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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해엔 더 어렵다…"경기 둔화 넘어 침체 진입"



산업일반

    한국경제, 새해엔 더 어렵다…"경기 둔화 넘어 침체 진입"

    [2023 산업전망①]
    김광석 경제연구실장 인터뷰 "기업‧가계 등 모두 가난해진다"
    "코로나‧양적완화‧러시아 사태 등 고물가 초래한 3대 변수 주목"
    "시대 규명하는 지혜 필요…경기 침체 대응책 마련에 집중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한국경제, 새해엔 더 어렵다…"경기 둔화 넘어 침체 진입"
    ②수도권 집값, 새해 더 떨어진다…실수요자 전략은
    ③수출 대한민국, 반도체 불황이 뼈아픈 이유
    ④탈것에서 공간으로…모빌리티로 재탄생하는 車
    ⑤새해 중소기업, 'ㅅㅈ' 보다 'ㅅㅈ'을 도모한다
    ⑥아시아 넘어 세계로…지구촌 K며드는 K-푸드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전 세계 경제가 긴축 국면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1.6%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998년 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경기 둔화'의 시기를 넘어 올해는 '경기 침체'의 초입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양적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한 금리인상 기조도 쉽사리 변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제는 경기 침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 사태 이후 고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경기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 국면으로 가면서 한국 경제 역시 침체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경제 위기까진 아니지만, 경기 침체라고 정의하면 좋겠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평년 3.5% 수준인데, 이 수치보다 밑돌면 통상 경기 둔화라고 부른다. IMF에선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2.7%로 전망했다. 경기 둔화에 해당한다. 경기 침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내총생산(GDP)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부가가치의 합인 GDP가 축소된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자금 마련도 어려워지고 소비도 위축된다.
     
    -기업 경영이 어려우면 고용 한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본격적인 고용 한파는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될 것 같다. 통상 기업 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당장 희망퇴직을 받진 않는다. 고용이란 게 경기 후행 지표 성격이 짙다. 2022년은 경기 둔화, 2023년은 경기 침체인데, 침체가 시작된 이후에 고용에도 충격이 오는 것이다. 고용의 절대적인 비중이 임금 근로자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기준 약 2700만명에서 비임금 근로자는 약 700만명 정도 차지한다. 비임금 근로자, 그러니까 자영업자들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를 버틸 수 있는 가계도 많지 않다. 대부분 빚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추가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 이런 와중에 자산 가격은 하락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당시 이례적으로 연준이 돈을 많이 풀었다. 어떻게 보면 금리 인상은 팬데믹 이후 예견된 상태였는데, 예상보다 충격이 큰 이유는.
     
    =예상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저 또한 2022년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를 '긴축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룰을 어기면서 강한 긴축을 단행할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쟁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당초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긴축 수순을 밟아 테이퍼링과 단계적인 금리 인상 등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러시아 사태로 인해 공급망 충격, 그러니까 식량이나 광물 등 생산에 필요한 자원들의 공급이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금리 인상은 이중고로 아닌가.
     
    =물가는 정점을 찍고 안정화 되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물가는 원래 급격히 안정되지 않고, 통상 정규 분포 곡선처럼 종 모양을 그리게 된다. 물가도 초반엔 2%, 3%, 6% 등 순으로 서서히 올라가다가 9.1%를 찍고 종 모양을 그리면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당장 잡히는 것은 아닌데 정점은 찍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쟁 이후 공급망 병목 현상이 쉽사리 해결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공급망 충격으로 원자재 값이 올랐는데, 러시아 사태가 이를 더 심각하게 만든 상태다.
     
    -금리를 높게 올리면 물가는 잡히겠지만, 체감 경기는 어려워질 것 같다.
     
    =강한 금리 인상은 수요를 하락시키려는 의도다. 소비자들의 소비와 기업들의 투자를 하락시키는 것, 다시 말해서 경기 침체를 용인하고 나아가 유도하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와야 현재의 고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경기 침체, 그정도까지만 용인하면서 일단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물가를 먼저 잡고 나서 경기부양를 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선 2~3년 전만에 해도 더 많이 먹고 쓰고 하다가, 지금은 확 줄여야 하는 등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인데.
     
    =기업들을 만나보면 최근엔 이런 질문이 많아졌다.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이런 저런 신사업 중에 어떤 걸 하면 좋겠냐'는 질문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2022년에 들어선 이후엔 '현재 펼친 사업 중 어떤 걸 먼저 접어야 하냐' 등 이런 질문이 많다. 결국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질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가 무려 54조원이다.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서 만기 도래를 극복해야 하는데 금리가 너무 높아 채권을 발행할 수가 없다. 게다가 채권이 자칫 팔리지 않을 경우엔 주가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기업들 입장에선 채권 발행보다는 그래서 자산을 매각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기업과 가계가 동시에 어려워지는 구조로 가는 것인가.
     
    =신규 투자 대신 현금 보유를 늘리는 등 이런 기업들의 행보가 경기 침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그널이다. 고용 시장도 마찬가지다. 고용이 유지되는 취업자들의 명목 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상여금이나 보너스 등이 줄어들고, 가구당 평균 소득도 감소한다. 고용 침체를 앞에 두고 투잡을 뛰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제가 '모두가 가난해진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구매력이 반영된 실질 소득은 더 가파르게 감소하고, 소비 지출 여력은 없는데 이자 상환 부담은 가중된다. 자산이 있는 계층들도 자산 가치가 조정되니까 일단 소비를 줄이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로 인한 소비 위축 또 이어지는 기업경영 악화 등 이 악순환의 흐름을 끊는 시작점은 결국 금리인가.
     
    =물가다. 결국 금리 인상도 고물가에서 시작됐다. 물가가 조기에 안정되면 빠른 속도로 금리도 인하될 수 있다. 다만 지금으로선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연준의 발표를 해석해보면 결국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가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상태가 당분간 나타날 것이다. 미국은 몰라도 우리 경제는 근래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는 '경험해보지 못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표현을 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경기 침체 터널의 초입 국면인데, 이 침체의 최저점은 언제인가.
     
    =정확히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다. 현재로선 '전망'이란 표현은 올해 경기를 말할 때만 쓸 수 있을 것 같다. 감히 2024년 경제를 전망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침체 기간의 경험을 종합하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 현재의 고물가 현상을 초래한 여러 요소들이 있다. 코로나19, 러시아 전쟁, 양적완화 등 이런 악조건들로 인해 고물가, 고금리 현상이 벌어졌다면 이런 변수들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다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 등을 예견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전쟁 자체가 경제에 준 충격도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생긴 경제 제재가 준 영향이 더 크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경제 제재가 풀릴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대를 규명했으면 좋겠다. 2022년은 긴축의 시대였다. 그 시대를 규명해 돈의 이동을 관찰하면 답이 나온다. 금리가 올라가면 어떻게 되나. 당연히 은행으로 돈이 몰린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에서 돈이 빠져 나온다. 그 빠져 나온 돈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이동한다. 코로나 사태로 2020년 금리 인하 당시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에 돈이 몰린 이유다. 자본은 높은 수익성을 찾아 이동한다. 올해는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다수 동의하고 있기에 상당한 비중의 돈이 은행을 맴돌 것이다. 시대를 규명하고 그에 걸맞은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모두에게 겨울이 찾아오지만,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개인들이 느끼는 추위의 고통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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