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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의 神, 어떻게 이길까' 쿠드롱 본인, 30년 친구가 들려준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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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의 神, 어떻게 이길까' 쿠드롱 본인, 30년 친구가 들려준 힌트

    '프로당구 황제' 쿠드롱이 5일 밤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고국의 절친 레펜스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기뻐하고 있다. PBA'프로당구 황제' 쿠드롱이 5일 밤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고국의 절친 레펜스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기뻐하고 있다. PBA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올 시즌 무관에 그쳐 슬럼프에 빠졌나 싶었지만 가장 강력한 모습으로 우려를 깨끗하게 떨쳐냈다. 모두가 알던 그 '쿠드롱'으로 돌아왔다.

    프로당구(PBA)의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이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역대 최다 7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쿠드롱은 5일 밤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고국의 절친 에디 레펜스(SK렌터카)와 우정의 대결에서 웃었다. 세트 스코어 4 대 1(15:0, 15:11, 15:12, 4:15, 15:7)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6차 투어 만에 거둔 첫 우승이다. 지난 시즌 3개 대회 연속 정규 투어 우승과 왕중왕전까지 제패했던 쿠드롱임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앞서 5개 대회에서 쿠드롱은 3번이나 4강에 올랐으나 결승행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정상 등극으로 쿠드롱은 자신이 보유한 역대 PBA 최다 우승 기록을 7회로 늘렸다. 역대 2위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의 3회보다 2배 이상 많은 횟수다. 누적 상금에서도 8억8900만 원으로 올 시즌 중 10억 원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쿠드롱은 결승전 승률 100% 신화를 이었다. 지금까지 결승에서 쿠드롱을 이긴 선수는 없었는데 그만큼 큰 경기에서 강했다는 방증이다.

    쿠드롱이 5일 밤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남자부 정상에 오른 뒤 윤상운 NH농협카드 대표와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쿠드롱이 5일 밤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남자부 정상에 오른 뒤 윤상운 NH농협카드 대표와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사실 쿠드롱은 지난달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1회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시즌 3부 투어에서 승격된 무명의 김욱에 덜미를 잡혔다. 128강에서 쿠드롱을 꺾은 김욱은 생애 첫 16강까지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절치부심, 쿠드롱은 이번 대회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다. 특히 '그리스 괴인'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하나카드)와 8강전에서는 PBA 역대 세트제 최고 이닝 평균 득점인 6.429점을 기록했다. 1이닝에 무려 6점 이상을 친다는 뜻으로 쿠드롱은 3세트 경기에서 단 7이닝 만에 45점을 냈다. 이전 기록도 쿠드롱이 세웠던 3.55점이었다.

    작심한 쿠드롱을 이길 선수가 없었다. PBA 상대 전적 1승 2패로 그나마 선전한 레펜스도 결승에서 이변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간신히 4세트를 따냈지만 5세트 쿠드롱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경기를 끝냈다. 특히 환상적인 3뱅크 역회전 샷과 우승을 확정한 밀어치기 되돌리기는 그야말로 신이 내린 듯한 공격이었다.

    경기 후 레펜스는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레펜스는 "4강전에서는 실수를 해도 이길 수가 있었는데 쿠드롱에게는 통하지 않았다"면서 "결승에 올라 쿠드롱과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레펜스는 '베트남의 은둔 고수' 마민캄(NH농협카드)과 4강전에서 먼저 3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네 세트를 따내는 대역전극을 썼지만 결승에서 2번의 기적은 없었다.

    레펜스는 30년이 넘게 쿠드롱과 우정을 쌓으며 절차탁마해왔다. 그런 레펜스가 보는 쿠드롱의 강점은 무엇일까. 레펜스는 "내 딸이 쿠드롱을 대부로 삼을 만큼 정말 친하다"고 운을 뗀 뒤 "기술적으로도 정말 뛰어나지만 멘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면서 "실수 1번이면 경기가 끝나는데 정말 최고의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도 레펜스에게 승리를 거둘 기회는 있었다. 레펜스는 "3세트 12 대 13에서 충분히 칠 수 있는 뱅크샷이 실패했다"면서 "만약 기회를 살려 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다면 쿠드롱을 압박해서 더 좋은 결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결국 단 한번도 실수를 하지 않아야만 쿠드롱에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30년 이상 절친인 레펜스(왼쪽)와 쿠드롱. PBA30년 이상 절친인 레펜스(왼쪽)와 쿠드롱. PBA
    이는 쿠드롱도 인정한 부분이다. 우승 뒤 인터뷰에서 쿠드롱은 8강전 최고 애버리지 기록에 대해 "정말 좋은 컨디션(Good mood)를 느낄 때가 있다"면서 "공만 보이고 내 안에서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무아지경 혹은 물아일체, 신의 경지에 이른 상태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쿠드롱은 "그러나 그 상태에서 깨어날 때쯤 되면 컨디션 난조가 올 수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끝내면 좋지만 (4강과 결승 등) 4세트를 따내기까지는 길기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지는 구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정신을 회복하는 게 어렵지만 정신력을 강하게 할 수 있다"고 극복 비결을 들려줬다.

    일단 쿠드롱이 '입신(入神) 모드'에 들어서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태풍이 지날 때까지 버텨야 한다. 이후 쿠드롱이 인간계로 돌아오면 그때 득달같이 반격에 나서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PBA의 절대 지존 쿠드롱과 그의 30년 지기가 알려준 '쿠드롱 격파'의 팁이다. 물론 단 한번의 실수를 한다면 승산은 없어진다. 본인도 '그 분이 오셔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티네스와 비롤 위마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 등이 그렇게 쿠드롱을 넘은 바 있다.

    또 하나의 다른 방법, 아니 자격이 있다. 바로 쿠드롱과 한번도 붙어본 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드롱은 이따금씩 초반에 탈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서 언급한 김욱이나 당구 유튜버 해커처럼 낯선 선수들에게 당했다. 쿠드롱은 "드림 투어(2부) 등에서 온 새로운 선수는 언제나 어렵고 놀랍다"면서 "상대를 모르고 경기하기 때문에 언제든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결승에 오르기는 쿠드롱을 이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과연 PBA 결승에서 쿠드롱을 꺾을 선수가 누가 될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뼈를 깎는 노력에 당구의 신(神)이 도와야 가능한 일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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