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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이야기]BTS 정국을 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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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 이야기]BTS 정국을 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뛰었습니다

       카타르월드컵 개막식에서 열창하는 BTS 정국. 연합뉴스카타르월드컵 개막식에서 열창하는 BTS 정국. 연합뉴스
    설마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 있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공식 개막전이 딱 그랬습니다.
       
    21일 오전 1시(한국 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선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대회 공식 개막전이 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에콰도르가 2 대 0으로 이겼습니다.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개막전에서 진 역사가 없지만 카타르는 대회 최초로 패한 팀이 됐습니다.
       
    제가 오늘 전해 드리려는 이야기는 경기 결과가 아닙니다. 이곳까지 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타르월드컵은 반경 50km 안 8개 경기장에서 모든 대회가 열립니다. 모든 곳이 차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을 만큼 가깝죠.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중 가장 멀리 있는 알바이트 스타디움. 노컷뉴스카타르월드컵 경기장 중 가장 멀리 있는 알바이트 스타디움. 노컷뉴스
    메인미디어센터(MMC)가 있는 알라얀 국립컨벤션센터(QNCC)에서 알바이트 스타디움까지 거리는 약 48km입니다. 8개 경기장 중 이곳이 가장 먼 경기장이죠. 대회 셔틀 버스 기준으로는 65분이 소요됩니다.
       
    개막전인 만큼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개막 경기 직전 공식 행사를 하는 만큼 서둘러야 했죠.
       
    현지 시간으로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7시. MMC에서 오후 3시가 되기 전 버스에 올랐습니다. 경기 시작 4시간 전이지만 버스는 각국 취재진으로 만석이었습니다.
       
    카타르의 황량한 국토. 척박한 환경으로 카타르 인구 대부분은 수도 도하 인근에서 산다. 연합뉴스카타르의 황량한 국토. 척박한 환경으로 카타르 인구 대부분은 수도 도하 인근에서 산다. 연합뉴스위성 지도를 보면 카타르의 척박한 환경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구글맵 캡처위성 지도를 보면 카타르의 척박한 환경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구글맵 캡처

    알라얀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오르자 차들이 확 줄었습니다. 버스는 시원하게 카타르 도로를 달렸습니다. 주변은 온통 흰색 모래로 덮여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공사가 진행 중이었죠. 혹시나 해서 구글 맵을 켜보니 목적지까지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약 40분을 달린 뒤 저 멀리 알바이트 스타디움이 보였습니다. 동시에 버스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습니다. 네. 카타르에서 차량 정체가 시작됐습니다.
       
    마치 명절 연휴 지방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경부고속도로 상황 같았습니다. 차는 꽉 막혔고 거북이 걸음을 했습니다. 옆에선 끼어들기가 남발했고요.

    그래도 오후 3시 40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죠.
       
    알바이트 스타디움이 보이지만 차량 정체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셔틀버스. 노컷뉴스알바이트 스타디움이 보이지만 차량 정체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셔틀버스. 노컷뉴스
    그런데 이 흐름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차들은 더 몰리고 버스는 더 느려졌습니다. 저 멀리 경기장으로 향하는 다른 차들이 보였는데 경기장 입구까지 줄지어 멈춰 있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버스에 탄 사람들도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창밖에는 걸어가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죠.
       
    오후 4시 40분.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경기장은 눈에 보이는 거리에 있지만 도로는 뚫릴 기미가 없었습니다. 창밖에는 걷거나 뛰는 사람도 늘어났죠.
       
    보통 국제 대회 셔틀 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갈 수 있게 교통을 통제합니다. 하지만 카타르에는 그런 모습이 없었죠. 끼어드는 차량은 늘어났고 시간도 흘러갔습니다.
       
    개막 공식 행사 취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탔던 버스에서도 사람들이 내릴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죠.
       
    개막전 당일 교통이 마비된 알바이트 스타디움. 노컷뉴스개막전 당일 교통이 마비된 알바이트 스타디움. 노컷뉴스
    분위기에 휩쓸려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버스보다 걷는 게 빠를 거라는 판단이었죠. 다른 후배 기자와 함께 사실상 뛰는 듯한 걸음으로 경기장 쪽을 향했습니다.
       
    내려서 보니 교통 상황은 훨씬 심각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는 교통을 통제하는 관계자들과 언쟁을 높이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VIP가 입장하는 곳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카타르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도 차에서 내려 하소연하는 장면이 이어졌죠.
       
    경기장에 다가갈수록 뛰거나 걷는 사람이 더 늘어났습니다. 대부분 취재진이었죠. 그들의 얼굴엔 당혹감이 역력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장에 들어왔습니다. 지정된 좌석에 자리를 잡자 그제야 한숨을 돌렸습니다. 잠시 뒤 공식 개막전이 시작됐죠.
       
    개막식 행사 직전 알바이트 스타디움에 도착해 지정된 자리에서 본 경기장 풍경. 개막식 행사 직전 알바이트 스타디움에 도착해 지정된 자리에서 본 경기장 풍경. BTS 정국의 카타르월드컵 개막식 공연.BTS 정국의 카타르월드컵 개막식 공연.

    정국의 공연은 멋졌습니다. 경기장 가운데서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대회 공식 주제곡인 '드리머스'(Dreamers)를 열창했습니다. 우리나라 아티스트가 이런 세계적인 무대를 장식한다는 뭔가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취재석에 있는 모니터에는 모두 정국의 얼굴로 도배됐습니다. 전세계 취재진 역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했죠.
       
    그때, 버스에서 내린 선택은 탁월했네요. 하지만 다른 경기에는 뛰어 가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다음 경기부터는 교통 흐름이 원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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