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경주시 제공전국적인 단풍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경주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숲 소유자와 인근 주민 간의 갈등에다 사유지 매입 요청을 둘러싼 논쟁까지 더해지며 은행나무 숲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년전부터 '경주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은 SNS 등을 통해 단풍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곳은 하늘과 맞닿을 것 같은 키 큰 은행나무 아래 소복하게 떨어진 은행나무 잎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경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내부의 여러 갈등은 갈수록 더 곪아가고 있다.
가장 먼저 일부 마을주민과 은행나무 숲 소유자 사이의 갈등이 거론된다. 은행나무 숲은 8개 필지 2만 3천㎡ 규모로 모두 개인 사유지다. 나무 수령은 50년 안팎이어서 은행나무 높이는 수십 미터에 달한다.
이로 인해 숲 인근에서 밭을 일구어 마늘 등을 경작하는 주민은 햇빛을 받지 못해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경주시는 피해를 제기한 주민의 농지를 매입해 주차장으로 만들겠다며 중재에 나섰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사실상 무산됐다.
갈등이 커지자 숲 소유자 김모씨는 2022년 3월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의 밭과 접해있는 1개 필지 1500여㎡에 있던 은행나무 1천여 그루를 모두 베어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또 다른 주민들이 많은 관광객이 마을을 찾으면서 정주여건이 떨어진다며 각종 민원을 제기하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경주시 제공 이에 숲 소유자는 최근 또 다시 일부 필지의 은행나무 숲을 벌목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에다 경주시의 부족한 협조로 더 이상 숲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숲 소유자 김모씨는 "어려웠던 1970년대 마을 주민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은행나무 숲을 조성한 선친의 뜻에 따라 숲을 유지하고 있지만, 민원에다 사비를 들여 은행나무 숲을 유지하는 일이 너무 벅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숲 소유자의 이 같은 행동이 경주시에게 숲 소유권을 넘기거나 임대를 통해 임대료를 받기 위한 실력행사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도리마을 일대는 농업보호구역이어서 개발행위가 힘든데다 경주의 가장 외곽지역이어서 별다른 개발호재도 없다.
그러나 경주시는 지난 2020년 관광객 편의를 위해 농어촌도로를 확장하면서 김씨 땅을 비롯한 2825㎡를 수용했다. 당시 보상금액은 1억 4천여만원으로, 3.3㎡ 당 150만원에 달한다.
토지 보상액은 3.3㎡ 당 25~30만원 수준이었지만, 은행나무 보상액은 평균 30만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3.3㎡에는 2~5그루의 은행나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경주시는 2019년부터 57억원의 예산을 들여 심곡지와 도리마을 등을 연결하는 길이 4.5㎞의 '심곡지 둘레길' 조성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벚꽃 군락지를 조성한 일부 지주가 경주시를 찾아와 도리마을과 같은 혜택을 요구하는 등 일부에서는 특혜 시비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숲 소유자 김씨는 "경주시가 이곳을 사들여 조금만 정비한다면 경주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군락지로 만들 수 있다. 보상금을 노린다는 일부의 주장은 진의를 왜곡해 아름다운 숲 조성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행동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