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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환자 죽일 것 같아" 응급사직 간호사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



보건/의료

    "내가 환자 죽일 것 같아" 응급사직 간호사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

    간호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응급사직…고강도 교대 근무에 담당 환자만 열명 이상
    현장 인력 부족에 잦은 실수로 자책도…의료노조 "의료진 개인 문제 아닌 의료시스템 문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증언대회에서 수도권 공공병원 병동 간호사가 의료 현장 인력 부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증언대회에서 수도권 공공병원 병동 간호사가 의료 현장 인력 부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규 간호사는 자신의 퇴사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원하는 대학병원에 입사했지만 3개월 만에 퇴사했다.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교대 근무로 갈등을 겪었던 14년차 간호사도 쫓기듯 병원에서 나와야 했다.

    구독자 23만명을 보유한 전직 간호사이자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가 자신이 응급퇴사해야만 했던 사연을 동영상으로 올렸다. 해당 영상은 107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구독자 23만명을 보유한 전직 간호사이자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가 자신이 응급퇴사해야만 했던 사연을 동영상으로 올렸다. 해당 영상은 107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직후 회사를 급하게 떠나는 이른바 '응급퇴사'는 간호사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자리잡고 있다.

    불규칙한 3교대 근무와 과도한 근무, 적은 임금까지. 어렵게 간호사 면허를 땄지만 이 같은 이유로 매년 절반에 가까운 신규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6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9~2022년 국시에 합격한 간호사 신규 면허자 수는 총 10만7227명인 데 반해 같은 기간 사직한 임상 간호사 수는 5만8913명이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국시 합격한 간호사들이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하는 것을 고려할 때, 매년 1만 명 가까운 간호사가 병원을 떠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그만둔 간호사 A씨 역시 여러명의 환자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 두 번의 이직을 했다는 그는 "첫째 일이 힘들고, 업무긴장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16명의 환자를 동시에 돌봤다는 그는 "실제로 제 동기들도 응급사직을 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퇴사하면 나머지 사람이 업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되지만 또 그렇게 할 만큼 힘든 게 있기 때문에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대한간호협회의 '병원간호사회,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직한 간호사 중 절반가량이 과도한 업무로 병원을 떠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을 그만둔 간호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2%는 간호사 본래 업무 범위 이상의 과도한 일을 이유로 퇴사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사직률은 지난 2014년 28.7%에서 2021년 52.8%로 증가했다. 사직 이유로는 업무부적응이 32.6%로 가장 많았고, 다른 병원 이동, 질병 및 신체적 이유가 뒤를 이었다.

    의료단체들은 매년 절반에 가까운 신규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데는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신규 간호사들이 현장에 배치되고, 간호사들은 1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며 자신의 실수가 환자에게 피해가 갈까 스스로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증언대회에서 지방 대학병원 간호사가 의료 현장 인력 부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증언대회에서 지방 대학병원 간호사가 의료 현장 인력 부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보건의료노조가 진행한 '의료인력 부족이 환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 증언대회'에 참석한 수도권 공공병원 근무중인 간호사는 현장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간호사를 '퇴사'라는 최후의 선택으로 더 밀어낸다고 말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두 달 교육받고 업무에 배치되면 8~13명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데 교육 중 보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구석에서 핸드폰으로 검색하면서 일했다. 동기들이 '이러다 내가 환자를 죽일 것 같아'라며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떠났다."

    전직 수도권 대학병원 간호사 역시 "인력이 부족해 신규 간호사를 충분히 훈련시키지 못해서 투약 사고와 낙상사고, 욕창과 폐혈증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한다"며 간호인력을 늘리는 게 환자 안전이자 환자 권리라고 강조했다.

    의료단체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인력 확충과 함께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등 보건의료인력 국가책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병원 내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은 개별 병원이나 의료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라며 "환자 안전을 지키고 의료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간호사 교대근무를 개선하는 시범사업을 당초 계획보다 1년 9개월 앞당겨 시행해  간호인력 지원에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예측할 수 있는 교대근무를 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운영중이며 현재 60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참여기관 공모를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의료기관별 참여 병동 개수 제한도 없앴다.

    참여 의료기관에 지원하는 간호사 인건비도 현실화하고 정부 지원도 70%에서 80%로 올린다.

    복지부 박민주 제2차관은 "우수 의료인력인 간호사가 장기간 근속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속도감 있게 개선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더 나은 입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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