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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집회 제한' 반발에 "선언적" 한발 뺐지만…'시대착오적 발상' 비판



국회/정당

    與, '집회 제한' 반발에 "선언적" 한발 뺐지만…'시대착오적 발상' 비판

    당정, '집회 제한' 추진하더니 하루 뒤 "선언적"
    "현행 법으로도 경찰이 금지 가능…적극 해석하란 의미"
    집회·시위 사전 검열 뒤 금지 자체가 시대착오적 비판
    '0~6시 금지'엔 "시간 선택 자유가 집회 자유의 본질" 지적도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하 공동투쟁)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 집회 이후 도로와 인도 등지에서 노숙하는 행위와 야간 문화제를 내세운 변칙적 집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하 공동투쟁)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 집회 이후 도로와 인도 등지에서 노숙하는 행위와 야간 문화제를 내세운 변칙적 집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경찰 신고 단계에서부터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위헌 논란 등에 부딪히자 "선언적이었던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기존 법으로도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으므로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금지 통고를 내릴 수 있도록 의미를 밝혀준 것이란 취지다.

    하지만 집회·시위를 정부가 사전에 검열하고 허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미 법원은 10여년 전부터 경찰이 '신고 단체에 불법 전력이 있다'며 내린 집회·시위 금지 결정을 뒤집고 허용해왔다. 헌법재판소 또한 14년 전 정부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바 있다.

    與 "신고 단계서 집회 제한" 추진…'위헌 논란' 일자 "선언적" 수습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4일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갖고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정은 총리실에서 가칭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권익 보호 태스크포스(TF)'를 일정 기간 운영하면서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불법이 만연한 노숙·도심 집회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에서 논의된 방안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이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는 신고 단계에서 집회·시위를 거부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 도로 위에서 개최되는 시위 제한 △심야시간(0~6시) 집회 제한 등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심야 시간대 집회·시위 관련 헌법불합치와 한정위헌 결정이 난 뒤 국회에서 입법조차 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본인이 발의한 법안 중심으로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옥외 집회·시위 금지 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하자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정권의 실정에 대한 풍자를 탄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집회의 자유마저 박탈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참여연대·민변 등도 각각 논평을 통해 당정을 비판했다.

    그러자 여당은 다음 날인 25일 "선언적이었던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날 오전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 앵커의 '위헌 소지는 없나'라는 질문에 "선언적인 것"이라며 "(집회·시위) 계획서도 있고 경찰들이 현황 파악 같은 것을 한다. 불법이 명백하다면 당연히 불허한다. 지금도 집시법에서 불허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장동혁 원내대변인 또한 기자들과 만나 "지금도 집회·시위에 대해 그 태양이나 시간, 장소 등 여러 가지 고려해서 금지를 통고할 수 있지 않나.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지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해서 판단하라는 것"이라며 "지금 기존 법에 있던 내용에 당연히 포함될 수 있는 것을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그 의미를 밝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이미 수십년前 '불법 전력 단체' 집회 금지…法 제동에 사라져

    하지만 집회·시위를 사전에 검열한 뒤 허가를 해준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당이 거론한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 금지' 방안은 이미 경찰이 수십년 전부터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법원이 경찰의 금지 통고에 제동을 걸면서 오늘날에는 사라진 방법인데, 이를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2009년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앞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추모대회'2009년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앞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추모대회'
    2010년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집회를 신고하자 관할 경찰서는 '과거에 불법 시위를 한 전력이 있어 공공의 안전질서에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다'며 금지를 통고했다. 그러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과거 전력을 문제 삼아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경찰서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불법 행위로 인해 대다수 선의의 시민들이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거리 행진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이 "행진 중 발생하는 불법은 따로 형사처벌 할 수 있다"며 '금지 무효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집회·시위가 열리게 됐다.

    2015년에도 경찰이 민주노총의 민중총궐기에 대해 2차례나 금지 통고를 내렸지만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허용됐다. 당시 법원은 "교통 불편이 예상되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함에 따라 수인해야 할 부분"이라며 "교통 소통의 공익이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고 그에 따른 질서유지는 경찰 본연의 책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경찰이 집회·시위 단체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으며 허가하지 않았다가 법원의 결정으로 뒤집어 진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법원의 계속된 제동과 2016~2017년 촛불집회 등을 거치며 경찰의 금지 통고 범위는 더욱 줄어들었다.

    헌재 2009·2014년 상반된 판결…與 "입법 미비 채워야" vs "허가 자체 위헌적"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하 공동투쟁)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하 공동투쟁)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야 시간대 집회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9년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의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다. 헌법불합치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위헌선언이지만, 국회가 해당 조항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기 위해 내리는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야간 옥외집회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그 단서는 행정권인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의 성격 등을 포함해 허용 여부를 사전에 심사해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헌법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규 규정하고 있다. 집회·시위를 정부가 '허가'하는 것은 위헌이란 취지다.

    반면 2014년 헌재는 집시법 10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 한정위헌이란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헌재가 밝히는 것으로, 법의 해석이 여러 가지로 될 때 헌재가 특정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위헌적 해석 여지를 없애는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일몰 후부터 12시까지 집회·시위 한 것을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0시 이후에 대해선 허용·금지 여부를 국회 몫으로 남겨뒀다.

    이에 당정은 0시부터 6시까지를 집회 금지 시간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제한하는 건 필요하지만, 시간대가 불명확해 좀 더 구체적인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 또한 "헌재도 사회의 안녕질서 유지와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심야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9년 헌재 판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부가 집회·시위를 허가하는 것 자체에 이미 헌법 위반 요소가 있으므로 당정의 발상이 위헌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은 성명을 통해 "집회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이라며 "이에 대한 침해는 원천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이 내세우고 있는 (민주노총 1박 2일 집회와 같은) 개별적인 무질서 행위들은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현행 법규를 통해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며 "이는 개별적 규제를 통해 예방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 행사인 집회의 개최·참가 자체를 사전에 금지할 수 있는 근거로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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