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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3주기에 근로시간 확대, '산재 나이롱' 꺼낸 尹정부



노동

    전태일 53주기에 근로시간 확대, '산재 나이롱' 꺼낸 尹정부

    주60시간이 기본? 근로시간 설문조사 논란
    정작 사업체 85.5%는 '주52시간 문제없다'
    대통령실 "문 정부, 산재 나이롱 환자 늘려"
    산재 인정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尹, 회계 문제-노란봉투법 등 노조에 적대적
    외국인은 임금 차등지급? 수출에 타격 받아
    한국 ILO 비준, OECD 절반 수준 밖에 안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윤지나,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요즘 노동 이슈가 참 많아요.

    ◆ 윤지나> 노란봉투법, '나이롱 산재 환자', 근로시간 유연화, 국제노동기구 탈퇴 논란 등등 너무 많은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을 바라보는 세계관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 신혜림> 13일에 대통령실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 재정을 부실하게 운영한다'면서 "전 정부의 고의적 방기로 인해 조 단위로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입장을 냈어요. 이것도 노동 얘기죠.


    ◆ 윤지나> 맞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산재보험 관련해서 견제 장치를 모두 제거했다. 그래서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 급증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입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이 산재보험 재정 부실화 의혹을 산재 카르텔로 규정했어요. 과도한 산재보상 부정수급 의심 사례가 있다는 건데요. 2017년에 문재인 정부가 추정의 원칙을 도입해서 명확한 인과관계가 당장 확인되지 않더라도 산재가 인정되게끔 만들어서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고, 이 공단이 운영하던 병원들이 원래 적자였는데 2017년 이후로 흑자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그래서 산재보험과 관련한 카르텔이 있다는 주장이었던 거죠.
     
    ◇ 채선아> 일하다 다친 게 아닌데도 근로복지공단이 그냥 산재로 인정을 해주면서 그 공단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던 병원이 흑자 전환이 됐다는 건데, 이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나이롱 환자 잡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 윤지나> 그렇죠. 틀린 말이라고 보긴 어려운데요. 문제는 대통령실의 의제 설정이죠. 여당인 국민의힘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니까 '나이롱 환자' 얘기를 할 수 있고 다른 단체들도 그럴 수 있죠. 그런데 대통령실이 얘기한다는 건, 산재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거잖아요. 산재보험과 관련해서 설정할 수 있는 의제가 다양해요. 너무 심하게 다쳤는데 제때 보상을 못 받고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산재 인정을 위한 인과관계의 역학조사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줄여보자, 이런 것도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고른 의제가 '나이롱 환자'인 거에요.  

    ◇ 채선아> '나이롱 환자'는 항상 있었잖아요. 안 다쳤는데 보험금 타 먹는 사람들 가려내려고 보험사에서 자원도 투입하고요. 무엇보다 산재는 원래 승인 자체가 엄청 어렵다고 알고 있거든요. 산재를 인정받길 기다리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요  

    ◆ 윤지나> 조금만 기사를 검색해봐도 다양한 분야에서 산재 인정이 안 돼서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예전에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백혈병이나 암에 걸려서 사망한 일이 있었잖아요. 지난 7월에도 고 신정범 씨라고 화성에 있는 삼성 생산라인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시다가 백혈병에 걸려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야 산재가 인정됐어요. 지금 저희 시스템 자체가 역학조사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다음에 노동자가 스스로 산업재해임을 밝혀야 되는 시스템이에요.  


    ◆ 신혜림> 길게는 5~6년도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 윤지나> 이런 게 대통령실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의제 설정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게 바로 윤석열 정부의 세계관, 노동관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 신혜림> 특히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을 '나랏돈 빼먹는 존재'처럼 보는 경향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노동조합의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했는데, 회계 부정부패가 있다는 인식에서 그런 거 아닌가.

    ◇ 채선아> 회계가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 잡아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 윤지나> 노동조합 회계를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건 이미 법에 있어요. 그런데 지금 정부가 진행하는 건 국가기관이 지정한 곳에 다 공개하라는 거거든요. 노조 회계를 국가 권력이 관리하는 수준이 된다는 거고, 국가 뿐 아니라 노조와 상대하는 사용자 측도 이걸 볼 수 있을 거 아니예요. 게다가 최근에는 또 지부 조합원 수도 일일이 공개하도록 추진 중인데 이게 노조에 대한 행정 개입일 수 있거든요. 노조의 핵심은 자율성과 독립성, 그러니까 돈으로부터 자유롭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 복무한다는 건데, 노조를 굉장히 약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죠.

    ◇ 채선아> 다른 나라도 혹시 이렇게 하는지 궁금한데요?  

    ◆ 윤지나>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낸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자면, "노조 운영에 대한 감독 조치는 남용을 방지하고 노조 구성원들이 조합비의 잘못된 관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에만 유용하다." 즉 노조 구성원들을 보호할 때만 국가 권력이 작동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노조에 범죄 행위가 있으면 수사기관이 조사하면 되는 건데 지금은 그런 게 아니라 문제가 있든 없든 나라가 정한 시스템에 공개하라는 거죠. 그래서 양대 노총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결국 국가에서 세액 공제를 없애버리겠다고 나오니까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는 걸 막기 위해 양대 노총 모두 회계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노조에 대해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어떤 의제를 설정할 것인가. 체불임금이 지금 1조 1400억, 작년보다 30% 늘었는데 이런 문제를 의제로 설정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노조의 회계 부정이 있다는 식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나온 거죠. 만약 우리나라가 노동자들이 살기 좋고 충분한 권리가 확보됐다면 모르겠지만 국제기준이라 할 수 있는 국제노동기구, ILO 협약 상황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 신혜림> 얼마 전에 윤 대통령이 외국인 노동자 고용한 식당들이 인건비 때문에 너무 힘들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랑 내국인 노동자 임금을 같게 하도록 하는 ILO 조항에서 탈퇴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언급을 했잖아요.

     
    ◆ 윤지나>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적용은 ILO까지 가지 않아도 국내법상 금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만약 윤 대통령 발언의 맥락에서 ILO 협약 비준을 철회하면 EU와 무역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어요. 한-EU 무역협정에 노동자 차별 금지가 포함돼있거든요. ILO 협약이 총 190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30개 비준했거든요. 그런데 전 세계 ILO 회원국 평균이 61개예요. 평균의 절반 밖에 안 되는 거고, 노동 선진국이라 불리는 네덜란드는 110개, 제조업 강국 독일은 85개, 심지어 일본도 49개가 비준돼있어요.
       
    ◇ 채선아> 이렇게 비교해보니 우리나라의 노동조건도 개선이 필요해보이는데 노란봉투법 논란만 봐도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 신혜림> 노란봉투법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2014년에 법원이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한테 47억 손해배상해라 이런 판결을 냈어요. 그래서 언론사 시사인에 한 독자가 4만 7천 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서 그 손해배상 모금에 써달라고 전달했는데 이게 큰 캠페인이 됐고, 가수 이효리 씨도 참여하면서 큰 돈이 모였죠. 그래서 회사가 파업을 한 노동자에게 과도하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지 못하도록 하거나, 하청 노동자의 경우엔 원청에게도 관리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노란봉투법이라고 부르거든요. 이게 10년 가까이 됐는데 지난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거죠.
     
    ◆ 윤지나> 이미 고용노동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국민의힘까지 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 내용은 사실 우리가 비준해서 지난해 4월부터 효력이 발생한 ILO 협약이랑 지난 6월에 대법원 판결로 인정된 내용과 비슷해요. 사실상 이미 지켜야 하는 것들인데 이 법을 두고도 거부권이 행사될 거라고 하니 안타까운 상황이죠.

    ◆ 신혜림> 또 노동시간 얘기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길다는 걸 다 알잖아요.


    ◆ 윤지나>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최근 나온 자료인데요. 주업과 부업을 합친 주당 실근로시간이 48시간이 넘는 노동자 비중을 살펴봤어요. 우리나라가 유럽연합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이에요. OECD 평균을 훨씬 웃돌죠. 다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주 5일제 등으로 장시간 노동자 비율이 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13일에 일부 업종 직종에 대해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정책 방향이 발표됐죠.
       
    지난 3월에 정부가 최대 주당 69시간까지 일하고 몰아서 쉬라는 식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냈다가 강력한 역풍을 맞고 수그러들었잖아요. 오늘 정부가 전국민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특정 업종만 근로시간 유연화를 해보자고 다시 들고 나온 건데요. 이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에서 사업체 85.5%가 주 52시간 상한제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는 거예요. 또 이 조사에서 근로시간 상한선의 보기로 주52시간은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주60시간 이내가 고를 수 있는 가장 적은 시간이었던 거예요. 기본적으로 60시간 정도는 일하게 하려는 의도인지 싶고, 정부에선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 선택을 하라고 하는데 사장님과 직원이 과연 대등하게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습니다.  


    ◇ 채선아> 사장과 직원, 그러니까 노사가 대립할 때 정부에게 바라는 거는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건데 그 역할을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드네요. 오늘(13일)이 전태일 열사가 분신 서거한 지 53주기 되는 날인데, 노동시간을 비롯해 기본적인 노동권에 대해서 아직도 계속 이런 얘기를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윤지나,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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