 현장이 있었는데요. 들어가던 과학수사관이 뭔가 이상하다 해서 그냥 나왔는데 알고 보니까 그 곳에 산소가 다 떨어져서 질식되는 공간이었어요. 그분은 거기를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갔다가 정말 운이 좋게 나왔었거든요.

◇ 채선아> 조금만 더 들어갔으면 질식사했겠네요.

◆ 김한별> 만약에 정말 의식을 잃고 힘이라도 빠졌으면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채선아>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또 누구나 할 수는 없는 일 같거든요.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보람찬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 김한별> 아무래도 주요 사건 같은 게 터지면 저희가 몇 날 며칠 밤을 새기도 하고 고생을 많이 하는데요. 최근에 불난 집에서 사망한 분을 발견했어요. 그분이 살해를 당한 사건인데 그때도 한 2~3일 정도 집에 안 들어가고 새벽에도 몇 번이나 현장 가고 증거물들을 분석했어요. 이분의 몸에서 정액 같은 게 발견된 게 아니었는데 사망하기 전에 강간을 당하셨구나라는 거를 입증해서 범인이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마음속으로나마 고인을 좀 위로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어요.


◇ 채선아> 그렇죠. 경감 님이 아니었으면 그런 것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럴 때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건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도 있지 않을까요?

◆ 김한별> 제가 보통은 좀 내려놓고 오는 편인데 그래도 피해자의 고통 같은 게 잘 느껴지는 현장이 힘들더라고요. 예를 들면 오랜 기간 동안 학대 흔적이 보이는 아기들이라든지 아니면 혈흔 형태 분석이라고 혈흔을 통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볼 수 있는 기법 같은 게 있는데요. 지하 노래방에서 피해자가 범인을 피해 계단을 절반쯤 올라가서 딱 꺾기만 하면 건물 출입구가 보이는 상황인데 아마 거기서 붙들리셨나 봐요. 그 계단 벽면을 따라 피 묻은 손이 쭉 있는 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 김한별> '조금만 몇 걸음만 더 가셨더라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채선아> 마음 속에 남아서 트라우마가 올 수도 있거나 정신적으로 힘드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건 괜찮으신가요?

◆ 김한별> 저는 웬만하면 퇴근할 때 다 내려놓고 가려고 하는 편이라 다행히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요.

◇ 채선아> 동료분들은 괜찮으세요? 그쪽 업계에 일하는 분들은 관리를 받지 않나 싶어서

◆ 김한별> 관리를 받기도 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은 괜찮다고 하고 괜찮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러다가도 가끔 헉헉 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피해자가 자기 딸 또래인데 딸 학교랑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거예요. 현장 문을 열었다가 본 순간 그 현장에 못 들어가겠다고 하는 경우를 봤어요. 이건 가족에게도 얘기를 못하는 거니까 서로가 공감해 주고 서로 지지해 주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이렇게 경감 님이 매진해온 13년간의 과학수사 관련해서 저희가 좀 알아봤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과학수사 기법이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란 얘기가 있었어요.

◆ 김한별> 특히 지문 분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굉장히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데요. 2019년 헝가리 유람선 사고 때 너무 비극적인 사고였지만 그때 우리나라 과학수사관들이 헝가리로 가서 고인 분들의 지문을 채취해서 1시간 안에 신원을 확인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 외신에서도 화제가 됐고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지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까 특히 지문 감식 기술에 우리나라가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 채선아> 다른 나라는 이렇게 1시간 만에 지문으로 신원이 안 나와요?

◆ 김한별> 일단은 우리나라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전 국민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보니까 특히 지문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는 거고요. 대부분의 나라는 전과자 지문을 위주로 가지고 있어서 같은 전과자에 대해서 수집하고 있는 DNA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더 많아요.

◇ 채선아> 그럼 우리나라 DNA 기술은 어떤가요?

◆ 김한별> 우리나라 DNA 기술도 최고 수준인데 예전에 서래마을 살인 사건이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프랑스 부부가 영아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영아 시신을 분석했더니 부부의 자녀라고 나왔어요. 프랑스에서 이거 못 믿겠다, 한국 같은 후진국의 DNA 결과를 믿을 수 없고 이렇게 빨리 나온다니 우리는 못 믿는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프랑스로 시료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분석했는데 자녀가 맞아서 우리나라의 과학수사 위상을 보였던 적이 있었어요.

◇ 채선아> 우리나라 과학수사 기법이 대단하다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됐는데요. 이외에도 다양한 기법들이 굉장히 많아요.


◆ 김한별> 혈흔 형태 분석이라는 기법이 있는데요. 현장에 남겨진 혈흔은 물리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혈흔의 생성 기전을 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합니다. 이태원 살인 사건으로 굉장히 유명해졌던 기법이고 최근에도 법정에서 굉장히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 채선아> 그때는 어떤 식으로 활용됐나요? 혈흔을 보고 결정적으로 어떤 게 나와서 이태원 살인 사건이 해결된 거예요?

◆ 김한별> 이태원 살인 사건에서는 용의자 2명의 상반된 진술이 핵심 쟁점이었는데요. 그중에 한 범인의 진술에 의하면 이런 혈흔이 생길 수 없다라는 것을 입증한 게 결정적인 단서가 돼서 그 범인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환도 하고 최종적으로 대법원 형 확정까지 받았던 사건입니다.

또 법곤충 기법이라고 사후 경과 시간을 추정하는 데 사용되는 기법인데요. 사람이 사망을 하게 되면 시신을 먹는 시식성 곤충들이 날아와서 알을 낳습니다. 그런데 이 곤충들이 신기하게 특정한 온도에서 자라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거든요. 그래서 현장의 온도를 역산해서 곤충이 어느 정도 커졌는지를 분석하면 최소 이 정도 이상은 사망한지 경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법입니다.


◇ 채선아> 관련 자료에 번데기는 한 9일 정도 걸린다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시신에 번데기가 보인다면 한 9일 정도 지났구나 이렇게 보는 건가요?

◆ 김한별> 환경에 따라서 땅에 있으면 파리가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오픈돼 있는 곳이라면 9일 정도라고 봅니다.

◇ 채선아> 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는데 혈흔 같은 거 보시면 피를 굉장히 많이 보시는 거잖아요. 그럼 일상에서 길 지나가다가 피도 보이시나요?

◆ 김한별> 분명히 보여요. 혈액이 다른 액체들이랑 점도랑 밀도가 특이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와인 이런 걸로는 재현이 안 되고 피를 보면 이거는 피인데라고 생각해요. 일단 형태에서 짐작하고 화학 검사나 DNA 검사해 보면 피가 맞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 채선아> 신기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사고 현장에 많이 가시다 보니까 안전에 대한 염려라고나 할까요? 일상에서 아 이건 좀 불안한데 이런 요소들이 눈에 탁탁 걸릴 것 같거든요. 어떤 게 있으신지?

◆ 김한별> 특히 저희는 주로 문제가 생긴 현장을 많이 나가는데 특히 가정집에서 많이 보이는 건 화재 같은 게 특히 걱정되더라고요. 왜냐하면 불이 나면 다 타버리니까 인명도 문제지만 사실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큰 타격을 주잖아요. 가정집 화재 대부분의 원인은 전기적 요인인데요. 그래서 먼지 같은 거 먼지에 불이 정말 잘 붙습니다. 그래서 콘센트 먼지도 청소해야 되고요. 전선도 눌리거나 안 꺾이게 해야 되고 저희 같은 경우는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데 안 쓰는 콘센트 있으면 막아둔다든지 아니면 그 콘센트를 끈다든지 이래야 마음이 안심이 되더라고요.

◇ 채선아> 집은 그렇다 치지만 회사에서도 그런 걸 많이 많이 보잖아요. 사실 먼지가 콘센트에 많이 껴 있어도 회사 거니까 안 건드리게 되는 것도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끼는 건가요?

◆ 김한별> 네. 굉장히 신경 쓰여서 청소를 해야 안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채선아> 콘센트는 되도록 막아놓는 게 좋겠네요. 먼지가 안 끼게

◆ 김한별> 네. 그게 좋습니다.

◇ 채선아> 네. 지금까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수고하시는 경찰청 과학수사대 김한별 경감님과 함께 얘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한별>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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