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결항·회항 최후 결정, 이 손안에 있소이다"

편집자 주

한 해 16만대 이상의 비행기가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섬인 제주로서는 뭍과 연결해주는 주요 통로이고, 제주도민들에게는 버스터미널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해 2500만명의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자 다양한 기관과 업체, 직종이 어우러진 백화점과 같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주국제공항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일을 하는 곳인지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를 연속 기획보도합니다. 스물두번째 이야기, 항공기 결항과 회항을 결정하는 '운항관리사'를 소개합니다.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㉒]운항관리사
기상악화때 결항과 회항 등 항공기 운항 여부 결정
목적지-도착지 공항까지 항로·비행고도·예상비행시간 등 담은 비행계획서 작성
중량과 풍향·풍속 등 환경요소에 비상시 연료까지 항공기 연료량 산출

제설작업 뒤 주기장. 대한항공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내가 누군줄 알아?" 제주공항 항공보안검색 요지경
②"내 얼굴이 신분증?" 대통령도 예외없는 항공보안검색
③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④"항공기 사고 3분내 도착, 제주공항 소방구조대가 맡는다"
⑤제주공항 구조·화재·구급 해결사 '소방구조대' 입니다
⑥제주공항 화장실 추태…샤워에서 고기 손질까지
⑦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제주공항은 올해도 비상
⑧제주공항 활주로 1톤당 200만원 제설제 '초산칼륨'
⑨장난전화에 제주공항 마비…폭발물처리반 24시간 초긴장
⑩'항공기의 등대' 제주 하늘길 24시간 지킴이
⑪긴장의 1초 1초 제주공항 지휘자 '관제사'의 하루
⑫희귀직종 '관제사' 직업병·스트레스 넘어 항공 지휘
⑬제주공항 조류충돌 최근 3년간 57건…365일 새들과 전쟁
⑭급변풍경보만 1년 301회…변화무쌍 제주국제공항 날씨
⑮"제주공항 치안 붙들어매세요"…'103호' 제주국제공항경찰대
⑯항공소음피해 합리적 지원 찾아 제주공항 오늘도 현장속으로
⑰국내 유일 특화 세관, 제주 하늘·바닷길 국경 '꽁꽁'
⑱제주관광 민원 해결까지 '제주공항 종합관광안내센터'
⑲반려견 안전까지 고려하는 항공기 지상조업
⑳'이들' 무게 조율에 승객·화물 안전비행 달렸다
㉑"내가 누군줄 알아" 진상·취객 도발에도 '항공 안전 운송'
㉒"항공기 결항·회항 최후 결정, 이 손안에 있소이다"
(계속)

기상악화때 항공기 운항 결정 권한을 쥐고 있어요

항공사는 전 세계에 운항중인 자사 항공기에 대해 통제센터가 중앙집중 형태로 운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통제센터에는 운항관리사와 기상 담당, 항공기 스케줄 담당, 승무원 스케줄 담당, 정비 담당 등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전 부문의 직원들이 협력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강풍이나 폭설 등 기상이 악화되면 운항관리사가 운항결정회의를 요청하는데요. 기상담당이 해당 지점의 기상을 확인한 뒤 협의를 통해 결항 여부를 결정합니다.

운항관리사 업무를 지원하는 '운항담당'

각 지역 공항에는 중앙통제센터의 운항관리사 격인 운항담당이 안전운항을 위한 업무를 수행중입니다. 비행계획서대로 운항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항공기 기장들에게 필요한 기상이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 운항결정회의로 합의된 항공기 결항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결항신고를 합니다. 한마디로 본사에는 운항관리사가, 지점에는 운항담당이 근무하는 격입니다.

제주공항 해무. 대한항공 제공

운항관리사가 작성하는 '비행계획서'

비행계획서에는 출발에서 도착까지 항공기의 모든 스케줄이 담겨 있습니다. 목적지 공항까지 항로와 비행고도, 예상 비행시간과 소요 연료, 만일의 사태때 교체공항까지의 예상 비행시간과 소요 연료 등이 담깁니다. 제주-김포행 항공기를 예로 들면 항로상 7개의 포인트를 기준으로 각 포인트에서 포인트까지 거리와 비행조건, 비행시간, 소모 연료량을 데이터로 뽑아 놓습니다. 국제선 등 비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지나가야할 중간의 포인트는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항공기 연료량 계산,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무입니다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들어가는 항공기 연료량은 항공기 탑재 중량과 풍향, 풍속, 기압, 기온 등 모든 환경적 요소가 포함해 계산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연료를 비롯해 비상시 교체공항까지 연료, 교체공항 상공에서 30분 체공할 수 있는 연료가 항공법으로 규정한 최소한의 연료입니다. 여기에 게이트에서 활주로까지 드는 연료까지 다양한 상황과 구간이 총연료량에 산출됩니다. 제주에서 김포로 향하는 에어버스330 기종의 경우 이런 상황을 모두 포함한 총연료는 2만 8천파운드입니다.

제설작업중인 제주공항. 대한항공 제공

돌풍 등 기상악화로 회항하거나 지연되는 연료량까지 산출

기본적으로 안전운항의 필수요소로 예비연료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심지어 악기상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예비연료가 실립니다. 한번에 착륙을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상조건이 허용되면 공항 주위를 선회한 뒤 착륙시도를 하는데요. 이를 대비해 항공사가 자유 재량으로 예비연료를 충분히 실어 연료부족으로 인한 회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습니다.

마음대로 안되는 기상 예측,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태풍이나 강풍은 그나마 예측이라도 가능,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와 접해 있는 제주공항은 갑작스런 해무나 안개가 들이닥치면 대응에 속수무책입니다. 공항기상대도 당황스럽겠지만 운항계획과 연료량을 산출하는 운항관리사로서는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토로입니다. 대신 안전운항을 위해 기장들과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은 결과 안전하게 착륙이 이뤄지면 안전운항의 첨병이 된 듯한 뿌듯함이 크다는군요.

대한항공 제주여객서비스지점 운항담당. 대한항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