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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후참사 책임져라"…주말 도심 3만여 명 행진



사건/사고

    "정부는 기후참사 책임져라"…주말 도심 3만여 명 행진

    민주노총·전장연·환경운동연합 등 약 500개 단체 시청역 운집
    "尹정부 출범 이후 기후정책 퇴행…오송참사 등 책임져라"
    "석탄화력발전 노동자 배제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 필요"
    멸종상황 상징 '다이인' 퍼포먼스…용산 등으로 행진 이어가

    23일 서울 '923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멸종싫어송(song)'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이은지 기자23일 서울 '923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멸종싫어송(song)'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이은지 기자
    폭우·폭염이 잇따르는 등 이미 기후위기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 수준에 이른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는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수만 명 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환경운동연합 등 약 500단체가 모인 '923기후정의행진'은 23일 오후 서울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을 슬로건으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 20일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열린 기후목표정상회의에 맞춰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진행되고 있는 기후 시위 중 하나다.
     
    약 3만 명(주최 측 추산)의 참가자들은 '지구는 지켜야지', '지구가 뜨겁다 지금 당장 체제 전환', '석탄 발전 이제 그만' 등 직접 쓰고 그린 친환경 피켓을 들고 시청역 7~8번 출구 사이 차로에 모여들었다.
     
    기후정의행진은 '기후를 파괴하고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야 한다'며,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기조 철회 등 기후정책이 눈에 띄게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불평등이 재난이다, 평등해야 함께 산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하라!", "정부는 회피 말고 기후참사 책임져라!" "물·전기·가스는 상품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반핵아시아포럼의 사토 다이스케 사무국장이 23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923기후정의행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반핵아시아포럼의 사토 다이스케 사무국장이 23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923기후정의행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단상에 선 반핵아시아포럼의 사토 다이스케 사무국장은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아시아 각국의 탈핵 운동에 함께 참여해 달라"며 "우리는 핵발전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고 결국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가능한 '빨리'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대형 사고가 반복되기 전에 핵발전을 끝내야 한다. 2025년 탈핵이 이뤄질 대만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환경 파괴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 탈피에는 동의하면서도, 관련 산업에 종사해온 노동자들의 생계도 고민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탈석탄일자리위원회 송민 위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탄소중립위원회와 녹생성장위원회가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로 통합됐는데, 다양한 사회계층의 참여 보장을 위한 위촉위원의 수는 반토막이 났다"며 "특히 '정의로운 전환'의 당사자인 노동계 위원은 단 한 명도 배정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발전소 폐지와 함께 사라지는 노동자들의 삶은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또 "지금 이 시간에도 2만 5천 명의 발전소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가 사라지는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 전환으로 해고는 당연하다'는 전제를 앞세우고 있다"며 "환경과 사람을 희생시키는 전환은 이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지난 7월 15일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전후 정부가 보인 안일한 태도도 비판했다. 당시 지하차도는 미호강 제방이 유실되면서 완전히 물에 잠겼다.
     
    오송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의 정미진 집행위원은 "새벽부터 내린 홍수경보에도 왜 하천 바로 옆 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는지, 홍수를 대비한다는 임시제방은 왜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는지, 지방정부는 기후재난을 대비할 의지가 있긴 했는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그 진상을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당국을 겨냥하며 "비민주적인 정치·경제 체제가 기후재난 시대에 어떤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더욱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며 "진상규명과 최고책임자 처벌만이 대안이자 재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촉구했다.
     
    참여단체들은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할 것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할 것 △철도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을 확충해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할 것 △신공항 건설·국립공원 개발사업을 중단할 것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것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23일 '923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불평등이 재난이다 평등해야 함께산다!", "기후재난 못살겠다 안전한삶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은지 기자23일 '923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불평등이 재난이다 평등해야 함께산다!", "기후재난 못살겠다 안전한삶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이달 초 '4대강 보 존치'를 위한 공청회에서 단상을 불법점거했단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은 녹색연합의 정규석 사무처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4대강 사업으로 우리 강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고, 우리 바다의 회복탄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까지 성장과 개발이 지상과제로 군림해야 하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멈춤'이다. 당장 우리의 요구가 현실이 되도록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며 "물론 (정부가) 탄압하고, 연행하고, 재판정에 우리를 불러내겠지만 쫄지 말고 '훈장'으로 생각하자"고 독려했다.
     
    이들은 집회 직후 각각 정부서울청사, 용산 대통령실 등 두 갈래로 나뉘어 행진했다.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바닥에 모두 죽은 듯이 드러눕는 '다이인(die in)'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기후위기로 인한 멸종상황을 상징하는 몸짓이라고 기후정의행진은 설명했다.
     
    '923기후정의행진' 집회 직후 서울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 중인 참가자들. 이은지 기자'923기후정의행진' 집회 직후 서울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 중인 참가자들. 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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