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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임박해 연금 '뒷북 공론화'…"성공 요인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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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총선 임박해 연금 '뒷북 공론화'…"성공 요인 거의 없어"

    핵심요약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개혁'으로 내세운 연금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회 연금특위는 이달 중 사회적 합의를 모을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입니다. 4월 중 결론을 내고 21대 국회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목표지만, '이슈 블랙홀'인 총선이 약 80일 앞으로 임박한 만큼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대표단이 논의할 구체적 선택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점은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는 비판입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완수 의지를 밝힌 연금개혁이 공전 중인 가운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오는 4월에는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기 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는 목표지만,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희의적인 기류가 읽힌다. 무엇보다 '더 내는' 쪽으로의 방향성 외엔 지난해 정부 개혁안(案)을 통해서도 구체화된 '알맹이'가 없어, 어떤 주제를 핵심 안건으로 올려 국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김연명 공동위원장(민간자문위원회)과 자무위원 등이 출석한 가운데 기초연금 발전 발향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해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김연명 공동위원장(민간자문위원회)과 자무위원 등이 출석한 가운데 기초연금 발전 발향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금특위는 이달 중 특위 내에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한다.
     
    연금 전문가인 김 교수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제4차 재정계산 당시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장(현 재정계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재정계산위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가 종합운영계획안을 내고, 국회가 이 방안을 심의하는 '3단계' 절차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현 정부가 '단일 개혁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론화위원직은 숙의·조사·소통 분야 전문가 등 15명 정도가 맡고, 연금특위 여야 간사와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 공동 위원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들어간다.
     
    이와 함께 연금 전문가 등 숙의 절차를 지원하는 '공론화 자문단'도 꾸려진다. 행정적 지원을 위한 '공론화 지원단'에는 국회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 및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이 합동으로 참여한다.
     
    공론화 의제로는 '얼마나 내고, 받을지'(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등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모수개혁을 비롯해 △국민연금-기초연금 간 관계 재설정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조정 등 구조개혁도 포함됐다.
     
    앞서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기 활동을 마무리하는 보고서를 통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 등 2가지 모수개혁안을 제시했다.
     
    반면 정부가 한발 먼저 10월 말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는 모수개혁 관련 구체안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당초 정부안의 초안 격인 재정계산위 최종보고서도 경우의 수를 '24가지'나 망라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는데, 복지부는 이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맹탕'이란 안팎의 비판에 대해 복지부가 내놓은 해명은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현행 9%인 요율의 단계적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외 공론화위가 찬반을 논쟁할 구체적 선택지가 전무(全無)하다는 점이다.
     
    현재 특위가 구상한 공론화는 2단계 진행 방식이다. 1단계에서는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을 대표하는 50여 명의 '의제 숙의단'이 의제를 구체화하고, 2단계는 인구 비례로 선발된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이 의제를 학습·토의해 공론을 형성하게 된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이번 시기를 놓치면 (4·10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해야 하므로 21대 임기 내에 꼭 (공론화가) 돼야 한다"며 '4월 중 최대한 빠른 시점'을 시한으로 내세웠지만, 특위 안팎에선 시작 전부터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우선 정치권 뉴스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잠식하는 총선 국면에 이르기까지 공론화위를 출범조차 못한 데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공론화가 처음 언급된 게 작년 초임을 감안하면 1년간 정부와 국회가 '폭탄 돌리기'만 하며 시간을 허송한 게 아니냐는 취지다.
     
    당정의 연금 논의상황에 정통한 한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론화위 얘기가) 아주 구체적으로 나온 게 지난해 10~11월인데, 이제야 시작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공론화란 건 충분히 숙의하고, 대표성과 책임성을 가진 시민들이 결정하면 사회가 존중해 따른다는 프로세스(process)에 정당성이 있는 건데, 그러려면 사실 (확보되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두세 달 (진행)해서 4월 말까지 (결론을) 낸다는 것은 결국 또 총선 일정을 기준으로 역(逆)설정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대통령의 신년사와 달리, 당정이 여전히 연금 문제를 우선순위로 보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으로 참여해온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거 일정과 너무 붙어 있다 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줄 정신적 여유가 없는 상태"라며 "기한 내 억지로 (결과를) 내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별로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지난해 9월 1일 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 앞서 '국민불신 조장하고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금행동 제공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지난해 9월 1일 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 앞서 '국민불신 조장하고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금행동 제공
    재정안정화론과 소득보장 강화론으로 양분돼 논쟁이 뜨거웠던 모수개혁 내용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개혁으로 특위 논의의 폭만 넓혀 개혁 동력이 떨어졌다는 비판 나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결국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의 조합 아닌가"라며 "(연금특위 등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관심사를 흐트러뜨리고 초점이 모아지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논의가 전개됐다. 정부도, 국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입장 차가 첨예한 대신 논점은 비교적 단순하고 뚜렷한 사안에 '최후의 보루'로 적용하는 처방인 공론화위가 온전히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공론화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①위원회 논의 주제·과정이 국민들의 관심을 수반해야 하고 ②정부가 최종 결과를 '100%'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부터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흔히 참고모델로 언급되는 가까운 사례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논의한 공론화위다. 당시 대통령이 천명한 기조는 '탈원전'이었으나, 정부는 471명의 시민대표참여단이 결론지은 '건설 재개' 권고를 전격 수용했다.
     
    남 교수는 "신고리 때는 찬반을 떠나서 (공론화를) 시작할 때부터 정부가 결과를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대표단) 표본으로 추출된 국민들도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며 "그런데 지금은 정치권이 결정해야 할 사안을 공론화위에 떠넘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구체적) 논의를 하려면 집권 정부가 대략적인 안을 내놔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좋겠다'는 일정 방향이 제시돼야 하는데, 아무 방안이 없었다"며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 너무 많으면 공론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결정에 부담을 너무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 외 국민이 결과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짚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주형 교수는 지난해 10월 연금특위 회의에서 공론화위에 참여하지 않는 대다수가 결론을 납득할 수 있는 '섬세한 설계'와 '연계'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며칠간의 시민참여단 토의를 거쳐 '묘안'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들에게 '갈등 해소'라는 짐을 떠맡겨선 곤란하다는 것"이라며 "주요 정치행위자, 이해관계 당사자, 일반 국민들과 대면하지 않는 방식으로 크고 복잡한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당성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론화위의 활동이 외부로 활발히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위원회에 함몰되지 않고 넓은 '공론화' 과정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도출된 결과물을 어떤 방식으로 정책과정에 반영할 것인지도 시작 단계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단일 개혁안 도출은 사실상 '총선 이후'로 물 건너갔다며, 아예 차기 국회로 공을 넘기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 교수는 "현재로선 연금 공론화가 실패할 조건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개혁 논의가 '정치 바람'을 덜 타려면 그게 훨씬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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