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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야당과 싸우는 외교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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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뒤끝작렬]야당과 싸우는 외교는 성공할 수 없다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尹, 사과와 반성 대신 가짜뉴스 프레임에 진상규명 요구로 역공
    '이 XX' 막말 파문은 남아…진즉 사과했다면 쉽게 풀렸을 수도
    외교실패 논란이 내부정쟁으로 전이…"그리 한가한 상황인가" 한숨



    윤석열 대통령의 '이 XX' 막말 언사는 희대의 몬더그린 현상으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이는 특정한 발음이 다른 식으로 들리는 일종의 언어 착각이다.
     
    윤 대통령의 말이 미국 측을 모욕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14시간 후 기상천외한 해명에 나섰다. 압권은 대통령의 실제 발음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것. 또 다른 몬더그린이다. 
     
    온 국민이 동원된 듣기평가에도 정답은 쉽게 가려질 것 같지 않다. 상황은 들리는 대로가 아니라 듣고 싶은 대로 들리게끔 이미 혼탁해졌다.
     
    이처럼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버렸으니 대통령실로서는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야당과 언론을 비판했고 진상규명까지 언급했다. 외교 실패 논란에 이어 내부 정쟁까지 촉발하며 마치 불로써 불을 끄려는 격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연합뉴스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연합뉴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사용한 사실만큼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이 조차 덮으려 하지만 이미 김은혜 홍보수석이 '거친 표현'이라는 말로 욕설을 인정했다. 다만 그 대상이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라고 발뺌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윤 대통령은 귀중한 반전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치고 말았다. 만약 김은혜 수석이 지난 23일 첫 해명에서부터 야당과 입법부에 깨끗이 사과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야당으로선 순방 중인 대통령의 말을 계속 문제 삼긴 어려웠을 것이다. 진실이 모호하고 당사자는 극구 부인하는 판에 내 귀에는 분명 '바이든'이라고 들렸다고 고집했다가 자칫 역풍을 맞게 된다. 
     
    그렇다면 야당은 오히려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말을 믿고 싶다'고 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은 사라지지 않고 야당에 빚을 지게 된다. 야당으로선 국익을 생각하는 대승적 면모를 과시하게 돼 남는 장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6일 순방 후 첫 출근길에서마저 사과는커녕 공격에 나서며 상황을 더 키웠다. 밖에서 풀 문제를 안으로 들고 와 갈등을 증폭시킨 셈이다.

    이렇게 야당을 적대시한 후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윤 대통령이 약속한 1억 달러 글로벌펀드 공여도 '이 XX들'이 선뜻 승인해주기 어렵게 됐다.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정쟁을 일삼는 나라가 잘 될 리가 없다. 일본 같은 강대국조차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제1야당이 등을 돌리고 민심이 갈리자 G7 정상 중에 참석자가 없다.
     
    하물며 우리 같은 분단국가가 안에서까지 갈리면 답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다.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대외환경에 야당을 다독이며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어쩌자는 것인지 한숨을 내쉬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어른 앞에선 함부로 큰 소리도 내지 않는 게 우리네 예법. 하지만 어찌 된 것인지 주권자인 국민 앞에서 상소리도 모자라 싸움질까지 벌이려는 판이다. 윤 대통령은 최소한 국민에게는 제대로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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