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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우리를 화나게 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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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우리를 화나게 하는 진짜 이유

    • 2023-03-11 06:00
    핵심요약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일 청구권협정'과 무관한 사안
    日, 청구권협정 내세워 교섭 요구…사법부 무력화 의도
    尹정부 들어 日 억지주장 먹혀…'자해적 해법' 헌상
    독도 주권, 방사능오염수도 '미래' 핑계로 양보하려나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전 오사카 총영사)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전 오사카 총영사)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6일 가해자인 일본 전범기업들이 지불해야 할 배상금을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신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안을 발표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한일 국교정상화 협상 때부터 양국 간에 논란이 되었던 사안으로, 2018년 10월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한일 양국 사이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두 가지 논리를 내세워 시정을 요구했다. 하나는 대법원의 판결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규정한 「한일 청구권협정」 제2조 위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분쟁해결 절차를 규정한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으로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한국의 국제법 위반은 없어

    첫째,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강제동원피해자들이 1990년부터 일본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잇달아 패소했다. 그 이유는 식민지배 합법성을 근거로 일제 때 이루어진 강제동원이 합법이라는 취지였다.

    그렇지만 한국 내 일본기업에 대한 소송에서는 2012년 대법원이 식민지배 합법성을 전제로 한 일본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의 핵심가치와 정면 충돌한다면서 파기환송했고, 마침내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일본 전범기업에게 피해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애당초 청구권협정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둘째, 일본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의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2019년 1월에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를 요청해 왔으나 한국정부가 응하지 않았고, 5월에 한일 양국과 제3국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 설치를 다시 요구했지만 한국정부가 이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7월에는 일본정부가 제3국만으로 구성되는 중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한국정부가 이를 무시했다.

    일본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해결을 요구한 것은 '한일 청구권협정과 무관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 한국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 일본의 억지주장이 먹혀들어가기 시작했다. 현 정부는 정략적인 목적에서 한일관계의 악화 이유가 문재인 정부의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겼고, 이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책을 갖고 오라'는 일본 측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덕수 총리가 지난해 9월 기시다 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일본 측 논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말을 공개적으로 내뱉는 일까지 있었다.
     

    한일관계에서 가해자, 피해자 주객이 전도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한심한 태도는 향후 한일관계는 물론 외교무대에서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같은 인권문제의 미청산 책임을 놓고 외교무대에서 일본에 대해 도덕적 우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자해적인 해법을 헌상함으로 한국 스스로 '국제법 위반'을 인정한 꼴이 되어, 오히려 대일 외교에서 가해자 일본이 '갑'이 되고 피해자 한국이 '을'로 전락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윤석열 정부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과거사를 덮고 가자는 입장인 것 같다. 과거사를 외면하면 강제동원의 피해 현장인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조건 위반, 사도광산의 편법적인 등재 시도와 같은 일본정부의 파렴치한 행위를 막을 명분이 약해진다. 국제사회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의 설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일본 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토고권 부정,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둘러싼 갈등,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 방류와 같은 문제들도 미래를 구실로 양보할 것인가? 우리가 윤석열 정부에 분개하는 이유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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