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카피에로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왼쪽)과 AK 압둘 모멘 방글라데시 외교장관이 27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아르헨티나가 자국 축구 대표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해 준 방글라데시에 호응해 45년 만에 수도 다카에 대사관을 다시 열었다.
아르헨티니의 방글라데시 대사관은 1973년 10월 문을 열었다가 예산 등의 이유로 5년만인 1978년에 폐쇄됐다.
45년 뒤 지난 27일 산티아고 카피에로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자국 대사관 개관식을 가졌다.
카피에로 장관은 "역사적인 재개관"이라며 "방글라데시 국민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많은 사랑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다카에 아르헨티나 대사관이 다시 문을 연 것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열성적인 아르헨티나 축구팀 응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방글라데시 팬들의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에 대한 응원은 열성적이다 못해 광적이기까지 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다카의 광장에 수천 명이 모여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
방글라데시 매체 '데일리스타' 캡처방글라데시인들의 아르헨티나 팀에 대한 열성적인 응원은 결코 일회성이 아니다.
기원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경기로 올라간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경험했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마라도나가 감독을 맡은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조별리그 경기 때 정전 사태가 벌어지자, 화가 난 방글라데시 축구 팬들이 거리에 주차된 차들을 때려 부수고, 배전 시설로 찾아가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번 아르헨티나의 방글라데시 대사관 재개설은 축구가 정치적 갈등이나 사회적인 불만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데일리스타' 캡처하지만 축구로 인해 전쟁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1969년 6월 15일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간 축구 경기로 전쟁이 벌어졌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1969년 6월에 열린 두 나라 간의 예선전에서 온두라스가 3-2로 승리했다.
엘살바도르는 온두라스가 불법 선수를 참가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한 달 뒤에 엘살바도르가 온두라스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하면서 전쟁이 벌어졌다.
이 전쟁은 100시간이 되지 않아 평화조약이 체결되면서 끝났는데 축구 시합을 계기로 발생해 축구 전쟁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전쟁은 이민자 문제, 경제 문제, 영토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났고 축구 경기는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