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정가는 이른바 ''떡볶이 논쟁''으로 달아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민생 현장을 둘러본다며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떡볶이집을 방문한 것을 놓고,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강한 어조로 비난하면서 촉발됐는데, 이 어려운 시기에 뜬금없이 등장한 떡볶이 논쟁의 이면을 들여다보자.
◈ 이 대통령이 가면 손님이 떨어진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
논란의 발단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26일 의원총회 발언.
"시장에 돈 10만 원 들고 가서 떡볶이 팔아주고, 아이들 들어주는 게 근원적 처방인가? 이 대통령은 떡볶이집에 가지 마십시오, 손님 안 옵니다. 애들 들어 올리지 마십시오, 애들 경기합니다."
이 말을 들은 한나라당은 윤상현 대변인이 논평을 내 "서민들에게 못 살라고 저주를 퍼부은 막가파식 발언"이라고 받아쳤고, 장광근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들른 떡볶이집이 ''망할 것''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악담을 퍼부었다고" 비난했다.
이런 와중에 떡볶이집 아들이라고 밝힌 박 모 씨가 한나라당 대변인실에 보낸 한통의 이메일이 공개됐다.
그는 ''이석현 의원의 말은 어이가 없다''라고 하면서, 떡볶이집 망하니까 떡볶이집 가지 말고, 아이가 경기 일으킬 수 있으니까 보육원에 가지 마라"는 이야긴데, 그 발언 때문에 정말로 가게에 영향이있으면 책임질 수 있느냐? 국회에서 할 말이 그리 없느냐? 라면서 이 의원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박씨의 이메일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 의원과 민주당은 더욱 곤혼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고,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의 기획 아니냐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 전여옥 "상대방 자살골에 자책골로 응사한 꼴"
이명박 떡볶이
이석현 의원은 윤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의원 발언의 정확한 내용을 두고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이 대통령은 떡볶이집에 가지 마십시오. 손님 안 옵니다"라고 발언했는데, 한나라당이 "대통령이 간 그 떡볶이집은 망할 것"이라고 왜곡했다는 것. 그러면서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거짓말로 민주당과 서민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며 사과도 요구했다.
떡볶이 논쟁이 가열되자 이번에는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나섰는데 의외로 한나라당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상대가 완벽한 실책을 범했을 땐 정치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게 수''''라고 하면서 "상대의 완벽한 정치적 자살골에 자책골로 응사했다. 해야 할 땐 안 하고 할 필요가 없을 땐 굳이 나서는 한나라당에 국민이 혀를 찬다. 위중하고 위급한 때에 ''''떡볶이 논쟁''''으로 여의도가 날을 지새운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냐?"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 그들은 왜 떡볶이 논쟁에 열중하는가?전 의원의 말대로 이 위중한 때 ''떡볶이 논쟁''에 열을 올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방의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실용'' 노선 표방과 이에 따른 서민행보에 대한 양당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이문동 방문을 ''이미지 조작'' · ''정치쇼''라고 폄하하며 연일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왔다. 이 대통령이 국정이나 정책 운영의 기조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의 수세 국면을 돌려보기 위한 정치적 위장전술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시각.
물론 그 배경에는 조문 정국 이후 민주당으로 대거 옮겨간 중산층의 지지가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과 서민정책 표방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밑바닥에 깔려있다.
민주당은 조문 정국 이후 국회등원 조건으로 제시한 특별검사 등 5개 항을 여당이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소집을 실력으로 저지하고 있으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갑자기 들고나온 이런 민생 행보가 대여 정치 투쟁에 매달리는 듯한 민주당의 노선과 대비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 문제는 진정성
사실, 일반 국민도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갑작스러운 ''중도 실용'' · ''서민정책'' 표방에 대부분 어색한 느낌을 받게 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7대 반서민정책으로 부자 감세, 서민증세, 복지축소, 교육황폐화, 잘못된 일자리정책, 거꾸로 가는 물가정책, 투기조장 주택정책, 중소기업 · 자영업자의 몰락 등을 열거하면서 공세를 펴고 있는데, 일반 국민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은 ''중도 실용''을 표방한 이후 진보와 보수 모두로 부터 공격을 받게 되자 이날 라디오 연설을 통해 그 개념을 설명했다.
"거창한 이념을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갈등하며 분열하지 말고, 국가에 도움이 되고 특히 서민과 중산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의 마음을 모으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살리기와 서민, 개혁 지향에 초점을 맞춰 당선에 성공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으로 서민과 중산층 지향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그 진정성이 느껴지면 민심은 자연스레 다시 한나라당에 문을 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