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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아들 학폭 어땠길래…정순신은 하루 만에 사퇴했을까

    핵심요약

    '경찰 위의 검찰'로 주목받던 정순신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취임이 임명 하루 만에 무산됐습니다.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는데요. 판결문 등에 드러난 아들의 학교 폭력 내용도 놀랍지만, 아들의 '진술서 코칭'까지 불사하고 주변으로부터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대법원까지 소송전을 벌였던 정 변호사 부부의 대응도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의 질문. 이처럼 대법원 판결을 받고, 언론에도 이미 보도됐던 정 변호사의 가정 문제를 "검증할 수 없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과연 우리가 믿을 수 있을까요?

    '아들 학폭' 문제로 국수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사의 표명한 정순신 변호사
    "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 "빨갱이 새끼"…끊이지 않던 폭언에 피해학생은 극단적 시도까지
    정순신 부부 "때린 것도 아니고, 맥락이 중요한 것 아니냐…출석정지? 기말고사 전후라 미뤘다"
    "그 정도 언어폭력으로 일반 학생이면 피해학생 같은 피해 입겠나" 피해자에 책임 미루기도
    5년 전 언론에도 이미 알려진 사건인데…경찰청·법무부·대통령실 인사 검증은 뭐했나
    검찰 출신이 검찰 출신 검증하는 인사…검증 못한 것 아니라 안한 것?

    연합뉴스연합뉴스
    '검찰 출신' 정순신(57) 변호사가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임명이 취소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 인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 변호사 아들이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 문제와 이에 대한 정 변호사의 대응이 논란이 된 가운데,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임명하기까지의 정부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한 비판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강제전학' 처분에 반발…대법원까지 이어진 학교 폭력 공방


    "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 "넌 돼지라 냄새가 난다", "사료나 쳐먹어야 한다", "빨갱이 새끼", "더러우니까 꺼져라"…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22)가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한 때는 2017년, 이후 정씨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 동급생 A씨에게 쏟아냈다는 위와 같은 폭언들은 이를 조사한 관련 서류와 법원 판결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정씨는 A씨와 또다른 피해자 B씨에게 언어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이듬해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부터 △서면사과 △전학 △특별교육 10시간 이수 △학부모 특별교육 10시간 이수 등의 처분을 받았다.

    정씨 측은 이 처분에 불복해 강원도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징계위는 같은 해 5월 전학 조치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이 처분 수위를 낮추자, 이번에는 피해학생 측에서 재심을 청구해 다시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통해 전학 처분이 내려졌다.

    정씨 측은 다시 징계 취소소송을 춘천지법에 제기했지만, 1심·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폭언은 물론, 무리에서 내쫓기까지…피해자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



    판결문 등을 살펴보면 정씨는 고등학교 1학년인 2017년 1학기 체력검사 이후부터 피해자에게 "돼지새끼"라는 폭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당시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이후 정씨가 "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 "빨갱이 새끼" 등의 폭언을 여러 차례 반복해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점심식사 중 A씨가 근처에 오면 정씨가 "더러우니까 꺼져라"라고 말하는 일은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였다는 증언도 있다. 2학기 기숙사 방 배정 이후에는 A씨가 정씨가 있는 방에 오면 "꺼져라", "넌 돼지라 냄새가 난다", "넌 여기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와 같은 동아리였던 정씨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표결투표를 통해 A씨를 동아리에서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후배들과 있는 자리에서 A씨가 말하려 하면 "돼지는 가만히 있어"라고 제지하고, A씨가 동아리에 들어간 사실을 지적하며 "그 동아리 애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그 동아리 나가라. 동아리 선배들에게 사과해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학교폭력 사안이 보고된 직후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정씨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온 몸이 떨리는 패닉 현상에 빠졌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 및 우울을 겪고 있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로 교내 30% 수준이었던 내신성적은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떨어졌다.

    2017년 12월 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아 '자살 위험 진단'을 받았던 A씨는 겨울방학 후 학교로 복귀했지만 학교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2018년 2월 기숙사를 떠나 귀가했다. 심지어 같은 해 3월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 시도한 일도 있었다.

    또다른 피해자 B씨의 경우 "(기숙사) 방을 바꾸자 A씨에게 하던 갈굼이 저한테 옮겨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돼지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며 "그 장난이 점점 심해졌고, 그럴듯한 논리로 점점 강도가 심해졌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피해를 진술하는 주변 학생들은 정씨의 언행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한 목격자는 "원고가 평상시에 계속 아버지 자랑을 하며 '내 아빠 아는 사람이' 등을 언급하곤 한다"며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담임 "선도하려면 부모가 막았다"…정 변호사 "맥락이 중요한 것 아니냐" 반론



    이러한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과 주변 학생들의 증언에 대해 정 변호사 등 정씨의 부모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내 자치위에 참석한 위원은 "가해 학생이 깊이 반성하고 진실을 모두 말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위 위원들은 "피해학생에 대한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도 피해학생을 무시하는 태도가 있었다. 학교 폭력이 문제가 돼서 왜 그랬느냐고 선생님 앞에서 말하는 자리에서도 무시하는 태도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씨의 어머니는 특별교육 처분에 대해 "교내봉사하고 출석정지 부분은 기말고사 바로 앞과 뒷부분"이라며 "그걸 다 받으면 12일의 수업을 못 듣게 되니까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 미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역위 위원이 "피해학생은 1학기 내내 학교를 못 나온다"고 반박하는가 하면, "(정씨의 부모가) 의견서 제출하신 것을 읽어봤다. 아마도 잘못했다고 안 하시는 것 같다. 반성한다는 것은 의례적이고 다 이유가 있어 그렇게 됐다 읽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고등학교 담임교사도 "(정씨가) 조금 공감하려고 하면 원고 부모님께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되게 두려워하셔서 2차 진술서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며 "저희가 조금이라도 선도를 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 B씨의 어머니와 통화 내용을 인용해 "(B씨의 어머니가)권력을 통해 해코지할 것 같아 아무 말 말아라, 라고 자기 아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한 적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1년여 걸친 소송전, 1심·2심·대법원 모두 "강제 전학, 문제 없다"


    잇따라 내려진 강제전학 처분에 불복한 정씨 측은 2018년 7월 춘천지법에 재심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변호사가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재판에서 정씨 측은 '친구끼리 별명을 불렀을 뿐이다', '문제된 발언은 당시 상황이나 대화 상대방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A씨와 같은 피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 등의 원인을 '본인의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정군은 상당 기간에 걸쳐 피해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판결했다.

    이후 정씨 측은 항소심에서도 패소하고, 이후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1년여의 소송전 끝에 처음 전학 처분 결정이 통보된 2018년 3월로부터 약 1년 1개월이 지난 2019년 2월에야 정씨가 전학 조치 됐다. 2017년 5월 처음 폭언이 시작된 후 피해자 A씨는 고교생활 3년 중 약 2년을 정씨와 같은 학교 공간에 머물러야 했다.


    언론에도 알려진 정 변호사의 행각, 경찰청·법무부·대통령실은 뭐했나?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현재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그리고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 세평 조사 등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 관련 문제라서 미흡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 변호사 부부와 그 아들 정씨의 행각은 이미 과거에 언론에 다뤄졌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이 터지기 전, 2018년 한국방송(KBS)이 정씨가 벌인 학교폭력을 보도한 바 있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미 외부에까지 알려진 자녀의 학교 폭력 문제가 인사 검증의 그물망에서 빠져나간 데 대해 '검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예 검증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온다.

    국수본부장 선발절차는 원서접수 이후 '서류심사→신체검사→종합심사→경찰청장 추천→행정안전부장관 제청→국무총리 경유→대통령 임용' 순으로 진행됐다. 종합심사 단계에서 경찰청이 후보자에 대해 직무수행 능력 등을 종합 심사해 경찰청장이 후보자 1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질적인 인사 검증은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롭게 출범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조직인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이 맡았다. 국수본부장의 계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으로, 행정안전부 인사관리상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돼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윤석열 정부가 기존의 청와대에서 감찰 업무를 맡았던 민정수석비서관 제도를 비판·해체하며 '과학적 인사 시스템'을 강조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 인사 문제로 정부의 인사 검증 제도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인사검증관리단이 소속된 법무부 수장인 한동훈 장관은 정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도 모두 검찰 출신이다. '검찰 출신'이 '검찰 출신'을 검증하는,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현재 구도로는 애초부터 제대로 된 검증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경찰 조직 내외부의 반발에도 경찰 수사의 정점인 국수본부장에 사상 첫 검찰 출신 인사의 추천을 강행했던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변호사의 임명이 취소되자 경찰청은 "후임자 추천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후임자 추천시에는 이런 점까지 고려하여 더욱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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