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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저녁밥'보다는 '엄마아빠'…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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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뒤끝작렬]'저녁밥'보다는 '엄마아빠'…그러나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서울시가 어린이집 연장보육 아동들에게도 저녁 6시쯤 저녁식사를 하고 하원할 수 있도록 '석식 지원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어린이집의 기본 보육시간은 오후 4시까지다. 집에 돌봐줄 사람이 있다면 모르되 직장인 엄마아빠가 '언감생심' 아이를 하원시킬 수 없는 시간이다. 때문에 맞벌이 가정에서는 대개 저녁 7시 30분까지 돌봐주는 연장보육을 신청한다.

    여기서 더 늦게 퇴근하는 가정은 '야간 연장보육'이라고 저녁 7시 30분부터 그날 자정까지 돌봄이 제공되는 서비스를 신청한다. 야간 연장보육 아동들에게는 어린이집에서 저녁이 제공되는데, 서울시에서는 야간 연장보육뿐 아니라 연장보육 아동에게도 필요한 경우 신청을 받아 저녁밥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래도 저녁밥은 엄마아빠와 함께 먹는게 좋지 않을까'. 정책 발표를 접하는 순간 든 생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기사 댓글창에도 저녁밥까지 어린이집에서 먹게 되면 부모와 보낼 시간이 더 줄어들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줄을 이었다.


    "어린이집서 저녁밥, 장려하는건 아닙니다"


    서울시 담당자와 직접 만남을 청했다. "이게 절대로 어린이집에서 저녁밥을 먹는 걸 장려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담당자는 손사래를 쳤다. 물론 엄마, 아빠와 함께 저녁밥을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거들었다. "저녁에 퇴근해서 아이를 하원시키고, 집에 와서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해서 내놓으면 아이가 꾸벅꾸벅 졸면서 밥을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저녁 먹이고 씻고 재우노라면 아이와 교감하고 놀아줄 시간은 없다는게 한 직장인 엄마가 그에게 털어놓은 하소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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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려를 하자는게 아니라 공백을 메워주자는 거죠. '급할 때 그리고 필요할 때' 신청을 받아서 '양질의 저녁밥'을 먹여서 보내겠다는 겁니다." 담당자는 설명했다.  

    현재 야간 연장보육 아동의 경우는 어린이집에서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다만 야간까지 남아있는 아이가 많지 않다보니 보통 그날 어린이집에서 조리한 음식을 따로 보관했다가 데워서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녁 식사가 연장보육 아동에게도 확대되면 어린이집에 저녁식사 도우미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도우미가 따뜻한 저녁밥을 준비하고, 이렇게 되면 기존의 야간 연장보육 아동들이 먹는 저녁밥의 질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이상과 현실 사이 

    서울시에서 지난해 시내 어린이집 332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저녁식사 도우미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곳이 710곳으로 20%를 넘었다.

    이 중에 시범 사업으로 일단 100곳의 어린이집이 선정됐는데, 저녁식사를 희망한 아동은 2600명이 넘었다. 여기서 연장보육 아동이 1591명으로 60%를 차지했다. 그만큼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교감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이상'이라면, 퇴근 시간에 쫓겨 연장보육을 맡긴 자녀가 제 시간에 따뜻한 저녁밥이라도 먹고 와서 그나마 잠자리 들기 전까지라도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간 주권'이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기울어져 있는 현실에서 주 69시간제의 유연한 근무는 아직도 '이상'에 불과하다. 10년 전 한 유력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외쳤지만 여전히 아이와도 온전한 저녁을 함께 하기 힘든 삶은 '현실'이다.

    노동 문제라는 근본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이상과 현실의 '틈새를 메우려' 내놓는 정책들이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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