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로 미래 세대들이 안심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튼튼한 안보를 구축할 것이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첫 참석한 대통령실 조태용 안보실장의 업무보고가 끝나자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가짜 평화'라는 표현을 겨냥해 "안보실장 인사말에 거짓말이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4성 장군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저는 39년 동안 군복을 입고 노심초사하면서 북한 도발에 대비해왔다"며 "왜 과거를 폄하하고 군을 폄하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 실장은 발언권을 요청해 "거짓말을 했다고 하니 안보실장으로서 가만히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저는 가짜 평화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서도 "전임 정부에서 전임 대통령이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국제 사회에 보장하면서 대북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했다"며 "가짜 평화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정면 공격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동안 '가짜 평화'라는 표현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의 안보관을 비판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로 안보를 구축하겠다"고 했고, 9일 국무회의에서도 "오는 5월 16일 6년 만에 다시 민방위 훈련을 실시한다"며 "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실장은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김병주 위원님이 제 말을 거짓말이라고 했다"며 "이게 싸우자는 것 아니고 뭔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도 보고하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하는 권리는 없다"며 "제가 반론권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국민과 싸우자는 것인가"라며 "오만방자하고 불손하다"고 질타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에서도 여야의 긴장은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전 불거진 미국 정부의 불법 도·감청 논란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미국의 도청을 인정하느냐"는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조 실장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니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 도청인지 아닌지는 좀 더 파악해 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도·감청 보호시설이 청와대보다 잘 돼있고 업그레이드 시켜 외부서 도·감청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 실장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폴란드를 통해 탄약을 우회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직접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조 실장은 탄약 지원 여부를 묻는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당했다"며 "전황을 보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탄약을)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