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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지 않고 붙이는' 주사…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국인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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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찌르지 않고 붙이는' 주사…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국인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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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통증 제로…붙이는 주사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 높아져
    세계 최초, 하루에 5만개 이상 대량 생산 기술 개발
    비염, 비만, 편두통 등 전문의약품 응용에도 가속

    [개척자들④]라파스 정도현 대표



    '붙이는 주사' 혹은 '패치(patch) 주사'라고도 불리는 마이크로 니들은 일반 주사보다 사용이 간편하다.

    0.5mm 샤프심보다 얇은 마이크로 니들에 약물 성분이 들어있어 피부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방식으로 주사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에 침투된 바늘은 스스로 녹으며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자가 주사가 가능하고 바늘이 얇아 통증도 거의 없다.

    라파스는 마이크로 니들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대량생산 기술인 DEN(Droplet Extension)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 최초 DEN 마이크로 니들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

    DEN(Droplet Extension) 제조 기술.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DEN(Droplet Extension) 제조 기술.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
    DEN 제조 기술은 데칼코마니 방식과 유사하다. 패치 위에 약물 성분을 한 방울(Droplet) 씩 떨어뜨리고, 그 위에 또 다른 패치를 덮는다. 그리고 위 아래의 두 패치를 천천히 떼어내면 약물 성분이 늘어나면서(Extension) 끝이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응고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바늘 모양의 틀을 만들고 그 틀 안에 약물을 넣어서 응고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DEN 제조 기술을 개발한 후 라파스는 현재 하루에 5만개 이상의 패치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DEN 방식으로 제조된 마이크로 니들이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약물의 정량적 일관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량 생산된 바늘이 약물 성분이 각각 균일하게 함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약물의 정량적 일관성을 입증하지 못해 번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 바이오 업체인 조사노파마(Zosano Pharma)도 같은 이유로 상용화에 실패해 폐업의 수순을 밟았다. 반면 라파스는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미국 FDA에 의약품 공장의 실사를 통과한 업체로 등록됐다.


    응용 분야 무궁무진…화장품, 백신, 비만 등

    마이크로 니들.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마이크로 니들.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
    라파스는 마이크로 니들 기술을 이용해 알레르기 비염 면역치료제, 비만 치료제, 편두통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피부 국소 부위에만 작용하는 여드름 치료제 등의 의약품은 이미 약국에서 판매 중이며 백신 패치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라파스의 정도현 대표는 "백신과 피부 국소 부위에 작용하는 마이크로 니들은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니들 백신의 개발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저개발 국가의 저온 유통체계 부족 상황.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저개발 국가의 저온 유통체계 부족 상황.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
    라파스가 백신 패치에 집중하는 이유는 회사의 비전과도 연관이 있다.

    라파스(Raphas)는 치유라는 뜻의 히브리어 '라파(Rapha)'와 '통로(path)라는 의미를 담아 '치유의 통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마이크로 니들 기술을 활용해 전인류에 치유의 매개체가 되고자 하는 것이 라파스의 비전인 것이다.

    마이크로 니들 백신은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를 갖추지 못한 저개발 국가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정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이 25%에 그쳤다"며, 이는 "영하 70℃ 이하 등 저온 상태에서 백신을 운송할 수 있는 유통 체계가 저개발 국가에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니들 백신은 운송 과정에서 영하의 저온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저온 유통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도 안전하게 백신을 보급하기 유용하다. 차세대 백신 전달 기술로 마이크로 니들이 주목 받는 이유다.


    피부 국소 부위에 작용하는 마이크로 니들 패치.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피부 국소 부위에 작용하는 마이크로 니들 패치.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
    라파스는 전신 순환 계열 약물 전달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특히 비만 치료제의 경우 라파스가 최근 돼지를 대상으로 전임상(비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같은 약물을 주사로 주입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혈중 농도 결과가 도출됐다.

    정도현 대표는 "크기가 작은 쥐가 아닌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스트 팔로워는 그만…퍼스트 무버가 돼야


    마이크로 니들에 대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정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넘버원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글로벌 넘버원 기업이 되려면 다른 기업을 빠르게 따라 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먼저 움직이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의 목표는 "애플(Apple)사 처럼 라파스가 마이크로 니들 분야의 혁신적인 기업이 되는 것"이다.

    라파스 정도현 대표.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라파스 정도현 대표. 개척자들 유튜브 캡처
    마흔 초·중반에 사업을 시작한 정 대표는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도 "남들이 하는 것을 왜 똑같이 따라 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져왔다"면서 "사람들이 왜 저렇게 하는지 이유를 살펴보면서 일하면 훨씬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신념으로 그는 기존에 틀에 약물을 부어서 마이크로 니들을 제조하는 몰딩 방식에서 벗어나 DEN 방식을 개발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라파스는 지난 22일 2016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신제품 개발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들에게 주어지는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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