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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갓생이 뜬다지만…취준생들의 고달픈 갓생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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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요즘 갓생이 뜬다지만…취준생들의 고달픈 갓생살이

    핵심요약

    '갓생'…얼어붙은 취업시장에 청년들의 생존 수단
    갓생 사는 이유에…"사회가 살기 어렵다는 증거" 응답
    언론고시생 김 씨, 자격증 6개에 인턴 2번에도 여전히 취준 갓생
    공기업 준비생 안 씨, 자격증 9개에도 "내가 부족해" 한탄

       갓생 '갓생'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언론고시생 김 씨와 공기업 준비생 안 씨의 일과
    MZ 세대들 사이에서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을 사는 '갓생' 챌린지가 유행이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갓생'이란 좁아진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을 의미한다.

    '갓생'은 신(神)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의미하는 '생'(生)을 결합한 신조어다.

    갓생 열풍은 유명인과 인플루언서가 본인들의 부지런한 일과를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운동, 직장, 자기개발까지 24시간 가운데 버리는 시간 하나 없이 하루를 사는 그들의 모습이 청년들에게 귀감이 된 것이다. 이를 본 청년들도 자기개발을 위해 바쁘게 사는 일과를 SNS상에 공유하며 '갓생'은 청년 세대 사이에서 유행이 됐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갓생은 자기개발보다 취업 준비를 의미한다. 대학생 이 모(24)씨는 "갓생 산다는 말은 취업 준비를 또래보다 열심히 한다는 의미에 더 가까워요"라고 말한다.

    이미 취업한 직장인들도 비슷한 인식이다. 지난 2일 HR 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806명을 대상으로 자기개발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13%가 갓생 열풍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증거라서(44%)라고 들었다.

    언론고시생 김 모(25)씨와 공기업 준비생 안 모(28)씨의 24시간을 통해 현실에서 '갓생'의 의미를 살펴본다.

    "불안해서 그래요"…언론사 꼬마 인턴의 갓생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김 모(25)씨의 하루는 오전 5시 반에 시작된다. 인턴 기자로 근무하는 언론사에 8시까지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6시 반. 출근 버스에 올라 전날 공부하느라 못 잔 잠을 쪽잠으로 보충하고 나면 어느샌가 광화문에 위치한 회사에 도착한다.

    기자로서의 하루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8시에 시작된 업무는 점심시간을 지나 오후 5시가 돼야 끝이 난다.

    5시에 퇴근을 하고 나면 그녀의 본격적인 '갓생'이 시작된다.
       
    집에 도착하면 6시 반. 빠르게 저녁을 먹고 언론사 취업을 위한 종합 스터디에 참여한다. 8시부터 시작된 스터디는 11시가 되어서야 끝이 난다. 스터디가 끝나고 나면 하루의 남은 시간을 자격증 공부, 독서, 자소서 작성 등에 사용한다. 공부가 끝나면 다음 날 오전 2시가 돼 있다. 이후 약 4시간을 자고 나면 다시금 쳇바퀴 같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갓생을 사는 이유에 대해 김 씨는 "불안해서"라고 답했다. 그녀는 "언론고시를 늦게 시작한 만큼 더 해야 할 것 같다"라며 "제가 전공이 디자인인 만큼 회사 인사담당자가 제 전공이 언론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일까 봐 걱정이 커서 이렇게 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2월에 대학교를 졸업했다. 졸업 이후 유명 언론사 2곳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고 자격증도 6개나 취득했다. 이 것 말고도 잡지사 에디터, 영상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어학연수, 교환학생까지 다녀왔다.

    그럼에도 언론사 취업의 벽은 여전히 높다. 그녀는 "잦은 서류평가 탈락은 나에게 좌절감을 주었다"라며 한탄했다.

    김 씨가 이렇게 갓생을 사는 이유는 오직 '취업' 때문이다. 왜 갓생을 사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솔직히 지금 하는 모든 활동이 취업 하나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취업 준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자격증만 9개예요. 근데도 실력이 충분한지 모르겠어요" 공기업 준비생 안 모(28)씨

    안 씨의 책상안 씨는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공부에만 매진한다.
    안 씨는 올해로 공기업 준비 2년 차다. 9시가 되면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의 하루 일과는 '공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오전 9시부터 다음날 3시까지 숨 쉴 틈 없이 공부 일정이 채워져있다. 두 번의 식사 시간과 운동시간 1시간이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 그는 취업 관련 공부에만 하루에 약 12시간을 쏟아붓는다.

    그가 공부하는 과목은 NCS다. NCS는 국가직무능력표준시험으로 공기업 취업의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시험이다. 그는 "NCS가 공기업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에 하루에 7시간가량을 투자한다. 근데도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남들보다 부족하기에 갓생을 사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일본어 자격증, 스페인어 자격증, 영어 자격증, 컴퓨터활용능력, 한국어실용글쓰기 등 자격증만 9개나 된다.

    해외 경험도 풍부하다. 일본에서 1년 간 거주했으며 스페인에서도 6개월 간 교환학생으로 지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3개월 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많은 이력과 높은 스펙에도 하루를 분과 초 단위로 쪼개 사는 그를 보고 주변 친구들은 그에게 "갓생 산다"라고 말해준다.

    그 말에 대해 그는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오히려 그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 다른 학생들보다 상황이 좋다"라며 "발 뻗고 공부만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공기업 취업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자주 낙담했다고 이야기했다. 현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대부분의 공기업은 인원 감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안그래도 좁던 공기업 채용문이 이전 정부에 비해 확연히 좁아졌다. 모 공기업의 경쟁률은 110대 1를 육박한다. 이에 대해 그는 "어쩔 수 없잖아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나에게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갈 실력이 충분한가"라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묻고 있다. 그것이 그가 갓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갓생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한정 달려가는 마라토너의 삶"이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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