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수소' 생산 공정도. 기후솔루션 제공우리 정부가 마련한 현재의 수소에너지 계획으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이 오히려 는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수소경제 계획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대폭 하향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후·에너지 분야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14일 공개한 '청정한 블루 수소는 없다 : 한국 수소 경제의 숨겨진 온실가스 배출 추산'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수소 계획대로 할 경우 2030년 3천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추가 배출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의 수소 공급계획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이 최신판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 국내 생산 총 194만 톤 중 94만 톤을 그레이 수소, 75만 톤을 블루 수소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린수소는 25만 톤 생산한다. 아울러 해외 수입 196만 톤으로 수요를 벌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수소 생산량의 대부분을 화석연료 기반인 '그레이 수소', 그레이 수소와 유사하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공정이 추가되는 '블루 수소'로 공급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는 2030년 이후 본격 도입이 계획돼 있다.
블루 수소가 그레이 수소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기후솔루션은 지적했다. 최근 해외 연구에서 블루 수소가 그레이 수소 온실가스 배출량의 9~12% 정도밖에 저감하지 못하고, 가스를 직접 연소했을 때보다 최소 20%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할 것으로 분석됐다는 얘기다.
기후솔루션 제공
기후솔루션은 메탄 탈루율 3.5%, CCS 효율 65~85% 등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지표를 반영해, 이대로 수소 경제가 추진될 경우 2030년까지 약 3023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화석연료 기반 수소(그레이 수소 및 블루 수소)와 동일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천연가스를 연소시켰을 때에 비해 341만 톤가량을 더 배출하게 된다.
또 2030년 화석연료 기반 수소 생산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 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15%인 600만 톤 가량의 가스가 추가로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등 화석연료 기반 수소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졌다. 사태 이전만 해도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에 비해 그레이·블루 수소가 생산비용에서 유리했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신규 가스전 개발이 정당화될 소지가 있다. SK E&S와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호주 가스전 사업에 착수하면서 블루수소를 '청정 수소'로, 가스전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 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 전망에 따르면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가스전에서 생산될 가스만으로도 지구 온난화 1.5도 억제는 실패한다.
기후솔루션은 "수소 경제의 출발점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이었다는 점을 되돌아본다면, 해외 화석연료 자원개발과 장기간의 온실가스 배출을 정당화시키는 현재 계획은 본말전도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수소 경제 계획의 화석연료 의존도 대폭 하향 조정 △'청정 수소' 인증 기준에서 화석연료 기반 그레이·블루 수소 배제 △재생에너지 및 그린 수소 사업 확장을 위한 공적 금융의 지원 전환을 정부에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