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타인의 집에 침입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선고기일을 열고 전주지법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형법상 주거침입의 죄를 저지른 자가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등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사가 법에 따라 형량의 최대 절반을 감경해도 징역 3년 6개월이어서 집행유예 선고 기준(징역 3년 이하)에 미치지 못한다. 이 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무조건 실형을 선고받는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 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7년'으로 정함으로써 주거침입의 기회에 행해진 강제추행·준강제추행의 경우 정상을 참작해 감경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했다"며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해 경미한 강제추행·준강제추행까지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관의 양형과정을 통한 형벌개별화에 대한 제약이 지나치게 커지면, 법원의 재판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의 수사 등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범죄의 성립 범위에 대한 자의적인 법해석과 적용을 유발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를 향해 '책임 입법'을 요청하는 별개 의견도 나왔다. 이선애 재판관은 공개된 입법자료 등을 토대로 국회가 '특수강도강간죄'와 '주거침입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를 혼동해 결과적으로 '위헌' 결정에 이르게 한 점을 질타했다.
이 재판관은 "입법자에게는 광범위한 형성의 권한이 있음과 동시에 법정형의 수준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반하거나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은 입법과정에서 죄질이 다른 성폭력범죄와의 혼동으로 인해 그 심의를 누락한 채 성폭력범죄의 체계상 균형을 범행 주체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으로 의결했다는 중대한 오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