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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간 41개 학교 문닫은 신안…"공공인프라 길게 보고 심어야"[영상]



사회 일반

    20여년 간 41개 학교 문닫은 신안…"공공인프라 길게 보고 심어야"[영상]

    편집자 주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심도 있게 모색해 본다.

    [인구위기와 공존④] 전남 신안 현지 르포
    한때 수백 명 다닌 쌍룡분교, 인구감소로 2010년 폐교
    천장에 박쥐 매달린 교실 칠판에는 졸업생 흔적 '빼곡'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입→지역거점 '메이커 스페이스'로
    마지막 두 학생 전학 간 자라분교는 '로빈슨크루소大'로

    압해도 주민 "10가구만 들어와도 지역 달라질 텐데"
    "소외지역, 경제적 관점 아닌 의무감으로 접근해야"
    "정부가 특별법 만들어서라도 인구유입 촉진해야"

    "나답게 살 수 있는 곳…'서울만이 답'이란 시각 편협"
    "타 지역 청년들 정착 맘먹을 수 있는 접점 만들어야"

    관할 소방·경찰서 신축 중…"큰 병원 가려면 광주行"
    군청 "먹고사는 문제 해결돼야…소득 중점 정책 수립"


    "쌍룡초등학교 21회 졸업생 숙례, 이숙이 왔다감. 2012. 6.9(토). 2:23"
    "2022. 4.23. 14:20 16회 졸업생 1명 다녀감. 흐르는 세월에 여기저기 헐어지는 모교의 모습…"

     
    바닥이 내려앉고 분진이 쌓인 교실에선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적막이 감도는 교내 복도에는 이따금 새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소리만이 들려왔다. 운동화 밑으로는 깨진 유리창 조각들이 서걱서걱 밟혔다. 빛 한줄기 없는 한 교실 천장엔 작은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섬문화다양성네트워크 TF(태스크포스)의 최건 주무관이 교실 바닥에 허옇게 드문드문 자리잡은 정체불명의 물체들을 가리키며 '박쥐 똥'이라고 귀띔했다. 2010년 폐교된 전남 신안군 압해초등학교 쌍룡분교의 풍경이다.
     
    지난달 31일 기자가 찾은 쌍룡분교 주변에는 잡풀이 무성했다. 아이보리 색깔이 바랜 외벽, 흡사 정글을 연상시킨 입구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체감케 했다. 1930년대 개교한 이 학교에서는 6천 명이 넘는 졸업생이 배출됐다. 불과 넉 달 전 백묵으로 남겨진 '방명록'을 비롯해 모교를 그리워하는 동문들의 흔적은 빼곡했다. 언뜻 칠판만 보면 졸업식을 갓 마친 학교 같았다.
     
    지난 2010년 폐교된 전남 신안의 압해초등학교 쌍룡분교. 지난달 31일 방문한 교실 칠판에는 졸업생들이 분필로 남겨둔 방명록이 빼곡했다. 이은지 기자지난 2010년 폐교된 전남 신안의 압해초등학교 쌍룡분교. 지난달 31일 방문한 교실 칠판에는 졸업생들이 분필로 남겨둔 방명록이 빼곡했다. 이은지 기자
    쌍룡분교는 정부가 군(郡)에 배분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곳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전국의 인구감소지역 89곳·관심지역 18곳에 10년간 매해 1조를 투입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가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투자계획을 중앙에 제출하면, 정부는 5개 등급으로 평가해 보다 우수한 사업안을 낸 지역을 더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남 신안군은 지난달 16일 'A등급'을 받아 기초자치단체 중 최대 금액인 210억(올해 90억·내년 120억)을 확보했다.
     
    신안군의 계획에 따르면, 쌍룡분교는 리모델링을 거쳐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디지털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제조기기 및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창작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의 구상과 구현을 돕는 공간이다. 군에선 취·창업을 연계하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외부 청년들을 유입하는 일종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지역 자산을 인구 정책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신안에서 문을 닫은 학교는 총 41개에 이른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8만 5천 수준이었던 관내 인구가 지금은 4만 명 아래(올 7월 기준 3만 8170명)로 쪼그라든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전국에 분포한 섬의 3분의 1이 몰려 일명 '1004섬'이라 불리는 지리적 환경도 작용했다. 쌍룡분교 역시 압해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배를 타야 방문이 가능했다. 군이 매입한 폐교들은 박물관과 미술관, 공방 등 다방면으로 쓰이고 있다. 2500평의 넓은 부지를 가진 쌍룡분교는 렌터카 주차장으로 사용돼왔다.
     
    지난달 31일 신안 전남 소재 압해초 쌍룡분교에서 만난 코끼리협동조합의 박지민 이사, 1996년 쌍룡분교를 졸업한 강미라씨. 박 이사는 쌍룡분교를 '메이커 스페이스'로 만드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에 참여 중이다. 압해도에서 나고 자란 강씨는 지금도 이 마을에서 자녀들과 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달 31일 신안 전남 소재 압해초 쌍룡분교에서 만난 코끼리협동조합의 박지민 이사, 1996년 쌍룡분교를 졸업한 강미라씨. 박 이사는 쌍룡분교를 '메이커 스페이스'로 만드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에 참여 중이다. 압해도에서 나고 자란 강씨는 지금도 이 마을에서 자녀들과 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한 코끼리협동조합 박지민 이사는 광주에서 메이커 스페이스와 함께 사회실험공간인 '여그'('여기'의 방언)를 운영 중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사회 혁신을 통한 '사회 도전망'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사회 안전망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 않고 여러 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죠." 박 이사는 대학시절 창업을 준비하다가 동료들과 조합을 설립해 신규 협동조합을 발굴하며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코끼리협동조합은 작년에 이미 신안군과 행안부 공모사업을 통해 협업한 경험이 있다. 기점·소악도 등 군 내 섬을 오가는 배의 운항정보를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선박정보 안내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여객선이 언제 도착하는지 정확히 모르다 보니 결항에도 헛걸음을 하거나 한참 전부터 나와 있어야 했던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결과다. 관광객들이 섬과 섬 사이 '노두'에 고립되는 해상사고도 있었다. 조합은 도선장과 마을회관 등에 안내 전광판을 설치하는 한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천사뱃길')도 만들어 접근성을 높였다.
     
    코끼리협동조합이 지난해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을 통해 신안군과 함께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천사 뱃길'. 기점·소악도 등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해주는 선박정보시스템이다. 앱 화면 캡처코끼리협동조합이 지난해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을 통해 신안군과 함께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천사 뱃길'. 기점·소악도 등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해주는 선박정보시스템이다. 앱 화면 캡처
    20대 초반엔 막연히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돈을 (많이) 버는 창업을 하고 싶었다"던 박 이사는 이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구상하고 있다. '노둣길 신호등', 택배 배달이 안 되는 도서산간지역의 '배송대행지' 등이다. 코끼리협동조합뿐 아니라 다른 창업자·메이커들, 타 지역 청년들을 데려와 이같은 아이디어를 같이 기획·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일본의 '가미야마 마을'을 롤 모델로 들기도 했다.
     
    "지방이 소멸된다 해서 청년들한테 (무턱대고) 그냥 내려와 정착하라고 하는 건 솔직히 좀 과해요. 이 마을에 연고도 없는데 와서 산다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요. 메이커 스페이스 같은 (지역과의) 접점을 만들어주면 더 익숙해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여기 괜찮다'고 생각하는 그 누군가가 정착해 지역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조합은 세부 커리큘럼·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군청과 용역보고서를 만드는 등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군은 공사기간을 대략 1년으로 잡고, 2024년경 실질적인 운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졸업생들을 위해 학교를 기념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 주무관은 "공간을 많이 바꾸면 돈도 많이 들고, 주민들에게도 추억의 장소다 보니 (원 모습이) 많이 훼손되고 변하는 게 좋은 건 아니더라"며 "주민 분들이 부담 없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압해도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아이 셋을 키우며 살고 있는 강미라(43)씨는 1996년도에 쌍룡분교를 졸업했다. 한때는 재학생이 수백 명인 시절도 있었지만, 그가 졸업한 해엔 27명이 동급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자신을 제외하고 복룡마을에 남은 동기는 한 명도 없다고 했다. 폐교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침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단다.
     
    "압해는 (주민) 98%가 기독교라, 예전엔 사람들이 다 교회를 가니까 일요일에 품앗이를 못할 정도였어요. 지금은 다 노인이 되셔서 교회에 가면 전부 할머니·할아버지들이에요. 막내가 50대 중반에서 60대인 교회는 복 받은 거죠. 어려서는 교회에 보통 130여명은 모였던 거 같은데 지금은 30명 정도 될까… ."
     
    마을에 하나 있던 '동네 슈퍼'는 주인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문을 닫았다. 압해동초에 다니는 자녀들은 자차로 20분 정도의 거리를 매일 태워다 준다. 장을 볼 때는 쿠팡을 이용하거나 버스 타고 10여분을 더 나간다. 강씨는 "주민들이 생계를 해결하는 인프라가 너무 약하다 보니, 그에 따라온 결과 중 하나가 폐교인 것 같다. 경제적으로 많이 혜택 받지 못한 곳이란 생각은 든다"면서도 "저 같은 경우, 정서적인 부분에서 아이들 기르기에 너무 좋은 곳이어서 여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고민해본 적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신안군은 2000년 이후 폐교된 관내 학교들을 매입해 박물관과 미술관, 공방, 주차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문을 닫은 지 10년 만에 '세계 화석·광물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안창초등학교의 전경. 군은 '1도(島) 1뮤지엄(museum)' 정책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에 비해 문화예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들의 편의뿐 아니라 관광 자원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은지 기자신안군은 2000년 이후 폐교된 관내 학교들을 매입해 박물관과 미술관, 공방, 주차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문을 닫은 지 10년 만에 '세계 화석·광물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안창초등학교의 전경. 군은 '1도(島) 1뮤지엄(museum)' 정책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에 비해 문화예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들의 편의뿐 아니라 관광 자원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은지 기자
    이왕이면 소위 '큰 물'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은 게 부모의 바람이 아닐까, 했는데 그는 되레 '서울 어디에 좋은 대학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좋은 대학이라면 외국에 더 많죠. 기능적인 면에서 서울을 꼭 가야만 그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거기 가는 거지, 맹목적으로 서울이 왜 좋아요? 보통 도시는 성공사례를 모두에게 적용시키는 식으로 교육·경제시스템이 가지만, 여긴 정말 나답게 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곳이라 생각해요." 도시 초등학생의 일상인 스마트폰 시청도 그의 아이들에겐 남 일이다. 대신 학교수업이 끝나면 코끼리협동조합의 주도로 요리 등 '자체' 방과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강씨는 쌍룡분교 개조를 반기면서도 경제적 관점으로만 공공인프라를 바라보는 정부의 협소한 시각을 비판했다. "항상 이런 사업에서 '효율성이 낮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등 경제성을 (반대)이유로 드는데 이건 기업의 기준이지, 국가의 마인드는 아닌 거 같아요. 정부나 공공기관은 소외지역에 대한 의무를 가져야죠. 수도권에서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이들 중 열 가구만 들어와도 지역이 달라져요. 마중물이 있어야 샘도 퍼지는 건데, 인프라를 구축하지도 않으면서 결과가 없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죠."
     
    압해도 같은 섬은 오히려 자급자족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인접한 목포는 도시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강씨는 지자체와 정부 모두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보다 주민들이 느끼는 '행복 지수'를 먼저 신경 써줬으면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인프라가 조금이라도 확충되면 사람들이 굳이 수도권에 못 살아 안달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인구소멸 이전에 그런 근본적인 부분을 생각해야지, 왜 곁다리만 짚는지 모르겠어요."
     
    왼쪽부터 신안 암태면에서 30년 넘게 거주해온 김응수(75)씨와 자은도 둔장마을에서 이장을 4번이나 지낸 배금남(71)씨. 이은지 기자왼쪽부터 신안 암태면에서 30년 넘게 거주해온 김응수(75)씨와 자은도 둔장마을에서 이장을 4번이나 지낸 배금남(71)씨. 이은지 기자
    강씨보다 장시간 신안을 지켜온 어르신들의 얘기도 비슷했다. 암태면노인회의 김응수(75)씨는 일제 강점기 '암태도 소작쟁의'가 있었던 암태면에서 30년 넘게 거주해왔다. 지난해 10월 기준 암태도의 등록 인구는 1980명으로 이 중 42%(844명)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마을엔 내·외과는 물론 종합적인 진료가 가능한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다. 공중보건의들이 있는 보건소와 동네 의원은 일반 진료와 치과, 한방진료 정도만 수행한다.
     
    상황이 심각할 때는 목포나 광주까지 가는 일도 예사다. "광주에 대학병원(전남대병원)이 있어서…. 목포에도 유치한다고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이네요." 그나마 압해읍과 암태면을 잇는 천사대교가 3년 전 개통하면서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김씨는 "중부권도 그렇고 신안 전체가 암태를 안 거치면 어딜 갈 수가 없기 때문에 규모 있는 병원이 하나 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땅콩으로 유명한 자은도 둔장마을에서 이장을 4번 지낸 배금남(71)씨도 "밤에 배가 아파서 내과를 가야 하는데 정형외과를 간다"며 "대교가 생기고 나선 119 이송이 그런 대로 되지만 급한 환자는 여전히 어렵다. 전에는 교통사고가 나면 닥터헬기가 떴다"고 말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20년 전 큰 수술을 받은 그는 "목포 병원으로 (주치의를) 옮기고 싶어도 그 의사가 전문성이 얼마나 있는지,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솔직히 믿고 가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2020년 휴교를 거쳐 지난해 폐교된 신안 안좌초등학교 자라분교 앞에 세워진 학교장 팻말. 이은지 기자2020년 휴교를 거쳐 지난해 폐교된 신안 안좌초등학교 자라분교 앞에 세워진 학교장 팻말. 이은지 기자
    신안은 그간 독자적인 관할 소방서·경찰서가 없는 시·군 중 하나기도 했다. 지구대·파출소가 목포경찰서 산하로 운영되고, 불이 나면 면사무소와 의용소방대가 진화에 나섰던 이유다. 현재 암태에 신축 중인 신안소방서는 다음달 개청을 앞두고 있다. 신안경찰서는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씨는 둔장마을에선 귀농한 사람을 한두 명밖에 못 봤다고도 했다. 그는 "자은도는 어떻게 보면 (지난 6월 개장한 라마다 리조트 등) 호텔도 있고 해수욕장 등 관광 면에서 메리트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진 않는다"며 "제일 시급한 건 교육 등의 인프라다. 농사지을 생각이 있어 내려와도 아이 맡길 곳이 없잖나"라고 반문했다. 막상 빈집도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서울 사는 자녀 생각에 부동산을 '쟁여두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배당금으로 약간의 반등 기미가 있긴 하나, 모든 호(戶)에 해당되는 혜택이 아닌 만큼 궁극적인 인구 대책이 될 순 없다는 게 배씨의 생각이다. 그는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이 지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으니, 와서 살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인구 증가는 어렵다"며 "지자체 차원의 자구책으론 힘들다.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정부가 (인구감소 지역의) 유입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폐교된 신안 자라도의 안좌초 자라분교 전경. 1946년 개교한 이 학교에서는 3천여 명의 졸업생이 나왔다. 신안군은 행안부에서 배분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이곳을 섬살이 교육전문센터인 '로빈슨 크루소 대학'으로 꾸밀 예정이다. 이은지 기자 지난해 폐교된 신안 자라도의 안좌초 자라분교 전경. 1946년 개교한 이 학교에서는 3천여 명의 졸업생이 나왔다. 신안군은 행안부에서 배분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이곳을 섬살이 교육전문센터인 '로빈슨 크루소 대학'으로 꾸밀 예정이다. 이은지 기자 
    한편, '자라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자라도라 불렀던 안좌면 자라리에는 작년에 폐교된 안좌초 자라분교가 있다. 1946년 문을 연 아담한 학교에선 3천 명 가량의 졸업생이 나왔다. 교실 뒤편에는 휴교 전 마지막으로 자라분교에서 공부한 학생 2명의 그림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쌍룡분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존 상태도 양호했다. 신안군은 이곳을 섬살이 교육전문센터인 '로빈슨 크루소 대학'으로 만들 예정이다. 쌍룡분교와 같은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의 일환이다.

    최 주무관은 "(신안 특산물인) 개체굴 양식학교나 새우를 키우고 관리하는 새우 대학 등의 강좌를 프로그램에 넣어 섬에서 자립·정착할 수 있는 교육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섬 주민이나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해외 국제기관에서 강사를 초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라대교가 보이는 관사 5동은 로빈슨 크루소 대학에 들어온 참가자들의 숙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자라도에 위치한 안좌초 자라분교는 폐교한 지 10년이 넘은 압해초 쌍룡분교에 비해 내부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휴교 직전인 2019년 12월의 달력이 걸려 있는 교실 뒤편엔 '마지막 재학생'이었던 두 어린이의 글과 그림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은지 기자자라도에 위치한 안좌초 자라분교는 폐교한 지 10년이 넘은 압해초 쌍룡분교에 비해 내부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휴교 직전인 2019년 12월의 달력이 걸려 있는 교실 뒤편엔 '마지막 재학생'이었던 두 어린이의 글과 그림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은지 기자
    신안군청 이정수 기획홍보실장은 "인구 자연감소 속에 고교·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하러 목포 등 도시로 빠지다 보니 신안군에 남아있는 사람은 극소수로, 인구가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장기임대를 하는 등 주거문제 해결에 더 힘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귀농이든 귀촌이든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크니 소득에 기반을 두고 가급적 1~2년 뒤엔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들을 수립하려 한다"며 "로빈슨 크루소 대학 등도 3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사업이다. 섬 문화나 정서를 모르는 도시 사람이 오더라도 쉽게 이 지역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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