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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심심한 사과"라니!!…MZ세대 문해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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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심심한 사과' 표현한 카페에 비판…한자어에 약한 MZ세대
    '금일'-금요일, '사흘'-4일, '무운을 빈다'-운이 없다 등으로 오해
    문해력 부족 원인…줄임말 사용, 한자어 필수과목 제외 등
    e북과 같은 현 세대에 맞는 방안 찾아야

    ■ 방송: 포항CBS <유상원의 톡톡동해안> FM 91.5 (17:05~17:30)
    ■ 진행: 유상원 아나운서
    ■ 제작: 김선영PD
    ■ 대담: 한동대학교 언론학회 언로너스 박소영 학생


     
    ◇ 유상원> 청년들과 함께하는 최신정보수다, 청정수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동대학교 언로너스 '박소영' 학생입니다.

    ◆ 박소영> 안녕하세요, 한동대학교 박소영입니다.
    ◇ 유상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하셨나요?

    ◆ 박소영>'심심한 사과' 사건으로 이슈가 된 MZ세대의 문해력 논란에 대해 준비했습니다!
     
    ◇ 유상원> '사건'이라고 하니까 엄청 심각하게 느껴지네요. '심심한 사과' 사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박소영> 네, 지난 8월경 한 카페가 행사 예약 시스템이 오류가 난 것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카페 측의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 글에 '하나도 안 심심하다'며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심심한'이라는 단어를 '지루하고 따분하다'라는 뜻으로 오독한 것인데요. 이후 카페 측에서는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표현으로 수정해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MZ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심심한 사과'의 시발점. 트위터 캡처
    ◇ 유상원> 심심한 사과를 지루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요.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무엇인가요?

    ◆ 박소영> 우선 세대 갈등으로 번졌다는 점인데요.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흔히 사용되지 않는 의미를 사용해서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에 더해 젊은 세대들이 타인의 언어를 이해하려 하는 노력이 아닌 불신을 먼저 표현한다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입니다. 문맥을 파악하려는 노력보다 불편한 마음을 먼저,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것이죠. '심심한 사과'에서도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한 번만 검색해봤다면 그 뜻을 오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단순히 어휘력과 문장을 파악하는 능력의 문제뿐만 아니라 MZ세대가 취하는 온라인상에서의 태도까지 확대해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유상원> 온라인상에서의 거침없는 언행. 조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적기로 유명한 나라 아니었나요? 문해력과는 다른 맥락인가요?

    ◆ 박소영> 그렇습니다. 문맹률은 문자 해독이 안 되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지만, 문해력은 글을 해석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글을 아예 읽지 못하는 사람과 읽을 순 있지만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문맹률 1% 이하인 나라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문장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은 문맹률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글의 맥락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단어를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 유상원> 더 많은 사례가 있다고요?

    ◆ 박소영> 네, '금일(今日) 심심한 사과를 드리면서 사흘(3일)간 무운(武運)을 빈다'라는 문장을 소개합니다. 심심한 사과의 '심심한'처럼 뜻이 헷갈리는 단어들을 모아 만든 문장입니다. '오늘'을 말하는 '금일'은 금요일로, "3일"을 뜻하는 '사흘'은 4일로,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를 뜻하는 '무운'을 운이 없다로 이해한 것인데요. 다시 말해, '금요일에 지루한 사과를 드리며 삼일동안 불운하길 바랍니다'라는 의미의 문장이 됩니다. 이 외에도 여자 양궁 대표팀이 '9연패'를 했다는 기사에 "왜 이겼는데 '연패'라고 하느냐"라는 질문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연패를 '패했다'라고 이해한 것이죠. 학생, 직장인 가릴 것 없이 한자어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의미를 모르는 연예인. 놀면뭐하니 캡처

    ◇ 유상원>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군요?

    ◆ 박소영>'MZ세대'라는 용어가 보통 10-20대를 특정하는 말로 여겨지는데, 사실 30대까지도 MZ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운을 빈다'는 표현은 뉴스 프로그램에서 정치인들이 대화를 나눌 때 언급한 단어인데요. 한 정치부 기자가 엉뚱하게 해석하고 이후 다시 정정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다른 직업도 아니고 기자의 실수이기에 충격이 컸습니다. 네이버 검색량 통계를 집계하는 업체 '키워드사운드'에 따르면 그날 '무운'의 검색량이 작년 검색량에 비해 200배 증가한 총 1만 5,000건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 기자 뿐만 아니라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죠.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가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다는 말은 배가 고프면 반찬이 없어도 밥이 맛있다는 의미의 속담이죠. 무슨 뜻인지 아냐는 질문에 "시장에 가면 반찬을 많이 팔지 않느냐"라고 대답했습니다.'시장이 반찬이다'라는 의미를 모르는 연예인. 놀면뭐하니 캡처

    ◇ 유상원> 연예인들이 이렇게 실수하는 모습이 부쩍 자주 보이는 것 같긴 합니다.

    ◆ 박소영> 네, 맞습니다. 방금도 언급했듯이 티비 프로그램에서, 특히 예능에서 백치미 캐릭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너무 자주 노출되는 나머지 가끔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방송에 보여지는 연예인들은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데, 연예인들의 이러한 모습들이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해 조금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유상원> MZ세대의 문해력 논란, 무엇 때문인 것 같나요?

    ◆ 박소영> 기성세대와 사용하는 언어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현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카톡을 사용한 세대들입니다. 이 세대의 특징은 문장을 짧게 사용한다는 것인데요. '알겠습니다' 대신 'ㅇㅇ'이나, 'ㅇㅋ'이 더 익숙합니다. 줄임말을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한자어에 대해 거북함을 많이 느끼는데요.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일상어와 달리 단어 속에 담긴 뜻을 알아야하는 한자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MZ세대의 줄임말 사용 특징. MG 새마을금고 캡처
    ◇ 유상원> 학교에서도 한자를 가르쳐주지 않나요?

    ◆ 박소영> 2000년부터 적용된 '제7차 교육과정'에는 한문이 필수과목에서 빠졌습니다. 한자를 아예 안 배우는 학교도 있습니다. 저도 중,고등학교에서 한자를 배우지 않았고, 제 친구 학교에서는 문과 학생들만 배웠다고 합니다. 한자보다 제2외국어라는 과목으로 중국어, 일본어 등을 배우는데요. 한자어보다 일본어를 먼저 배우는 세대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더라도 다른 과목들이 너무 중요시되는 나머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 유상원>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 박소영> 당연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독서가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종이책을 많이 접하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영국 파이넨셜타임즈에 따르면 화면이나 종이로 읽는 것 중 어떤 것이 좋은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각자의 독서 스타일에 따라 맞춰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읽기 습관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경험과 우리가 읽는 매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의해 결정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텍스트를 많이 접하는 것이 문맥을 파악하고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종이책 뿐만 아니라 ebook으로도 독서할 수 있는 세대. 밀리의 서재 홈페이지 캡처

    ◇ 유상원> 소영 학생은 MZ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해력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박소영> 저는 개인적으로 잘, 잘못을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Z세대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어휘조차 알지 못하는 것은 이 세대의 노력이 분명히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 살던 MZ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언어의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잘못되었고, 고쳐야 할 점으로 여겨 비판하는 것은, 그 또한 시대에 맞지 않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자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오는 세대의 문해력을 위해 지금 세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유상원> 오늘 청년들과 함께하는 최신정보수다, 청정수에서는 화제가 됐던 '심심한 사과'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나눌 수 있는 짧은 단어들도 많지만, 오늘만큼은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단어를 고르고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동대학교 박소영 학생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소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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