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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영상에 달린 해외 팬 댓글, 새로운 한국 사투리 될 수 있다?"



문화 일반

    "BTS 영상에 달린 해외 팬 댓글, 새로운 한국 사투리 될 수 있다?"

    BTS 유튜브 영상 댓글 63만개 분석 결과
    '해외팬 댓글, 제 8의 한국어 사투리 된다'
    반말과 존댓말, 번역체 섞이는 소통방식
    RM, 직접 번역체 사용하며 친밀감 키워
    케이팝 영향력이 한국어 확장에도 순기능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손희정 문화평론가, 박수정 PD
     
    ◇ 채선아> 논문을 읽는다는 건 바로 덕후와 대화하는 거 아닐까요? <별 게 다 연구대상> 시간입니다. 오늘 BTS 영상에 달린 댓글 분석이라는 주제로 저와 함께 얘기 나눠볼 두 분 모셨습니다. 문화평론가 손희정 박사, CBS 박수정PD, 안녕하세요.

    ◆ 손희정, 박수정> 안녕하세요.
     
    ◇ 채선아> 먼저 논문을 본 소감부터 여쭤볼게요. 어떻게 보셨나요?

    ◆ 손희정> 댓글이 한국어가 파괴되는 공간이라서 이런 식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그런데 역시 덕후의 눈으로 보면 다른 것이 보이는 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박수정> 저는 10대 때부터 오랫동안 케이팝을 좋아했는데 아 이거를 연구하신 분이 있구나 싶어서. 드디어 나의 오랜 덕질 생활이 좀 쓰일 때가 왔구나, 얘기할 거리가 많겠구나, 드디어 빛을 볼 날이 왔구나 싶었어요.


    ◇ 채선아> 얼마나 BTS가 인기가 많으면 이런 걸 분석한 논문이 있을까 싶을 정도죠. 저도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했는데, 논문의 제목은 대구대학교 이정복 교수가 쓴 <방탄소년단 유튜브 동영상의 한국어 댓글 분석>입니다.

    ◆ 손희정> 이게 심지어 댓글 60만 개를 분석을 하셨다고 해요.

    ◇ 채선아> 635,982개를 분석했더라고요. 도대체 이 많은 댓글을 어떻게 봤을까 싶은데, 케이팝에 과몰입하는 박수정 PD가 본 댓글은 몇 개 정도나 될까요?

    ◆ 박수정> 셀 수 없이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왜냐면 이제 덕후들이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이 절대 한 번은 안 보거든요. 처음에는 일단 가로 화면으로 보고 또 멈추면서 감상하고 그다음에는 다시 세로 화면으로 돌려서 댓글이랑 같이 봅니다.

    ◇ 채선아> 댓글도 같이 봐요?

    ◆ 박수정> (댓글) 인기순도 보고 최신순도 보면서 '이 주접 댓글 나랑 마음이 비슷하네' 싶으면 좋아요 누르고. 제가 좋아요 누르려고 보면 이미 좋아요 3천 개 정도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 채선아> 마음을 대변해 주는 곳이 댓글 창인 거네요.

    ◆ 박수정> 소통하고 친구랑 수다 떠는 느낌으로 댓글창을 보고요. 이제 외국인 댓글들도 많다 보니까 그들의 번역투도 익숙해졌습니다.

    ◇ 채선아> (BTS 영상에는) 어떤 댓글들이 달렸는지 저희가 예시를 보면서 얘기를 나눠볼게요. 예를 들어, '내 마음은 당신이 우는 것을 보고 천조각으로 부서집니다.'


    ◆ 손희정> 너무 시적이에요.

    ◆ 박수정> 감동적이지 않나요.

    ◇ 채선아> 이외에도, '울지 마십시오. 그는 단지 장난꾸러기 햄스터', '그 표정으로 매번 나를 죽여라. 심장에 총알이 덜 해롭다.'

    ◆ 손희정> 거리를 두고 언어를 보면 어떤 새로운 표현이 나올 수 있는지 그런 것도 느낄 수 있고요.

    ◆ 박수정> 그리고 이게 원어로 원래 어떤 단어였을까를 좀 추측해 보게 되는 그런 재미도 있고요.

    ◇ 채선아> 논문 연구자는 이 댓글을 보면서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거든요. 첫 번째 특징부터 나눠볼게요. '번역투를 사용했다'라는 건데 앞선 예시에서도 느끼셨을 거예요. 대표적인 예로 이런 거죠. '장기 군 복무를 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가장 긴 군대 구성원.'

    ◆ 박수정> BTS 팬덤 명이 아미(Army)잖아요. 그래서 아미를 오랫동안 했던 멤버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 채선아> '가장 긴 군대의 구성원'을 우리 식으로 다시 한 번 해석을 해보면 가장 오랫동안 팬 활동을 했던 사람인거죠. 수정 PD는 혹시 기억에 남는 이런 번역투 댓글이 있나요?

    ◆ 박수정>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댓글에서 영어로 '쿨(Cool)'이 칭찬이잖아요. 멋있다는 뜻인데 번역돼서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아주 시원합니다.' 라고 댓글이 있었어요. 이게 한국어로는 상투적으로 쓰이지 않는 표현이어서 오히려 더 신선하게 와 닿은 적이 있어요.
     
    ◇ 채선아>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 게 한국인들이 한국말을 잘 하면서도 이런 번역투를 따라한다는 거죠. BTS 멤버 RM이 이 말투를 따라 했더라고요. '이 글을 작성한 당신 혹시 천사입니까? 하늘로 날아갈지 모릅니다. 조심하십시오.' 뭔가 약간 어색하면서도 한국인이 썼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 손희정> RM 같은 경우는 이 팬덤의 문화를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겠죠. 그래서 팬들과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우리만의 언어를 나눈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이런 식의 번역투라는 게 온라인 팬덤 안에서는 밈(meme)이 돼버려서 이 밈을 잘 이해하고 해석하는 게 나를 그 구성원으로 만들어 주는 거죠.
     
    ◇ 채선아> 두 번째 특징으로 넘어가볼게요. 해외 팬들의 댓글에서 보면 '청자 경어법 사용'의 일관성이 전혀 유지되지 못한다는 거예요. 높임 표현이 좀 이상하다는 건데, 예시를 한 번 볼게요. '아랍의 아미입니다. 그들이 행복하고 마음의 평화가 있기를.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 손희정> 번역기를 돌려도 제일 많이 틀리는 게 경어법 쓰는 거거든요. 한국어 경어법이 정말 어려워요. 나를 높이는 경우도 있고 상대를 높이는 경우도 있고 제일 어려운 건 압존법이거든요. 예컨대 할아버지가 방에 들어오셔서 '아비 어디 갔느냐' 이러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어도 '아비 나갔습니다'가 사실은 맞는 표현이에요. 나한텐 아버지가 높은 사람이지만 말하는 사람보다 낮으면 낮춰야 되는 거죠. 그런데 요즘 모두가 억울하기도 하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이 경어 체계가 다 무너지면서 모든 걸 다 그냥 높여버리는.

    ◆ 박수정>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 손희정> 커피까지 '나오시게' 되는 이런 것들을 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박수정> 지금 듣고 계신 분들 중에 NCT 팬이 있으면 아마 이 문장 다 아실 텐데 팬 중 하나가, NCT 도영이라는 멤버가 라이브를 하는데 이런 댓글을 단 거예요. '당신은 팬 중 하나가 당신의 아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해라' (웃음) 이렇게 쓴 거예요. 아마 기대하라는 의미였던 것 같은데 이게 앞뒤 존대가 너무 다르니까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요.

    ◇ 채선아> (경어법) 안 지켜도 이런 재미가 있네요.

    ◆ 손희정> 번역기가 요즘 너무 좋아지고 있어서 이런 재미있는 해외 팬들의 댓글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진짜 번역기가 못 따라잡을 건 경어체인 것 같아요. 우리는 앞으로도 좀 재미있는 댓글들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 박수정> 댓글이 달릴 수 있으니 각오해라. (웃음)

    ◇ 채선아> 세 번째 특징은 새로운 어휘가 등장했다는 건데, 이것도 재밌어요. 오빠나 형을 영어로 하면 'Brother'인데 그게 아니라 'Oppa'라고 쓴거죠. 막내는 'Maknae' 거기에 's'가 붙어서 'Maknaes'라고. 그러니까 영어에서 쓰는 형식을 그대로 가지고와서 단어를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 박수정> 각 그룹에서 막내인 아이돌끼리 모여 챌린지 같은 거 하잖아요. 그러면 댓글에 'Maknaes'라고 달리는 겁니다.
     
    ◆ 손희정> 이 논문을 쓰신 분은 이렇게 설명하시더라고요. 팬덤에서 이런 언어들을 익히고 익숙해지면서 이미 외국인들의 언어 생활에 이런 단어들이 스며들었다는 걸 보여준다고. 한국어가 그 나라의 문법을 만나서 정말 단어가 되는 거죠. 
     
    ◇ 채선아> 그걸 소위 '돌민정음'이라고도 한다면서요?

    ◆ 박수정> 맞아요. 아까 말씀하신 '언니, 오빠, 막내, 애교' 이런 개념들이 사실 한국어로만 이해할 수 있는 의미와 뉘앙스를 지니고 있거든요.
     
    ◇ 채선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선 이런 표기법 일부를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추가했다고 해요. 번역할 수 있는 대체 단어를 찾지 못했던 지 못한 거죠. 그런데 이 사전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어 사전이라고 하거든요. 여기에 실린 단어들이 총 26개인데 저희가 리스트 보여드리고 있어요.

    ◆ 손희정> 재미있는 현상이기는 한 것 같아요. 여기에 지금 올라가 있는 것 중에 하나가 'K복합어'가 들어가 있거든요. K가 들어간 여러 가지 문화를 이제 사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인 거거든요. 확실히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하는 걸 보여주는 것 같고요. 이것과 연결해서 제가 좀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던 건 또 약간 부끄러운 일이기도 한데 '고독사'라든지 '반지하' 같은 단어들이 알파벳으로 음차가 돼서 언론에 외신의 보도가 되거든요.

    ◇ 채선아> 다른 나라에는 없는 거라서 그런가요?

    ◆ 손희정> 잘 생각해 보면 해외라고 고독사가 없을 리가 없고요. 반지하 같은 경우는 한국의 굉장히 특수한 주거 형태이기도 하고 영화 <기생충> 때문에 많이 주목을 받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때로는 외국에도 있는 현상을 한국의 언어를 가져가서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 거예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보면 확실히 한국어가 굉장히 외국인들한테 익숙한 언어가 됐다는 말이겠고요. 논문의 중요한 주장 중에 하나는 뭐냐면, 이렇게 한국의 케이팝과 팬덤 문화가 한국어를 전파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죠.

    박수정 PD, 손희정 문화평론가, 채선아 아나운서박수정 PD, 손희정 문화평론가, 채선아 아나운서 
    ◇ 채선아> '선배님'이라는 호칭도 그렇거든요. 유난히 아이돌 사이에서 선배님 호칭을 많이 사용하는데 아이돌이 한 예능 프로에 나와서 퀴즈를 맞추는 장면이 있었어요. 여기서 '정답! 비발디 선배님.' 이라고 하거든요. 이처럼 선배님이란 호칭을 아이돌이 많이 사용하니까 해외 팬들도 쓰기 시작하는 거예요.

    ◆ 박수정> 제가 아이돌의 입장에서 변호를 해보자면, 아이돌이 사랑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검열도 많이 받고 또 언제나 '거만하다, 예의 없다' 이런 말을 들을까봐 걱정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과장해서 모든 것에 존칭을 붙이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 손희정> 그래서 커피 '나오시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기도 한 저런 표현을 쓰는 분들의 문제라는 보다는 한국 사회의 위계 문화가 굉장히 큰 압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그래서 '유교 아이돌이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선배 후배 간의 위계를 강조하고 때로는 외국인들이 연예계에 들어갔을 때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위계가 센가'라고 질문을 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폭행 사건 같은 것들도 일어나기도 했었죠.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이게 예의와 유교라기보다는 군기 아이돌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우리 문화가 점점 성장하고 있으니까 이런 것들을 좀 빼고 가도 되는 문화 아닐까요.

    ◇ 채선아> 여기까지, 세 가지 특징을 살펴봤는데 결국에 팬들이 스타들과 소통하고 싶은 소통의 의지가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제 논문의 결론으로 넘어가 보면, 이 논문의 저자가 25년간 한국어를 분석한 분이래요. 그런데 결론이 '해외 팬들의 이런 신종 한국어가 8대 방언이 될 수 있다'라는 거.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 손희정> 네, 저는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봐요. 영어도 한국에선 콩글리시가 있고, 인도식 영어, 러시아식 영어,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영어의 힘이랄까 패권이랄까 이런 것들이 반영되면서 다양한 방언들이 등장하고 있는 건데 한국어도 이렇게 성장을 하다 보면 어떤 한 종류의 방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 채선아> 아랍식 한국어가 생기는 거죠.

    ◆ 손희정> 그렇죠. 그리고 우리가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다양성을 더 많이 고려하고 포용성을 넓혀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 박수정> 얼마 전에 코첼라에서 블랙핑크가 무대에 섰잖아요. 마지막에 끝 인사를 하는데 한국어로 했어요. 지수 씨가.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국어로 너무 당당하게 하는데 다 알아 듣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한국어가 오랜 시간 동안 소외되고 우리끼리만 쓰는 말 같은 느낌이 좀 있었는데 한국어의 케이팝식 사투리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어가 유연하게 바뀌면서 더 소통의 접점이 많아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채선아> 기대가 되네요. 여기까지 얘기 나눠볼게요. 함께해 주신 손희정 박사, 박수정 PD와 인사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손희정, 박수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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