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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 '단체행동' 돌입…"면허반납·PA 간호사 불법의료 거부"



보건/의료

    간협, '단체행동' 돌입…"면허반납·PA 간호사 불법의료 거부"

    尹 간호법 거부 행사한 16일, 장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수위 결정
    '간호外' 불법업무 리스트 배포, 불법진료신고센터·현장실사단 운영
    19일 광화문서 '범국민 규탄대회' 예고…"파업은 없다" 방침 재확인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등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간호사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간호법 관련 거부권 행사에 항의하는 1차 단체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이은지 기자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등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간호사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간호법 관련 거부권 행사에 항의하는 1차 단체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이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대한간호협회(간협)가 1차 단체행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간협은 대대적인 면허 반납을 비롯해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간호 외 의사업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준법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처방·시술 등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대리하게 한 불법적 관행을 신고하는 불법진료신고센터와 현장실사단도 협회 차원에서 운영한다. 오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하되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파업만은 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간협은 17일 오전 간호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향후 대응방향'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간협은 전날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의결한 직후, 윤 대통령과 당정에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간협 김영경 회장은 간호법이 다시 국회로 돌아오게 된 상황을 두고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라고 규정했다.
     
    마지막까지 재의요구를 재고해 법안을 공포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 전날에 비해 발언 수위도 올라갔다. 김 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약속하신 공약인 만큼 대통령께 간호법 31개 조문을 정독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음에도,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을 분별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간협은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거부권 건의 근거로 내세운 '입법독주법',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로 제한한 신(新)카스트 제도' 등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맹비난했다.
     
    김 회장은 "미국은 100년 전, 일본은 75년 전에 간호법을 제정했다. 미국과 일본, 간호법이 있는 90여개 국의 의료체계가 붕괴됐단 말인가"라며 "지난해 간호조무사 시험 합격자 중 대학졸업 학력자가 41%인데, 어떻게 '고졸'로 학력을 제한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간협은 이러한 주장들이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악의적 프레임'이라며 당정의 허위사실 유포를 폭로하는 포스터와 유인물을 모든 영역의 간호현장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통해 법안을 무산시킨 "그 범죄를 국민 모두에게 알릴 것"이라고도 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등 간협 대표단이 지난 9일부터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여온 천막 농성장. 이은지 기자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등 간협 대표단이 지난 9일부터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여온 천막 농성장. 이은지 기자
    가장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은 PA 간호사들의 '준법투쟁'이다. 의료현장에서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아닌 '불법진료'에 대한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이 모두 여기 해당된다. 간협은 간호사가 거부해야 할 의사의 '불법업무 리스트'를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협회 내 불법진료신고센터(온라인)를 설치하는 한편 현장실사단을 별도로 운영 관리할 예정이다.

    의사 인력 부족과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맞물리며 암암리에 증가한 PA 간호사는 전국적으로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간호사임에도 의국 소속으로 의대 교수들의 지시를 받으며 전공의 영역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해왔다. 미국 등 해외에는 별도 교육과 시험 등을 거쳐 직역 면허 취득이 가능하지만, 국내엔 PA 간호사를 '합법적으로' 양성하는 과정이 없다. PA 간호사들이 불안과 '정체성 혼란'을 호소하는 이유다.
     
    간협은 특히 13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대한의사협회 등과 간호법 반대 투쟁을 함께해온 임상병리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능의 면허업무'에 대한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간호사 면허증을 반납하는 운동도 펼친다. 한 달 간 모인 면허증은 모두 복지부로 보내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면허증 반납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무부처에 항의하는 '상징적 퍼포먼스'로 강한 불만을 표현하겠다는 취지다.
     
    김 회장은 "면허 반납을 하는 그날, 간호사는 광화문에 집결해 허위사실로 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하고 파면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19일에도 광화문 시내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를 개최한다. 간협은 자발적 연차 신청을 통해 간호사들이 참여케 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우리는 마지막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파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조직적인 연차 투쟁을 통해 단체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경 간협회장은 17일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진료거부를 했던 것은 의사집단"이라며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지 기자김영경 간협회장은 17일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진료거부를 했던 것은 의사집단"이라며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지 기자
    전날 예고한 대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총선기획단도 출범한다. 간협은 대선 후보시절 윤 대통령과 원희룡 당시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등이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조속한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들어 이번 거부권 행사를 '공약 파기'라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았던 후안무치한 탐관오리들, 즉 '입법독주'라는 가짜 프레임을 만들어낸 자, 간호법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주도한 자, 간호법을 대표발의하고 비겁하게 국정활동을 포기한 자들이 다시는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도록 심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을 대상으로 '1인 1정당 갖기' 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향후 국회로 다시 이송될 간호법이 재표결을 통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거부권 행사 15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되는 간호법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법안 제정을 위한 노력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게 간협의 입장이다. 이들은 "간호대학 교수와 의료기관 등의 간호관리자가 간호사 준법투쟁 및 부패정치와 관료 척결을 위해 솔선하고 선도하겠다는 선언을 통해 간호법이 다시 국회에서 재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10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단체행동 수위를 결정한 간협은 '전면 총파업' 등 훨씬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전했다. 간협 관계자는 "저희가 오늘 1차로 발표한 건 약한 수준이다. 환자 곁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국민께 드린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A 간호사의 준법투쟁 등에 따른 '의료 공백' 가능성에 대해선 "원래는 간호사가 간호 업무만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이제까지 그렇게 해오지 못했던 관행들을 이번 단체행동을 통해 개선해 나간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간호법 공포를 촉구하며 지난 9일 단식 농성에 들어갔던 김 회장 등 대표단은 전날 오후 단식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은 "우리 62만 간호인은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간호법에 관한 허위사실과 가짜뉴스에 대항하여 투쟁하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1층에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방역복을 입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이은지 기자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1층에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방역복을 입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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