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보육원 출신 현직 장학사가 말하는 광주 청년 사건

  • 0
  • 0
  • 폰트사이즈

전남

    보육원 출신 현직 장학사가 말하는 광주 청년 사건

    • 0
    • 폰트사이즈
    핵심요약

    나도 보육원 출신…인식 개선 위해 고아협회 만들어
    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 외 학업수당 법적 보장해야
    전담기관 전문인력, '소통'이 관건…유사 경험 인재 채용 필요
    보육원 출신 집단성 강해…재발 방지 위한 교육 시급
    보호종료아동 위한 멘토 및 든든한 울타리 필요

    ■ 방   송 : 전남CBS <시사의 창> 전남FM 102.1 / 89.5 (17:05~18:00)
    ■ 인터뷰 : 김유석 진행자
    ■ 대   담 :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 이성남 장학사

    최근 보육원 출신 청년들 사이에서 비극적인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분은 이번 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보육원 출신이신데 한국고아사랑협회까지 만드셨어요. 경북 영천교육지원청 이성남 장학사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성남> 네 안녕하십니까?  

    ◇ 김유석> '한국고아사랑협회'라는 데가 있었네요.

    ◆ 이성남> 저희가 스스로 고아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고아에 대한 편견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인식 개선을 하고 싶었고요. 5년 전에 보육원 후배가 하늘나라에 가게 됐는데 제가 그 장례를 치러주면서 정말 이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짧은 생을 마감하는 걸 보면서 어떻게 후배들을 도와줘야 할까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에 있다 보니깐 다문화나 탈북, 장애인 학생 관련 프로그램들을 맡으면서 아이들이 차별 당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장학 사업이나 캠페인 등을 하고 싶어서 협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 김유석> 광주 청년 사건들 보시고 회원들끼리도 이야기 많이 나누셨다고요.

    ◆ 이성남> 2년 전에도 광주 지역에서 퇴소를 앞둔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저희가 현장에 가서 시청 관계자들과 진상 규명 등 책임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사건들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좀 죄송한 말씀이지만 무덤덤하더라고요. 왜 이 아이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에요. 또 다른 후배들이 언제 또 그런 선택을 할까 제 스스로 많이 불안해지니까 어떤 방어 기제를 사용해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 김유석> 오히려 무덤덤하게…

    ◆ 이성남> 네. 중고등학교 시절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그런 경험을 했었고, 죄송한 말씀이지만 작년에 제 동생이 44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어요. 나이가 적다고 해서 이런 문제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심지어 제 동생은 결혼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자존감이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사유가 있어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나이가 어린 청년들에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보육원 출신들에게도 발생될 수 있고요.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좀 더 하게 됩니다.
     
    ◇ 김유석> 광주 청년의 경우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셨어요.

    ◆ 이성남> 보육원 현장을 보면요. 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기초생활수급비가 40만 원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상황에 따라서는 더 적게 주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알아본 결과 광주 청년은 월 25만 원으로 한 달을 생활했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광주 청년의 경우 700만 원 중 일부 돈을 썼다고 하는데, 왜 그 돈을 썼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퇴소 후에 자립수당이 제공되긴 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별도 수당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거든요. 일부 시설의 경우 퇴소 후에도 관계성에 따라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문화와 구조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육원과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 지원을 받기 힘들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거든요. 적은 용돈으로 생활을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학업이 떨어지고,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장학 혜택들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악순환 속에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유석>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당장 지원을 늘리겠다고 하는데요.  

    ◆ 이성남> 최근 복지 혜택이나 지원 사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금전적인, 물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요, 보호종료아동들에게는 자립수당과 마찬가지로 학업수당을 주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입니다. 보육원과의 관계에 따라 생계비를 받게 되는,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또 광주광역시에서는 자립 지원 전담기관 인력도 강화한다고 하셨는데 중요한 것은 퇴소한 아이들과의 소통이거든요. 보육원 출신 당사자들을 채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약은 약사에게 병원 의사에게 처방을 받는 것처럼 보육원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이 있어야겠고요.
    보육원에 살아가는 아이들은 집단성이 강하기 때문에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살 예방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하고, 자조 모임을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커뮤니티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합니다.  

    ◇ 김유석> 사회적인 관계 또한 중요하다?  

    ◆ 이성남>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이긴 합니다. 특히 (시설을) 퇴소할 때 후견인을 맺는 부분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초등학교 때 후원해주신 분과 지금도 관계를 맺고 명절 때 찾아뵙거든요. 그래서 가정 체험을 시켜주고 사회 체험을 시켜줄 후원자들과의 관계가 어릴 적부터 맺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이자 교사 출신인 경북 영천교육지원청 소속 이성남 장학사. 본인 제공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이자 교사 출신인 경북 영천교육지원청 소속 이성남 장학사. 본인 제공
    ◇ 김유석> 선생님이시고 지금은 장학사로 계셔서 학교 역할도 고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 이성남> 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물질적인 지원을 받아도 심리적으로 항상 위축되어 있고, 계속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일부 학부모들은 보육원생을 가리켜 자녀에게 '그 친구와 사귀지마' '너도 저렇게 되고 싶어'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거든요. 아이들을 보듬고 품어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됩니다.
     
    ◇ 김유석>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들었어요.

    ◆ 이성남>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보호아동들을 위해 쓰인 세금이 아깝다거나 성인이 돼서도 도와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씀도 하십니다. 이번 일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지금도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보다 매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모두 함께 보호아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후원자님이 계십니다. 집도 방문해주시고 결혼 때도 오시고 지금도 찾아뵙는 이모가 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의 꾸준한 멘토가 돼서 가정 체험 및 퇴소 후 아이들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김유석> 지금까지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이신 경북 영천교육지원청 이성남 장학사였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