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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입입니다. 71살이고요"



보건/의료

    "안녕하세요, 신입입니다. 71살이고요"

    편집자 주

    다방종업원 35세, 프로야구선수 40세, 보육교사 57세, 육체노동자 65세. 대법원이 정한 각 직종에서 소득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최종 나이, 즉 '노동연한'이다. 대법원은 2019년 2월 사회경제 변화를 고려해 노동연한을 만65세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수급연령 상한을 논의하면서 정년연장은 노동계에 뜨거운 화두가 됐다. 피할 수 없는 초고령화 시대 정년연장에 대한 계층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정년연장 리포트③]
    60세 은퇴후 10년간 무료한 삶…기름집 신입으로 '재취업'
    재취업하는 노인들 많은 한국…'노동연령' OECD 국가 1위
    퇴직 후에도 노동 시장에 20년 이상 남아…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

    문경시니어클럽 '새재참기름'에 신입으로 일하고 있는 정해화(71, 오른쪽)씨. 문경시니어클럽 제공 문경시니어클럽 '새재참기름'에 신입으로 일하고 있는 정해화(71, 오른쪽)씨. 문경시니어클럽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노인 지옥' 죽거나 죽이거나…흉기로 변한 빈곤
    ②평균 퇴직 49.4세…'죽음의 계곡' 떠밀리는 나라
    ③"안녕하세요, 신입입니다. 71살이고요"
    (계속)

    깨를 고온에서 볶으면 단백질과 지방이 분해되면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국산 참깨 사용은 필수. 참기름 주문이 들어오면 저온 창고에 보관해놓은 국산 참깨를 착유한다.

    미리 짜놓은 기름은 팔지 않고 단 한 번만 착유하는 게 문경시니어클럽의 '새재참기름' 원칙이다.

    "진짜 고소하고 향이 좋은" 참기름을 만드는 이는 올해 71살인 정해화씨다. 직원은 정씨를 포함해 8명. 모두 평균 연령 70세인 고령의 '시니어' 노동자다.

    노인일자리 사업형 제품인 새재참기름은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손을 잡고 온라인 판로가 만들어지면서 매출이 두 배 가량 뛰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돌봄 일을 하다 그만두고 10년간 은퇴자로 생활한 정씨는 새재참기름 1년차 '신입'이다. 깨를 씻고 볶아서 판매하는 일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하루 4시간 월 65만원의 '노동'은 죽은 은퇴자의 시간을 다시 돌게 해준 소중한 '기회'다.
     
    "할배 담뱃값 주고 손주들 용돈 주는" 능력 있는 할머니가 된 정씨는 75살까지 문경시니어클럽의 '일원'이 되고 싶다.

    정씨처럼 지루한 은퇴자의 시간을 소비하러 재취업하는 노인도 있는 반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

    문경시니어클럽 박은순 팀장은 "시니어클럽에서 월급 받아서 월세를 내는 노인들도 있다"며 "월급이 오후에 나가는 날은 단칸방 월세 내야 한다고 월급 언제 나오냐 발을 구르는 노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노동시간, 자살율에 이어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또 있다. 바로 노동 '연령'이다. 노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평균 연령은 72.3세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고령층(55~79세) 인구는 1548만 1천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2%에 달한다. 10명 중 6명이 '여전히'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령층 취업자는 지난 5월 기준 912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만 9천명이 증가했다. 55세~64세 고용율은 70.8%로 더 높은 수준이다.

    취업자들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49.4세인 점을 감안할 때, 주요 일자리 퇴직 후에도 노동 시장에 20년 이상 남아 있는 상황. 연금수령이 가능한 연령이 지나서도 평균 11년은 더 일을 한다. 

    '일하는' 고령자는 많지만, 일자리의 '질'은 좋지 않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새 일자리로 이직할 때 이전 일자리와 관련이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노인 대다수는 저임금과 비정규직 형태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0~64세 신규 임금근로자의 86.3%는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 65세로 상향 조정되면 현재의 정년 60세에서는 소득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지난 2019년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60세가 아닌 65세로 판결하기도 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층의 노동참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 관련 TF를 구성,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노인상담센터 이호선 센터장은 "노년의 소득보장은 무료함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상당부분 해소해준다"고 강조했다.

    일을 해서 돈을 벌면 건강과 생활성 보장은 물론, 놀이 등 문화생활도 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는 의미다.  

    이 센터장은 "정년연장은 노년층에게 일자리와 돈을 준다는 의미에서 고령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노인지옥의 문을 늦게 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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