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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받거나 죽거나, 지방대의 생존게임



전국일반

    1000억 받거나 죽거나, 지방대의 생존게임

    인구 감소·지방소멸 직격탄 맞은 지역 대학
    "모두 살릴 수는 없다"는 정부, 선택과 집중
    '글로컬 대학' 30곳 선정해 1000억씩 지원
    1차 선정 10개 중 4개, '통합' 선택한 대학들
    수도권 쏠림, 순수학문 고사 등 문제 지적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를 해왔는데, 글로컬 대학 30 얘기네요.
     
    ◆ 신혜림> 대학 30곳을 뽑아가지고 학교당 무려 5년간 1천억을 지원해서 세계적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이름도 거창한 글로컬 대학 34억. 이번 주 1차 대학 10곳이 최종 선정을 됐어요. 그래서 가져와 봤어요.
     
    ◇ 채선아> 선정된 대학에 1천 억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일이라서, 이 선정된 대학들은 지금 축제 분위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 정확하게 이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어떤 건지 좀 설명 좀 해주세요.
     
    ◆ 신혜림> 올해 봄부터 빠르게 추진되는 사업이에요. 수도권 사시는 분들한테는 큰 이슈가 아니었을 수 있는데 지역에서는 굉장히 큰 이슈였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순천대는 현수막을 몇 미터 단위로 몇 개씩 걸 정도로 난리가 났습니다. 글로벌이랑 로컬의 합성어 '글로컬' 이렇게 불리잖아요. 지역 생태계를 혁신하면서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겠다. 그런데 저는 1년에 200억 가지고는 세계 수준의 대학까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엄청 큰 규모죠.


    ◆ 조석영> 지역에 있는 대학들에게 이 정도의 육성 사업을 한다. 이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 채선아> 지역에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되게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좋은 소식일 것 같은데요.
     
    ◆ 신혜림> 네. 취지는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이 사업 배경을 조금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인구 감소 문제가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되면서 학령 인구, 즉 학교에 이제 다니게 되는 그 인구가 쭉쭉 떨어져 왔는데 2020년부터 마침내 학령 인구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를 시작했어요.
     
    ◇ 채선아> 인구 자체가 줄어드네요.
     
    ◆ 조석영> 그런데 대학 정원은 그대로면, 인구가 대학정원을 추월하는 경우가 생기고 특히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보시다시피 엄청나게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 신혜림> 마의 구간이라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죠.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2~3년 사이에 급속도로 늘어나 버렸어요. 2021년만 해도요, 대학 입학 정원이 47만 정도 됐는데 4만 명이 미달이 됐다 그래요.
     
    ◇ 채선아> 이렇게 입학 정원을 못 채우면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 신혜림> 학생이 없는 학교는 문 닫아야죠. 인기가 없어서 등록금 수입도 부실할 거고 그럼 교직원 임금 같은 게 체불될 거고 이런 식으로 사정이 되게 안 좋은 학교부터 문 닫는 시기인데 문제는 인적자원, 물적자원 이런 게 다 수도권에 몰려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정원 미달 대학이 비수도권에서 심각한 거죠.
     
    ◆ 조석영>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역에 있는 대학이 망한다는 얘기도 나와요. 지역 내 학생들도 가뜩이나 줄어드는데 그 학생들도 다 인서울 대학 가겠다, 하고 있으니.
     
    ◆ 신혜림> 수도권 그래프 다시 보시면요. 2024년부터는 학령인구가 다시 조금 그냥 유지가 돼요. 그러다가 2032년부터 다시 훅 내려가기 시작해서 2040년 때 보면은 2020년 때 학령 인구의 절반 수준이 됩니다. 지금보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요, 지금의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모두와 나머지 전 지역에 지역 국립대 있잖아요. 국립대만 합쳐도 전부 수용 가능한 수준이에요. 나머지 사립대는 필요가 없어요. 안타깝지만 이번에 수능 본 수험생들이 이제 대학교 막 들어갈 거잖아요. 그중에 꽤 많은 곳이 유력한 확률로 당장 몇 년 아니면 십수 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얘기예요.
     

    ◇ 채선아> 입학을 했는데 갑자기 대학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이런 거를 입학하는 학생들은 모를 텐데, 그 학생들은 무슨 잘못인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조석영> 이건 정해진 미래였어요. 왜냐하면 학령 인구라는 거는 18년, 19년 전에 이미 나와 있는 거예요. 추계가 가능하단 말이죠. 그런데 부실 대학이 너무 많으니까 구조조정은 해야겠고 최근 거의 한 10년에 걸쳐가지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시도를 해보긴 했습니다.
     
    ◆ 신혜림>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속했다고 그러죠.
     
    ◆ 조석영> 재정 지원을 딱 걸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립대들이 완벽한 사립대가 아니라고 하는 게 국가에서 지원받는 재정이 너무 많거든요. 재정 지원을 걸고 '이러이러한 식으로 정원을 감축하세요! 안 그러면 돈 안 줄 거야!'라고 하는 식으로 해서 정원 감축을 유도를 해요. 등록금 수입이 줄어 재정이 악화된 대학들은 이런 정부 사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으니까 더 따라야겠죠. 인기가 없는 대학들은 그렇습니다. 아니면 뭔가 평가를 해서 그래서 '너네는 하위 평가 받았어, 질이 좀 떨어지네'라고 하며 아예 국가장학금 대출을 막아버리거나 학자금 대출이나 이제 그런 걸 못 받게 해버릴 수도 있고요. 그러면 학생들이 더 안 가겠죠.
     
    ◆ 신혜림> 사실상 폐교를 권장하는 거죠. 이처럼 굉장히 파괴적인 방식이 MB 정부 시절 에 썼던 방법이에요. 경쟁력 없으면 퇴출이다! 근데 당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죠. 이주호 장관이 MB 정부 시절에 이 교육 정책을 설계부터 집행까지 했습니다.교육부 차관도 했었고 장관도 했었고 그런 걸 모두 책임지는 사람이죠. 윤석열 정부에서 돌아왔습니다.
     
    ◇ 채선아> 지금의 교육 정책 방향이 MB 정부 때랑 비슷해져 간다고 보면 되겠네요.


    ◆ 신혜림> 올해 초에 이주호 부총리가 했던 말이 있어요. "정부가 모든 대학을 살릴 수 없다." 딱 잘라 말을 하고 그 발언이 있고 난 뒤에 가지고 나온 게 절묘하게 3월에 '글로컬 대학 30' 이 얘기를 하거든요. 글로컬 대학에 뽑히기만 하면 5년간 1천억을 받을 수 있지만 딱 30곳인 거예요. 조건은 과감한 혁신이다,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완전히 확실하게 하겠다라는 얘기고요.
     
    그 혁신은 그럼 뭐냐 대규모 구조 개혁 및 정원 조정 그리고 대학 간 통합 그리고 학문 융합 학과 통폐합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글로컬 대학 사업이라는 게 결국에는 또 다른 형태의 대학 구조조정 사업이 아니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실 두 대학을 통합 하면 공동 신청했을 때 천억보다 인센티브를 더 주기도 해요. 그런 식으로 통합신청을 권장하기도 하는데 그 지역 대학 입장에서는 오징어 게임인 것 같아요. 윤 정부의 교육 개혁 기조는 이 사업 외에는 거의 규제 그냥 다 풀어버린다 주의예요. 규제를 풀어줄테니 대신 알아서 살아남든지 구조조정해서 없어지든지 하라는 얘기인 거죠.
     
    ◇ 채선아> 통합을 해야지 경쟁력이 생기는 거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통합하겠다, 살려달라 이런 대학도 나올 것 같고. 그렇게 해서 이 오징어 게임에서 살아남은 승자 대학은 어딘가요?
     
    ◆ 신혜림> 30곳 중에 10곳이 먼저 뽑혔거든요. ▲ 강원(2) 강원대·강릉원주대(통합), 한림대 ▲ 경북(2) 안동대·경북도립대(통합), 포항공대 ▲ 부산(1) 부산대·부산교대(통합) ▲ 충북(1) 충북대·한국교통대(통합) ▲ 경남(1) 경상국립대 ▲ 울산(1) 울산대 ▲ 전북(1) 전북대 ▲ 전남(1) 순천대입니다. 두 곳의 대학이 통합해서 하겠다는 게 4쌍이니까 대학 8곳이 4곳으로 줄어든다는 의미죠. 이제 통합하면 글로컬 30 대학에 선정되기 유리하겠구나, 대학을 합치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일단 B라는 대학이 있다고 칩시다. 그게 지거국(지역거점국립대학교)이에요. 또 A라는 교대가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 지거국은 아닌데 조금 더 작은 규모의 국립대 C 이렇게 3개가 있다고 칠게요. A와 B가 통합을 할 수도 있고요. B와 C가 통합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둘 다 불협화음이 심한 겁니다. A-B 먼저 생각을 해보면, 교대는 학령인구 감소로 일단 가장 직격탄을 맞는 대학교예요.


    ◆ 조석영> 지금 이미 그러고 있다고 하죠, 교사가 줄어드니까.
     
    ◆ 신혜림> 그래서 A-B 학교는 야, 우리 합쳐서 글로컬 들어보자, 으쌰으쌰 해보자 할 수 있잖아요. 근데 A가 아무래도 좀 사이즈가 작잖아요. 그래서 B의 초등교육과로 흡수되는 방식이 조금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그럼 A 교대 학생들은 말도 안 된다, 결사 반대 이렇게 돼요. 이번에 부산대랑 부산교대가 그런 사례인데요.
     
    부산교대는 학생들이 내용도 몰랐는데 어떻게 갑자기 통합을 하냐 가뜩이나 채용 규모도 줄어드는데 복수 전공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경쟁자 많아지는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그리고 또 교대는 사실 좀 입학 커트라인이 높잖아요. 그래서 반대하는 것도 있고요, 부산교대 학생들이 막 동맹 휴업도 하고 막 그랬는데 결국에는 초등 교육 복수 전공하지 못하도록 요구를 한다거나 하면서 임시 봉합 상태예요. 그래서 이번에 최종 선정에 들었어요.
     
    ◇ 채선아> 이게 학생들 간의 싸움으로 지금 번지는 게, 통합하게 되면 내가 여기 들어가도 돼? 이 학생들 우리가 받아도 돼? 막 이러면서 싸움이 벌어지는 거예요.


    ◆ 신혜림> 그렇죠. 근데 B 학교와 C학교를 통합한다고 하면 B 학교가 커트라인이 높거든요. 그럼 B가 또 통합을 마뜩잖아하죠. 예전에 부산대가 밀양대랑 합쳐질 때, 밀양대가 우리 통합하지 않을래? 이렇게 했던 건데 부산대 학생들은 밀양 캠퍼스 학생 졸업장에 부산대 로고가 박혀 있으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엄청 난리가 났었어요.
     
    ◇ 채선아> 교수, 교직원 문제도 벌어질 것 같아요.
     
    ◆ 신혜림> 일자리 문제이기도 하니까. 근데 이런저런 걸 다 떠나서 지원 예산이 너무 크고 이제 지원을 안 받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일단 통합하고 보자, 지원해보자 하는 분위기죠.
     
    ◆ 조석영> 동아줄이 내려온 거예요. 사활을 걸고 통합을 추진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러면 통합한 4곳이 그렇다는 거고 통합을 안 해도 합격한 학교들은 어떤 기준을 맞춰서 선정이 된 건가요?
     
    ◆ 신혜림> 지역 산업이랑 절묘하게 잘 연결을 했다고 해요. 예를 들어서 한림대의 경우, 천억을 의료 바이오 연구에 올인하겠다, 이런 얘기를 했고 경상국립대의 경우 우주항공 방위산업 이런 게 많잖아요. 그래서 여기 몰빵하겠다, 이런 식으로.대학 유형별로 보면 전남대가 지거국인데도 탈락을 했어요. 합격한 곳 보면, 국공립대가 7개 사립대가 3곳인데, 사립대들은 3개 대학을 다 묶어가지고 통합하겠다 해도 일찌감치 예비 선정부터 탈락해버렸어요.
     
    ◇ 채선아> 사립대는 뭔가 경쟁력이 없다는 건가요?
     
    ◆ 신혜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에 "교육 수요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공급자인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수요자 중심 대학 구조개혁을 주문한 바 있거든요. 이게 다시 달리 말하면 그냥 철저히 시장주의적으로 가겠다는 그런 거죠.
     
    ◆ 조석영> 그러니까 지역 대학들이랑 산업을 연계하는 게 특성화다!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하면 글로컬 대학 선정되는 데 좋긴 한데 그게 대학 평가의 기준이어야 되느냐는 다른 문제죠.
     
    ◆ 신혜림> 그 와중에 의대는 증원한다고 하잖아요.그나마 그건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럼 이제 수요자가 원하는 의대 아니면 컴퓨터공학 이런 거만 그럼 남기면 될까요?
     
    ◇ 채선아> 인기 없는 학문은 다 사라지는 거 아닐까요.
     
    ◆ 신혜림> 이주호 교육부총리도 몸담았던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최근 보고서를 내요. "대학 구조조정은 모든 지방대학을 살릴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5년 내에 마무리해야 된다"고 말해요. 이게 5년짜리 계획이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해결 방법이 뭐야, 했을 때 지금 제한돼 있는 수도권 입학 정원을 풀어버리겠다, 이렇게 나와요. 그럼 이게 비수도권에만 국한된 얘기도 아니죠.


    ◇ 채선아> 그럼 수도권으로 더 몰릴 것 같은데요.
     
    ◆ 신혜림> 그렇죠? 그리고 졸업생 연봉 공개하겠다.
     
    ◇ 채선아> 그럼 비수도권 지역에 남아날 학과 자체가 몇 개 없을 것 같아요.
     
    ◆ 신혜림> 대학이 있으면 상권이 일단 생기는 거고, 대학이 있어줘야 젊은이들이 있는 거고 그래서 활기가 생기는 거고. 교수들도 인문학이 됐든 기술이 됐든 그 지역에 연구자가 있다는 거잖아요. 교수로 임용이 되면 그 지역에 머무르며 그 지역 특성화 연구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지점도 있고요. 수도권에 있는 학자가 갑자기 와서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 그래서 진짜 균형 발전이다. 지방대 살리기 정책이다, 이렇게 하려면 이런 얘기들을 다 비롯해 가지고 안전망 확보, 다각도 접근이 필요합니다.
     
    ◇ 채선아> 대학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건 오늘 얘기 들으니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1천억 들여 지원하겠다는 글로컬 대학 사업이 뭔지 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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