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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딜레마' 범죄 막는 방범창, 재해 때는 장애물



사회 일반

    '반지하 딜레마' 범죄 막는 방범창, 재해 때는 장애물

    • 2022-08-14 09:15

    "재해 시 사전적 안내 시스템 확보 등 근본대책 필요"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반지하 집 창문에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지 않고 전선이 엉켜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반지하 집 창문에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지 않고 전선이 엉켜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최근 폭우로 숨진 신림동 반지하 발달장애 가족이 방범창에 막혀 참변을 당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지하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평소에는 범죄에 대비하는 안전망 역할을 하는 방범창이지만, 수해 등 재난 시에는 탈출에 방해가 되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관악구에서는 반지하에 거주하던 30대 여성이 샤워를 하다 욕실 창문을 통해 낯선 사람이 훔쳐보는 모습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은 같은 달 반지하 방에서 샤워하고 있는 피해자를 불법 촬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반지하 집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주거침입, 성폭력, 절도 등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선고가 확정된 판결문을 보면, 반지하 집에서 주거침입,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절도 등 범죄가 발생해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가 내려진 사례만 최소 12건에 달했다.

    반지하 집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거나 창문으로 피해자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훔쳐보고, 물건을 훔치고 달아나는 사건도 일어났다.

    지난 11일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 한 반지하 주택에 지난 집중 호우 때 침수로 방범창을 부수고 탈출한 흔적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지난 11일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 한 반지하 주택에 지난 집중 호우 때 침수로 방범창을 부수고 탈출한 흔적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방범창은 이러한 범죄로부터 반지하 집 거주자를 지켜주는 유일한 장치다. 하지만 화재나 침수 피해 발생 시에는 탈출을 가로막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시행하는 범죄 예방 건축 기준 고시에는 '세대 창문에 방범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화재 발생 시 피난에 용이한 개폐가 가능한 구조로 설치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명시돼있지만, 권장 수준에 그쳐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재난 발생 시에도 쉽게 열 수 있는 슬라이드식 방범창을 권고하는 한편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단순히 방범창을 없애는 식이 아닌, 재해가 발생했을 때 반지하 집 거주자가 더 일찍 인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반지하 가구가 20만 호가량 있는데 이를 모두 안쪽에서 열 수 있는 방범창으로 교체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주민센터에서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반지하 집 거주자에게 연락해 집에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사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재난 종류별로 폭염, 폭우 등에 취약한 주택을 구분하고 세대별로 우선순위를 매겨 재난이 발생했을 시 우선순위에 따라 대피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은 "해외에는 재난이나 방범과 관련한 건물 인증 제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반지하에 사는 저소득층이 살 공간을 마련해 열악한 공간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미닫이식(슬라이드식) 방범창이 있지만 반지하 집에 설치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재난재해 시 대피할 수 있고 범죄 예방 효과도 있는 미닫이식 방범창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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